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KT전 두산 외야수 조수행(30)이 득점에 성공한 뒤 덕아웃으로 들어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지난 5월 10일 KT전 두산 외야수 조수행(30)이 득점에 성공한 뒤 덕아웃으로 들어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 두산베어스

 
두산 베어스의 외야수 조수행(30)의 질주가 심상치 않다. 조수행은 지난 한주 6경기 중 5경기를 선발 주전 9번 타자 좌익수로 출전해 안타 8개를 때려냈다. 도루도 4개를 기록해 시즌 17도루로 KIA 김도영과 함께 리그 전체 도루 공동 2위에 올랐다. 조수행의 이 같은 활약에 힘입어 두산은 지난주 전승을 기록, 5월 3일부터 현재 8연승을 내달리는 중이다. 특히 12일 KT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3안타와 함께 3회와 7회 도루 2개를 기록하며 8연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2016년 2차 1라운드 전체 5번으로 두산에 입단한 조수행은 두산 팬들에게 주전보다는 백업, '대주자' 혹은 '대수비'로 익숙하다. 특히 입단 당시부터 주력 하나만큼은 리그 최고 수준이었기에 경기 후반 대주자로 나와 쏠쏠한 활약을 보여줬다. 그러나 여러모로 아쉬운 타격 능력으로 주전 자리를 꿰차는 데는 매번 실패하고 말았다. 작년 2023시즌에는 처음으로 200타석 이상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0.219라는 통산 가장 저조한 타율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양상이다. 2024시즌 두산은 전체 144경기 중 현재 43경기를 치렀는데, 조수행은 그중 36경기에 출전, 92타석을 기록했다. 비율로 따지면 약 1:2.56으로 그만큼 많은 타격 기회를 받았다는 뜻이다. 그동안 조수행은 타격 기회가 없는 대주자로 주로 기용되며 이 비율이 1:2를 넘겨본 적이 없다. 115경기에 출전했던 2021년은 심지어 104타석으로 경기 수보다 타석 수가 적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대로라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00타석 이상을 기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꾸준히 주전으로 출전하며 남은 101경기에서 평균 4타석씩을 소화한다면 통산 최초로 주전의 상징인 '규정타석(446)'을 돌파할 수도 있다. 작년 부진에 이어 올해도 개막 이후 4월 초까지 대주자, 대수비로만 나오던 상황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외국인 용병‧고액 FA도 넘었다
 
 두산 외야수 조수행의 유니폼에는 거침없는 슬라이딩 등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언제나 흙이 묻어 있다.

두산 외야수 조수행의 유니폼에는 거침없는 슬라이딩 등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언제나 흙이 묻어 있다. ⓒ 두산베어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게 조수행의 '실력'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현재 시즌 타율 0.317을 기록 중인 조수행은 작년에 비해 타율이 거의 1할 가까이 늘었다. 또한 0.317은 현재 두산의 외야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타율이다(세 타석만을 소화한 홍성호 제외). 총액 70만 달러(한화 약 9억 5천만 원)의 계약금을 받고 올해 두산에 입단한 외국인 용병 라모스(0.301), 각각 115억‧56억의 고액 FA 계약자인 김재환(0.237)‧정수빈(0.277)보다도 조수행의 타율이 높다. 조수행의 2024시즌 연봉은 1억이 채 안 되는 9천 5백만 원이다.
 
5월 타율은 더 뜨겁다. 10경기 33타수 12안타를 때리며 0.364 3할 중후반대의 타율을 자랑 중이다.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이 조수행을 계속 주전으로 기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현대 야구에서 OPS(출루율+장타율)의 중요성이 부상하며 타율이 가진 위상은 많이 떨어졌지만, 조수행은 일단 1루에 나갔다 하면 높은 확률로 도루를 통해 2루를 훔쳐 득점권(스코어링 포지션)을 만들어낸다. 올 시즌 조수행의 도루 시도 횟수는 18번, 그 가운데 1번을 제외한 17번을 다음 베이스를 훔치는 데 성공했다. 성공률은 약 0.944다. 
 
조수행이 이번 시즌 현재까지 좋은 활약을 보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타격폼의 변화다. 조수행은 올해 LG 홍창기와 비슷한 자세로 타격에 임하고 있다. 홍창기는 20년대 대한민국 최고의 외야수 중 한 명으로, 2021년과 2023년 두 번에 걸쳐 KBO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을 수상했다. 조수행과 같은 2016년 입단해 2019년까지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2020년 LG의 주전 외야수로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더니 2021년 재능을 완전히 꽃피웠다. 이후 작년에는 LG의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공헌하는 등 지금까지 붙박이 주전 1번 타자로 출전하고 있다.
 
조수행으로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홍창기와 그는 같은 건국대 출신으로 오랜 기간 함께 뛰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조수행이 대학 야구 최고의 1번 타자였다. 프로 지명 순서도 홍창기는 2차 3라운드 전체 27번, 조수행은 2차 1라운드 전체 5번으로 조수행이 훨씬 빨랐다. 때문에, 조수행은 '홍거조(홍창기 거르고 조수행)'라는 팬들의 아쉬움 섞인 비난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아직 규정타석을 못 채웠긴 하지만, 현재 조수행은 홍창기(0.292)보다도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 타격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는 없어도, 조수행의 2024년이 다른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포르쉥' 조수행의 질주는 이제 시작이다.
 
 지난 5월 10일 KT전 2루 도루에 성공한 조수행. 조수행은 이날 3회와 8회 총 2번의 도루를 성공했고 팀은 7대 3으로 승리했다.

지난 5월 10일 KT전 2루 도루에 성공한 조수행. 조수행은 이날 3회와 8회 총 2번의 도루를 성공했고 팀은 7대 3으로 승리했다. ⓒ 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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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교육언론[창]에서도 기사를 씁니다. 제보/취재요청 813arse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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