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을 포함해 구단 사상 최초로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롯데는 올 시즌 출발 전부터 험난함을 예고했다. 팀의 공격첨병이었던 톱타자 김주찬과 중심타자 홍성흔이 FA로 각각 KIA와 두산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과 2011년에 연속해서 팀 타율, 홈런, 득점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가공할 공격포를 가동했던 롯데 타선은 작년 시즌에 이대호(오릭스)가 일본으로 건너간 후, 약해진 모습이 역력했다. 팀 홈런은 73개로 4위로 주저앉았으며 결정타 부족 등으로 팀 득점은 고작 7위에 그쳤다.

그래서 롯데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강한 투수진이었다. 특히 리그 최고라고 말할 수 정도의 강력한 불펜진이 롯데의 버팀목이 됐다. 해마다 뒷문이 불안했던 롯데는 지난해 최대성-이명우-김성배-김사율-정대현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중간계투진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김사율은 34세이브를 올리면서 팀 역사상 가장 많은 세이브를 올린 투수가 됐고, FA로 SK에서 롯데로 이적해 부상으로 전반기에 한 경기도 출장 못했던 정대현은 후반기에만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64를 기록하며 이름값에 걸맞은 역할을 해냈다.

이와 함께 롯데는 투수 명 조련사로 소문이 자자한 김시진 감독을 영입함으로써 투수진에 더욱 힘을 쏟게 됐다. 더불어 넥센에서 함께 생활을 했던 정민태 투수코치와 박흥식 타격코치의 합류도 팀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시진 감독은 투수들을 중점적으로 키우는 데 주력하며, 약해진 타격을 보완하기 위해 뛰는 야구를 많이 구사하겠다고 시즌 전에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13승을 올린 에이스 쉐인 유먼과 재계약하고, WBC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크리스 옥스프링을 영입했으며, 이와 더불어 FA 보상선수도 두산에서 김승회, KIA에서 홍성민을 지명해 모두 투수를 선택했다.

시즌 출발은 5연승... 하지만 곧바로 찾아온 악몽

시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한화와의 경기에서는 이틀 연속 9회에 끝내기 안타를 치며 모두 승리했고, NC와의 경기에서도 호수비와 선발투수의 호투를 앞세워 싹쓸이, 팀 5연승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5연승은 롯데가 올 시즌 기록한 최다연승기록이 돼버렸다. 롯데는 이후 16경기에서 4승 1무 11패에 그치며 4월 팀 순위 6위에 그쳤다.

무엇보다 타선의 극심한 부진이 컸다. 도루는 증가했지만, 4월간 팀 홈런은 단 4개에 그쳐 이성열(넥센), 최정(SK) 등 개인이 기록한 수보다 적었고, 타선은 득점권마다 결정타 부족으로 침묵했다. 특히 만루 때마다 방망이는 더욱 허공을 갈랐다. 작년 시즌에 19개의 홈런을 쳤던 4번 타자 강민호는 부상 때문에 잠시 2군에 다녀오긴 했지만, 홈런 없이 타율 0.139에 그쳤다.

롯데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었던 중간계투진도 함께 부진했다. 특히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뿌렸던 최대성이 부상으로 인해 구속이 줄면서 부진했고, 팀 마무리 정대현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진으로 2군으로 갔다. 거기다가 많은 경기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도 잦은 투수교체를 하며 '출첵야구'를 보여준 김시진 감독은 팬들의 원성도 들어야만 했다.

두 외국인투수와 김성배의 활약... 조금씩 살아난 타선

5월부터 롯데는 반등에 성공했다. '토종에이스' 송승준은 부진했지만, 이를 대신해 두 외국인 투수가 앞장섰다. 시즌 초 3연패의 부진으로 시작했던 크리스 옥스프링은 4월 25일 SK전 승리 이후 7월 2일 삼성전까지 7연승을 달리며 단숨에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5월에만 3승 1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던 쉐인 유먼도 6월에 잠시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였지만, 금세 안정을 되찾으며 현재 팀 최다승인 9승 3패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하고 있다.

중간계투진은 김성배의 활약이 가장 컸다. 정대현이 부진함에 따라 뒷문을 맡게 된 김성배는 세 번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지만, 2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70으로 성공적으로 새로운 보직에 안착했다. 김성배가 힘을 내자, 5월 중순, 2군에서 돌아온 정대현도 5월과 6월에 각각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중간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

롱릴리프는 두산에서 새롭게 이적한 김승회가 맡아 활약했다. 선발투수가 빨리 무너진 날 혹은 접전을 벌이고 있는 매 상황마다 그가 출전해 막았다. 김승회는 현재 56이닝을 던지며 팀 내에서 선발투수인 유먼, 옥스프링, 송승준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투수들이 활약하니 타선도 조금씩 힘을 내기 시작했다. 거포군단에서 소총부대로 변신한 팀 타선은 2루타와 득점권 타율 및 도루 수가 증가하며 살아나기 시작했다. 특히 작년에 5위를 기록했던 팀 도루는 올해 현재 88개로 3위로 상승했다.

타자 중에는 손아섭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졌다. 작년 시즌에도 안타부문 1위를 차지했던 손아섭은 올해도 좌·우 투수 가리지 않고 3할대를 유지하며 올 시즌 158개의 안타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마땅한 선수가 없어 골머리를 앓게 했던 좌익수 자리는 김문호가 등장해 5월 26일 넥센전에서 부상을 입기 전까지 타율 0.266으로 쏠쏠하게 활약했다. 그의 부상 후에는 이승화가 맹타를 휘두르며 등장해 6년 만에 주전 자리를 확보했다. 그리고 팀은 마침내 6월 1일 3위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믿을 건 투수진... 그리고 실책을 줄여야

6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시즌 35승 27패를 기록하며 4위권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롯데는 7월 들어 2승 8패의 극도의 부진에 빠지면서 순식간에 6위로 하락했다. 최근 NC와의 경기에서 중요한 고비 때마다 내야진들은 실책을 범하며 승리를 헌납했고, 이후 LG전에서도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현재 롯데는 팀 실책 58개로 NC와 함께 공동1위를 달리고 있다. 후반기 다시 반등의 기회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우선 집중된 수비력을 보여야 한다. 실책이 많으면 결코 팀은 이길 수 없다.

또한 롯데는 현재 팀 타율 0.262(7위), 홈런 31개(8위), 득점 352점(6위)을 달리고 있다. 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걸 감안하면, 결국 후반기 열쇠는 전반기에 활약한 투수진에게 달려 있다 말할 수 있다. 현재 활약 중인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고도 송승준, 고원준, 이재곤 등 토종 선발진들의 부활이 절실하다. 특히 매 시즌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더 활약한 송승준에게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이와 더불어 핵심 불펜투수인 정대현의 활약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대현마저 무너지면 롯데 전체 불펜진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롯데가 과연 다시 반등의 기회를 잡아 포스트시즌을 향한 날갯짓을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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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전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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