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2.28 07:03최종 업데이트 24.02.2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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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공감 마지막 순서는 소위 MZ세대라 부르는 청년층이다. MZ세대를 처음 이름 붙인 미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1980~1994년 출생)와 Z세대(1995~2012년 출생)로 구분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밀레니얼(M) 세대는 미국과 같으나(1980~1994년), Z세대는 1995~2000년생으로 더 좁혀 부르는 차이가 있다(에듀윌 시사상식 참고). 아무튼 2030과 40대 초반까지의 나이대이다.

다른 세대도 그렇지만, 특히 이 세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여러모로 어렵다. 이전 세대와 구별되는 독특함이 많고, 반면 그들 자신도 하나로 묶는 특징을 발견하기 쉽지 않아서이다. 같은 MZ세대라도 남성과 여성 사이의 세계관적 차이도 꽤 커 보인다. 그러나 판단과 비난이 아닌 서로의 이해를 위한 세대공감의 노력으로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앞세대의 한 사람이 보는 MZ세대
 

세대공감의 노력으로서, MZ세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pixabay

 
첫째, 다른 세대와는 달리 MZ세대는 그들을 묶어줄 공통 서사(같은 세대 체험)가 부족해 보인다. 좋은 일이든 슬픈 일이든, 함께 겪은 강렬한 체험(사건, 과제)이 있다는 것은 그들을 강하게 결속시키는 무엇이 된다. 70세 이상 '국제시장 세대'는 일제 강점기, 전쟁, 가난, 독재 등의 한국 현대사 속 강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어져 있다. '86세대'라 부르는 5060은 80년 광주를 시발점으로 민주화의 서사로 엮여 있다. 보수든 진보든, 이러한 줄거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반면, 'MZ세대'는 비슷한 시대를 경험하며, 다른 세대와 비교해 공유되는 특징을 떠올리기가 어렵다. 80년대생이라 해도 살아온 기억이 경험으로 남으려면 아마 1990년대 이후가 될 것이다. 1990년대는 세계적으로도 냉전 시대가 끝나고,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본격화되면서 이념이나 정치보다 이미 '경제의 시대'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아시안게임(1986년), 서울올림픽(1988년)을 거쳐 월드컵대회(2002년)를 치러내며, 국가적 자신감을 가졌고, 2000년대를 넘어서며 개인용 컴퓨터와 핸드폰이 대중화되며 초고속 인터넷 기반에서 IT 혁명을 이뤄냈다. 객관적인 모든 지표는 단군 이래 최대 정점에 이른 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이면에 사회 불안과 미래의 불투명함이 점점 깊게 드리우게 된다. 1997년 IMF 사태,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비정규직 확산으로 가정경제도 불안해지고, 소득과 재산 격차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중산층이 줄어든다.

세계 최첨단 기술과 문화를 실시간으로 즐기며, 당장 눈앞은 말할 수 없이 화려한데, 가정은 불안하고, 개인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혼란함을 경험한다. 각종 영상매체를 보거나 거리를 나가봐도 모두 화려하고, 건강하고, 매력적인데, 실제 자기만 그렇지 못하다고 느낄 때 그 우울함과 절망감은 더 크게 느껴진다. 또, 젊을수록 더 그렇다. '88만원 세대'(우석훈, 2007년)나 포기할 목록만 늘어나는 '삼포(오포)세대'라는 이름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영화 <기생충>(2019년) 같은 현실이다. MZ세대는 강한 세대 체험보다는 답답한 현실을 공유한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둘째, 현재의 나를 해석하는 방식도 다르다. 기성세대는 항상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본다. 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이 왜 그토록 "너희가 전쟁, 가난을 알아?"라고 지겹도록 반복했는지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간다. 지금 우리가 젊은 세대에게 "너희가 독재를 겪어 봤냐? 민주화된 걸 감사하라"고 질리도록 되풀이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MZ세대는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짧고, 비교할 경험이 부족하기에, 과거는 큰 의미가 없고, 오히려 현재만 가지고 미래를 내다보기 쉽다. 기성세대는 전쟁 통에도 자식을 낳고, 독재 아래서도 소망을 가졌으니,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행복한 줄 알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 젊은이들은 금수저를 쥐고 나지 않는 한 비정규직을 벗어나기 어렵고(세계적 추세다), 모든 경제, 사회적 지표가 지금(부모 세대)보다 미래(자기 세대)가 더 어려울 것이 예고된다. 이런 상황에서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기대하지 않고, 혼자 벌어 혼자 쓰는 게 차라리 나은 생존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 기준에서 보면 미래의 답이 없다. 비교할 경험이 부족하니 당장 막막함을 불행으로 느낄 가능성이 크고, 함께 경험하고 느끼며 서로를 묶어줄 연대적 이야기가 없으니 혼자라고 느끼고, 자기 행복을 위해 각자도생하는 게 답이 된다.

MZ세대의 자기 이해

그러나 이러한 나의 이해가 얼마나 MZ세대 스스로의 이야기와 가까운지 자신할 수 없었다. 잘 알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이 멋대로 자신을 넘겨짚을 때 우리도 화가 나듯이 그들도 그럴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28세(1997년생) 딸과 지난 택배 이야기 연재를 보고 최근 친해진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청년 몇 명에게 몇 가지 질문을 주어 응답을 부탁했다('자기 세대의 특징과 평가',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충격적인) 사회적 사건' '기성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 등). 물론 그들 몇 사람의 의견도 그 세대 전반의 의견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얼마든지 참고가 되리라 생각한다. 여기서는 그들 스스로 생각하는 자기 세대에 대한 이해만을 살펴보자.

- 정말 자기 자신만 위해 산다. 희생을 꺼린다. 엄청난 개인주의. 리더도 없다. 굳이 말하면, 같이 사는 법을 모른다. 자기가 행복하고, 잘 살고 싶다.
- 개인의 행복과 동떨어져 보여 정치에 관심도 별로 없다.
- 어떻게든 돈 벌어서 일 안 하고 즐기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돈을 사랑하지만, 문제는 실행력이 없다.
- 한 마디로 '답이 없다.' 그 말은 한편, 규정된 정답을 거부하고 '다양하다'는 뜻이지만, 다른 한편 '길이 안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 실제로 워라밸에 관심이 많다. 조금만 일해서 돈을 벌어도 즐기려고 한다. 현재도 부양가족이 없고, 결혼과 출산을 크게 생각하지 않으므로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먹고, 쓰는 게 중요하다.
- 내적으로 단단한 사람보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influencer)에 관심이 많다. 그들이 그저 '예쁘고, 멋있다' 정도를 넘어 그들의 모든 것을 옳고, 좋게 보며, 숭배심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나도 많이 놀랐다. <70대, 50대, 20대... 대화가 안 통하는 결정적 이유>라는 앞선 연재에서 내가 평가한 것보다도 2030 세대 스스로 이해하는 자신들의 모습이 훨씬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그들 세대의 독특함은 현재와 미래의 막막함이 어떻게 해도 개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데서 오는 나름의 현실적 해법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삶을 위한 좀 더 좋은 길은 없을까?
 

강원 춘천시 숨은 해돋이 명소인 북산면 부귀리 건봉령 승호대에서 젊은 청년들이 새해 소원을 빌며 우정을 쌓고 있다. 2023.1.1 ⓒ 연합뉴스


그들의 대답을 듣고 난 후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모든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얼마든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듯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얼마든지 공감된다. 그러나 나도 젊은 시절을 거쳐 인생을 조금 더 살아보니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고, 전부라고 생각지만, 그럴수록 좀 더 넓고, 길게 보아야 할 것도 있는 것 같다.

우선, 지금 당장과 앞으로의 부담감 때문에 가족(1차 관계망) 없이 독자생존을 꿈꾸는 게 과연 그들 자신의 지속 가능한 합리적 선택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 이전에 본인들의 행복 관점에서 하는 말이다). 지금은 더 현실감 있고, 쿨해 보이지만, 30년쯤 지나 그들도 노년에 접어들 때 지금의 선택이 노후를 더 어둡게 만들게 되지는 않을까?

30년 후, 사회적 부양자는 많은데 정작 자신은 수입도 변변치 않고, 게다가 가족 등 1차 관계망도 부실하다면 국가와 사회가 그 빈틈을 메워줄 수 있을까? 젊고 건강할 때의 자유로움은 행복일 수 있지만, 늙고 병들어서의 자유로움은 외로움과 서러움이 될 가능성이 더 많지 않을까? 물론 그래서 지금도 혈연관계를 뛰어넘는 사회적 관계망으로 보완하려는 노력이 활발하지만, 그 범위와 정도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이 모든 것은 답을 정확히 모르는 질문으로 그들만이 아닌 우리도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일 것 같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할 것도 없이, 앞의 선택들이 사실이라면 행복을 쌓는다고 보기에는 기초가 너무 불안해 보인다. 무엇보다 청년이 누리고, 바라는 자유와 행복이 기본적으로 자본(물질문명, 소비)과 기득권층에 의해 자극된 욕망일 때는 더욱 불안하다. 젊을수록 기성세대의 사회/정치/종교 제도, 문화, 분위기(결국 상부구조)에 거부감이 크다. 우리도 그랬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모든 상부구조를 지탱하고 있는 물질주의 자본 시스템에는 너무 쉽게, 깊게 동화되어 있다. 바라는 자유와 행복이 잘 먹고, 멋지게 입고, 여행에서 누리는 해방감에서 우선 취득되는 것이라면 그것이 우리 인생에서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요즘 근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땀 흘려 운동하며 근력 강화에 힘을 쏟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몸이든, 인생이든, 근력 강화의 성패는 벼락치기 운동이 아니라, 똑같은 것을 묵묵히, 지겹게 반복하는 일상(루틴, 패턴)에서 나온다. AI와 로봇의 발달로 일과 활동의 보람, 성취감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진 지금, 우리 인생은 결국 근력의 싸움이다. 좋은 인생 근력 만들기의 관건은 빠른 물질변화에 대한 일방적 추종과 길들여짐, 과도한 소비를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쓰다 보니 결국 또 아재의 잔소리처럼 된 게 송구스럽다.

그러나 내게는 이들의 삶이 그저 MZ세대라는 객관적 세대 문제이기 이전에 사랑하는 내 딸과 아들의 인생으로 다가온다. 나는 내 자녀와 다음 세대가 행복하고, 보람되고, 자기답게 살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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