1964년 비틀즈 이후로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2,3위를 동시에 차지한 가수가 된 아리아나 그란데. 솔로 가수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1964년 비틀즈 이후로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2,3위를 동시에 차지한 가수가 된 아리아나 그란데. 솔로 가수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 7 Rings 뮤직비디오 캡쳐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가 '음원 깡패'로 거듭났다. 2월 4주 차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7 rings'로 4주 연속 1위를 지켰을 뿐 아니라 'Break up with your girlfriend, i'm bored'가 2위, 'thank u, next'가 3위를 차지하며 차트 1등부터 3등을 석권한 것. 1964년 전설의 비틀즈만이 밟아본 기록이고 솔로 아티스트로는 최초의 쾌거다. 영국 UK 차트에서도 1위와 2위를 동시 점령했다. 

작년까지 아리아나는 히트곡은 많았으나 1위와는 연이 없었다. 최고 2위까지 올랐던 'Problem'이 가장 높은 순위의 곡이었고 'Break free', 'Dangerous woman', 'Side to side' 등 유명한 곡들도 톱 텐 히트에 그쳤다. 그 시기 가장 최신의 팝 문법을 가져와 소울풀한 보컬로 소화해내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스타일은 EDM, 레게톤, 소울, 힙합을 다양하게 아울렀지만 음원 파워는 살짝 모자란 감이 있었다. 

그런 그가 새해 들어 강자로 거듭난 건 트랩 뮤직으로의 확실한 정착을 선언한 덕이다. 첫 번째 넘버원과 동명의 최신 앨범 < thank u, next >는 아리아나 그란데 커리어 중 가장 장르적인 앨범이다. '아리아나 사단'의 프로듀서 토미 브라운과 팝 완젤, 일야 살만자데는 트랩과 고전적 R&B를 조합해 일관되고 정적인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아리아나 그란데의 '7 rings'는 최신 유행하는 트랩 비트의 곡이다.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아리아나 그란데의 '7 rings'는 최신 유행하는 트랩 비트의 곡이다. ⓒ 빌보드 홈페이지 캡쳐

 
1, 2, 3위에 오른 노래들의 공통점 역시 트랩이다. 'Break up with your girlfriend, i'm bored' 같은 경우 미고스나 트래비스 스캇의 비트라 해도 이질감 없이 들린다. 'thank u next'는 멜로디가 중심이지만 아리아나의 보컬은 노래보다 싱잉 랩에 가깝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My favorite things'로부터 아이디어를 가져온 '7 rings'는 훨씬 노골적이다. 마이너 코드의 변용으로 차분하게 곡을 시작하더니 후렴부를 랩 파트로 채우고, 곡 후반부의 싱잉 랩을 통해 카디 비의 '재력 과시' 테마에 동참한다. 2014년 < My Everything > 활동 시절 전 남자 친구 빅 션(Big Sean)의 랩을 어설프게 따라 하던 아리아나 그란데는 없다. 

과거 머라이어 캐리를 연상케 했던 돌고래 고음도, 능수능란하게 도도함과 부드러움을 오갔던 보컬 표현도 줄었지만 오히려 이것이 스트리밍 시대와 부합한 듯하다. 진지한 감상보다 튀지 않는 흐름, 일상의 플레이리스트와 배경음악으로 노래를 소비하는 스트리밍 위주 시장에서는 선 굵은 노래보다 무던하고 미니멀한 곡이 훨씬 더 많은 선택을 받는다. 선율 대신 리듬, 파워풀한 목소리 대신 끊어치는 단어다.
 
 미국 최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 차트는 빌보드 싱글 차트의 흥행과 직결되는 차트다.

미국 최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 차트는 빌보드 싱글 차트의 흥행과 직결되는 차트다. ⓒ 스포티파이 홈페이지 캡쳐

 
이런 특징이 스포티파이 차트의 '7 rings'와 'break up' 흥행을 불렀고 빌보드에서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빌보드>에 따르면 2위에 오른 'Break up'은 지난주 5920만 스트리밍을 기록했는데 디지털 세일즈는 고작 36000에 그쳤다. 힙합 진영에서는 XXX텐타시온, '릴(Lil)' 래퍼들이 스트리밍 횟수로 주류 차트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팝 뮤지션들은 라디오 에어플레이를 인기 근간으로 삼아왔는데, 아리아나 그란데가 그 벽을 넘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스트리밍 시대의 '대중적인 음악'은 차분하고 나른한 리듬 위에 소소한 포인트를 두면서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노래다. 트랩과 힙합, 몽롱한 드림팝, 신스팝이 시대의 새로운 '대중성'을 대표하는 장르가 됐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스트리밍 시대에 적응한 최초의 팝스타'로 기억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317)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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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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