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11 05:16최종 업데이트 23.01.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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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서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이 희생자들의 온전한 추모를 위한 재단장 작업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2022년 10월 29일 서울 중심부이자 가장 번화한 지역인 이태원 한복판에서 인파 운집 사고로 159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믿기 어려운, 전례 없는 참사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유가족과 시민들은 충격과 분노에 빠졌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핼러윈 행사에 십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예상되었음에도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했던 국가와 책임자들은 그곳에 없었다. 마약 단속을 위해 이태원 일대에 수백 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하는 와중에도 시민 안전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비책도 세우지 않았고, 참사 직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절박한 신고와 구조요청에도 제대로 된 응답과 조치는 없었다.


참사 10여 일 후인 11월 10일, 정보공개센터와 참여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시민들과 함께 참사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페이지를 만들고 '기록과 기억을 위한 10.29 이태원참사 정보공개운동'을 시작했다.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알 수 있어야만 희생자들을 온전히 애도할 수 있고, 은폐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체들은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가기관이 생산⋅관리⋅전파한 원문 자료를 수집⋅공개하고, 이를 통해 서울시청과 경찰청이 '핼러윈데이'의 안전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용산구청 등이 참사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규명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응 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시민들이 알아야 할,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정보는 무엇인지" 질문을 모았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제기한 7가지 질문에 대해 현재까지 수집된 문건과 국정조사 등을 통해 밝혀진 내용을 정리했다.
 
질문1. 대규모 인파를 예상했음에도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은 이유
질문2. 민원과 신고 전화가 빗발쳤음에도 출동과 대처가 늦어진 이유
질문3. 주최자 없는 대규모 행사를 정부가 관리했던 사례와 이전에는 이런 사고가 없었던 이유

질문4. 핼러윈 당시 치안이 아닌 마약 수사에 집중한 이유, 지시자와 참사 당일 마약 단속계획
질문5. 참사 직후 수습 과정에서 컨트롤타워는 누구였는지
질문6. 참사 당시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보고받고 조치한 사안은 무엇인지
질문7.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이 있는 건지

[질문1] 대규모 인파를 예상했음에도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은 이유

2022년 11월 1일 임호선 의원이 용산경찰서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과 종합치안 대책'에 따르면, 용산경찰서는 교통 혼잡을 예상해 교통기동대 1개 제대 20명의 경력을 서울청에 지원 요청했다.

이태원 관광특구에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이미 예견된 상태에서 턱없이 미흡한 대비였다는 지적이 일자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11월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서울청에 경비기동대를 요청했으나 당일 집회·시위가 많기 때문에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11월 21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공식적인 요청이 없었다"고 반박하며 서울경찰청의 책임을 부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기동대 요청 여부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용산경찰서는 내부 전산망을 통한 기동대 및 인력 배치 요청 내역 등 관련 자료를 감찰 및 수사 중이라는 사유로 비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공문을 통한 기동대 파견 요청이 없었다 하더라도 서울경찰청장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용산서에서 제출했던 계획에 따르면 교통기동대 20명의 지원은 밤 8시부터 12시까지 이뤄져야 했으나 서울경찰청은 '집회 통제가 먼저'라는 이유로 이미 현장이 마비된 9시 30분이 되어서야 기동대를 배치했다. 기동대의 공백으로 현장 경찰관들이 교통통제까지 병행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경비 인력은 신고 대응 등에 온전히 투입되지 못했고, 이는 참사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용산경찰서 2022년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과 종합치안 대책계획에 따르면 교통기동대 20명의 지원은 밤 8시부터 12시까지 이뤄졌어야 하나 서울경찰청은 ‘집회통제가 먼저’라는 이유로 이미 현장이 마비된 9시 30분이 되어서야 기동대를 배치했다. ⓒ 정보공개센터

 
또한 서울청에서 작성한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 문서에 따르면, 이태원 관광특구에 112신고가 2배 이상 급증할 것을 이미 예측했고 사건 유형 역시 기타형사, 교통불편, 보호조치, 폭력 등으로 분석되어 교통기동대 외에도 현장의 경비인력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더불어 11월 2일 이태원 파출소의 일선 경찰관이 '핼러윈과 보름 앞서 열렸던 이태원 지구촌 축제를 대비하기 위해 기동력 경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모두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경찰 내부망에 올리기도 했다. 계획수립과 실무 협의 단계에서 이태원 일대 인력 충원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것은 '시민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예방활동 및 신속한 현장대응'을 전혀 수행하지 않은 것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서울청장에 있다.
 

서울청에서 작성한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 문서에 따르면, 이태원 관광특구에 112신고가 2배이상 급증할 것을 이미 예측했고 교통기동대 외에도 현장의 경비인력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 정보공개센터


[질문2] 민원과 신고 전화 빗발쳤음에도 출동과 대처 늦어진 이유

오후 6시 34분 최초의 112 신고를 포함해 참사 현장의 인파 통제를 요청하는 신고는 밤 10시 15분 참사 직전까지 11차례나 이어졌다. 이성만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이태원 사고 112신고 현황'에 따르면 참사 현장 일대 인파 관련 신고에 대해 '강력해산조치' 등 경찰이 출동하여 조치를 취한 건수는 4건에 해당하고 나머지는 '주변에 경찰관 배치됨을 고지 후 종결'로 처리했다.

신고 내역을 살펴보면 당시 현장은 참사 장소뿐 아니라 이태원 일대의 교통 및 인파 통제를 요청하는 다수의 신고 전화가 빗발치는 상태였다. 그러나 경찰청에서 제출한 '당일 정복 경찰의 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에 112 신고 처리에 배정된 파출소, 지구대 경찰은 단 32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11월 7일 국회 행안위 이형석의원의 질의를 통해 이마저도 오후 8시까지는 주간 근무 인원인 11명이 모든 신고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이 확인되었다.
 

이태원참사 당일 오후 8시까지는 주간 근무 인원인 11명이 모든 신고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 이형석의원실

 
하지만 일선 현장의 '아수라장' 속에서도 시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경비 인력 지원, 인파 통제를 위한 지자체 협조, 부상자 파악을 위한 소방 대응을 구해야 할 컨트롤 타워의 지시는 작동하지 않았다. 오후 7시 30분 현장 경찰관이 교통기동대의 조기 배치를 건의했으나 거절당했고, 이후 상황이 악화되는 와중에도 각 경찰 당국, 용산구와 서울시 등 치안 유지를 해야 할 유관기관 책임자들의 지시는 전무했다.

이는 참사 직후 초동대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2월 28일 윤건영 의원이 경찰로부터 새로이 제출받은 112신고 현황 자료를 <한겨레>가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밤 10시 15분 첫 참사 발생 이후 1시간 동안에도 120여 건의 신고 전화가 접수되었으나 행안부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을 비롯한 국가 재난 컨트롤 타워는 여전히 작동하지 않았다.

참사 직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기자브리핑에서 이태원 참사가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1월 4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일선 소방관은 뒤늦은 경찰 인력 투입으로 현장 통제가 되지 않아 구조가 늦었다고 밝혔고, 당시 소방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서 경찰관을 2명 정도 보았다'고 증언했다.

대규모 인파가 예상되는 만큼 수사 인력이 아닌 안전유지 경력을 미리 더 배치하고 인파 사고에 대한 계획을 세웠더라면 11명이 처리해야 했던 신고 대처와 초동대응의 모습이 지금과는 명백히 달랐을 것이다.

[질문3] 주최자 없는 대규모 행사 정부가 관리했던 사례, 이전에는 이런 사고가 없었던 이유
 

용혜인의원실에서 공개한 경찰청 ‘2022년 봄철 벚꽃 개화기간 경비·안전활동’ 문서에 따르면 “서울 전역에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인파가 몰릴테니 여의서로, 석촌호수에 의경부대 배치할 것”을 수립하고 경력을 편성했다. ⓒ 용혜인의원실


참사 직후 정부, 지자체, 경찰 등 책임 기관들은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한 안전 관리 매뉴얼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책임 회피에 나섰다. 하지만 12월 27일 국정조사에서 용혜인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 봄철 벚꽃 개화기간 경비·안전활동' 문서를 살펴보면, "서울 전역에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인파가 몰릴 테니 여의서로, 석촌호수에 의경부대 배치할 것"을 수립하고 경력을 편성한 바 있다. 또한 용 의원은 "지난 크리스마스에도 인파가 모일법한 지역에 선제적으로 경찰관 기동대를 배치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광호 서울청장은 매뉴얼 여부와 상관없이 계획을 수립했어야 함을 인정했으나, 1월 4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벚꽃 개화기간에는 영등포구와 송파구의 기동대 요청이 있었다'며 지자체의 책임이 있음을 언급했다. 결국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주최자와 상관없이 수립되어야 할 안전 계획과 조치가 용산구에서도 경찰에서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이런 사고가 없었던 이유'에는 다양한 측면의 요인이 있겠지만 정보공개운동을 통해 현재까지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두 가지 지점을 짚어볼 수 있다. 먼저 이성만 의원실이 서울경찰청 등에서 제출받은 '2017년~2022년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 문서'를 살펴보면, 2021년에는 방역과 치안을 목적으로 3개 기동대 135명을 배치하였고, 2020년 역시 기동대를 배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까지 거슬러 가면 2017년에 자료에서만 방범순찰대 경력 요청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2017-2019년 모두 '이태원 일대 다중인파 운집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가장 우선에 있는 대응 과제로 설정되어 있었고, 매년 이태원파출소 건너편에 물통을 설치해 인파가 도로로 밀려 나오지 않게 방지하는 등의 대책을 수립했다. 종합하면 이전에는 치안계획에 '인파를 대비한' 인력과 조치가 명확하게 있었다.
 

2017-2019년 모두 ‘이태원 일대 다중인파 운집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가장 우선에 있는 대응과제로 설정되어 있었고, 매년 이태원파출소 건너편에 물통을 설치해 인파가 도로로 밀려나오지 않게 방지하는 등의 대책을 수립했다. ⓒ 정보공개센터


한편, 용산구청의 경우 2021년과 2020년에는 안전사고 등 대비를 위해 '핼러윈 데이 관련 민관 합동 연석회의'를 구청장의 주재로 진행해왔다. 해당 회의에는 용산경찰서장, 용산소방서장,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부회장 등 20여 명이 참석해 관계기관 사이의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도모했다.

하지만 2022년 박희영 구청장은 합동회의를 축소했다. 용산구청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 27일 용산구청은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방역, 소독과 주요 시설물 안전 점검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해당 회의는 부구청장의 주재로 구청 내 11개 부서장만이 모여 1시간가량 진행되었고, 박희영 구청장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26일 진행된 '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 역시 용산경찰서와 구청, 역장과 상인회가 만나는 4자회의였으나 용산구청 측은 자원순환과 공무원 두 명만을 참석시켰다. 용산구청은 역대 핼러윈 축제에 대비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위해 시민들이 청구한 2017년~2022년까지 핼러윈 대비 회의 자료와 회의록을 수사 자료라는 이유로 전부 비공개했다.
 

용산경찰서에서 제출한 이태원 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 주요내용 문서에 따르면 10월 26일 진행된 ‘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는 용산경찰서와 구청, 역장과 상인회가 만나는 4자회의 였으나 용산구청 측은 자원순환과 공무원 두 명만을 참석시켰다. ⓒ 정보공개센터


>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이태원 참사, 꼭 알아야 할 7가지 질문 ②"로 이어집니다.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페이지(링크)
현재까지 수집된 자료 정보공개 자료실(링크)
 
덧붙이는 글 '10.29 이태원참사 정보공개운동' 참여 단체들의 홈페이지 등에도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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