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미니 6집 'The Winning' 표지

아이유 미니 6집 'The Winning' 표지 ⓒ 이담엔터테인먼트

 
아이유가 2년여의 공백을 깨고 새 음반으로 돌아왔다.  지난 20일 발매된 미니 6집 <The Winning>은 그녀의 음악을 오랜 기간 기다려 왔던 팬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각종 음원 순위를 휩쓸면서 "아이유가 아이유했네"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 2021년 정규 5집 <LILAC>과 디지털 싱글 'Strawberry Moon', 그리고 비정규 음반 <조각집> 등을 연달아 내놓았던 아이유는 지난 2년 동안 연기 활동에 전념한 탓에 신작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The Winning>은 이에 대한 갈증을 단숨에 해결하는 시원한 탄산음료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단 5곡만 수록된 EP 임에도 불구하고 선공개곡, 더블 타이틀곡, 수록곡까지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만큼 음반 규모를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아이유는 그간의 활동 휴지기를 단숨에 만회했다. 선공개곡 'Love Wins All'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이에 아랑곳 없이 아이유는 양질의 작품으로 음악 팬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한다.

기존 동료들과의 협업... 더욱 짙어진 색채​
 
 아이유 'Shopper'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아이유 'Shopper'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이담엔터테인먼트

 
3년전 <LILAC>은 라이언전을 비롯한 해외 작곡가들과의 협업으로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었다. 반면 아이유가 전곡 가사를 담당한 <The Winning>에선 이종훈, 이채규, 제휘 등 지난 10년간 아이유 음악의 큰 틀을 잡아줬던 인물들만으로 완성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던 색채를 더욱 진하게 만들어낸다.  

​경쾌한 팝 사운드로 장식한 첫 곡 'Shopper'는 이와 같은 틀을 가장 잘 표현해준 노래다. 상상 속 경매장을 배경 삼아 그곳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고 낯선 남자와 즐거운 도피에 나선 뮤직비디오 속 아이유의 모습은 그 어느 때 이상으로 자유스럽다.  ​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은 아들의 욕망을 나름의 시선으로 담아낸 가사와 더불어 '30대' 아이유는 그 나이 대 사람들이 충분히 가질 법한 생각을 음악 속에 녹여낸다. 과거 1980년대 풍 일렉트로닉 팝 속의 비트를 요즘의 감성에 녹여낸 사운드 구성은 이 곡을 더욱 집중하고 듣게 만든다.

30대의 아이유, 새로운 세대로의 시작
 
 아이유 '홀씨'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아이유 '홀씨'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이담엔터테인먼트

 
아이유의 또다른 타이틀 곡 '홀씨'은 평상시 그에게서 접하기 어려웠던 힙합, R&B 기반의 나른한 전개로 눈길을 모은다. 음반 소개 문구를 통해 아이유는 "세상 모두가 꽃이 될 이유도, 꽃이 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30대의 나는 하늘에 홀홀히 나부끼는 홀씨로 살고자 한다"다고 이 곡의 의미를 설명한다.  ​

바람 타고 훨훨 대기 속을 떠돌아 다니는 홀씨처럼 세상 곳곳을 유유자적하듯 돌아 다니고 싶은 아이유에게 30대는 젊은 시절의 끝이 아닌, 새로운 세대로의 시작을 의미하는 모양이다. 이와 같은 의도를 소리로 표현하기 위해 힙합이라는 장르는 가장 적합한 선택이기도 했다.  ​

뒤이어 듣게 되는 'Shh...'는 세대를 초월하는 감성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주목해볼만하다.  혜인(뉴진스), 조원선(전 롤러코스터), 나레이션을 담당한 패티 김,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탕웨이 등 교집합이 전혀 없는 인물들이 기꺼이 이 작품에 합류한 것 만으로 아이유라는 브랜드가 지닌 힘을 실감케 한다.

익숙하지만... 그마저도 의미있는 작업
 
 아이유 'Shh...'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아이유 'Shh...'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이담엔터테인먼트

 
상업적인 성취와 별개로 평단의 반응은 다소 엇갈리는 모양이다. 탄탄한 완성도를 지닌 음반이라는 의견부터 새로움의 결여 혹은 음악적 승리를 찾아볼 수 없다는 양극단의 견해가 등장하기도 한다. 달리 해석해보자면 그만큼 아이유가 현재 음악계에 지닌 위치와 위상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

5개의 트랙들은 각각 충분한 만족감 혹은 익숙함이라는 두 가지 요소 사이에서 잠시 방황을 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하다. 팬들의 강력한 추천을 이끌어낸 'Shh...'의 나레이션 엔딩은 차라리 인트로 혹은 중간 부분이 더 적절한 위치가 아니었을까 라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방탄소년단 뷔가 MV에 출연한 'Love Wins All'과 마지막 트랙 '관객이 될게 (I stan U)' 는 기존 아이유가 해왔던 작업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he Winning>을 끝까지 집중하고 듣게 만드는 건 오롯이 아이유라는 인물이 그려내는 음악의 힘에 기인한다. 과연 다른 가수들이 이 곡을 불렀을때 아이유만큼의 감흥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The Winnig>은 현 시점에서 최고는 아닐지언정 아이유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작품이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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