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3주간의 리그전 방영 휴식을 끝내고 돌아왔다. 월드컵 생중계 및 포르투갈 방문기+카타르 응원 특집 등으로 잠시 숨을 돌린 <골때녀>에선 7일 슈퍼리그 B조 FC 월드클라쓰 대 FC 액셔니스타의 경기가 펼쳐졌다. 액셔니스타가 이혜정의 선제골, 정혜인의 결승골을 앞세워 2대 1로 승리,  B조 1위 자격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이 경기에 앞서 양팀 모두 각각 1승씩을 거두면서 '다크호스' 였던 발라드림(2패)을 제치고 일단 4강 진출은 확정지은 상태였다. 하지만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이기게 되면 B조 1위가 되기 때문에 준결승에서 A조 2위를 만날 수 있는 데다 조별리그 1위라는 나름의 자존심도 걸려 있기 때문에 가볍게 임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또한 과거 K리그 FC 서울에서 함께 뛰었던 국가대표 선후배(이을용 대 백지훈) 감독의 선의의 경쟁이라는 점 역시 이번 경기의 흥밋거리였다. 치열한 공방전 끝에 2연승으로 조별리그를 마감한 액셔니스타는 다음주 방영될 A조 탑걸 대 구척장신의 경기에서 패한 팀(A조 2위)과 4강전을 치르게 되며 반대로 월드클라쓰는 승자팀(A조 1위)과 준결승전에서 맞붙게 된다. 

전술 변화로 대응... 승부수 띄운 두 팀  ​
 
 지난 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월드클라쓰와 액셔니스타는 지난 시즌2 슈퍼리그 4강전에서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다. 당시 월드클라쓰는 멤버 케시, 라라가 부상을 당하면서 선수 숫자 부족 등 고전 속에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이번이 그 설욕전 기회라면 액셔니스타로선 시즌2 준우승을 넘어 이번 시즌3 슈퍼리그 우승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두 팀 모두 2연승으로 리그전을 통과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한치 양보 없는 승부가 일찌감치 예견되었다. 

월드클라쓰는 기본적으로 피지컬이 좋은 액셔니스타를 봉쇄하기 위해 이을용 감독은 엘로디에게 장신 이혜정를 전담 마크하는 임무를 부여한다. 신장은 작지만 몸싸움에선 결코 밀리지 않는 힘이 있기 때문에 이런 장점을 십분 발휘하기로 한 것이다. 반면 백지훈 감독이 이끄는 액셔니스타 역시 변화를 가미했다.   

​그동안 이정은(전 국대패밀리), 서기(발라드림) 등 상대팀 에이스 공격수의 전담 마크맨으로 활약했던 이혜정을 전방에 내세우고 정혜인과 이영진이 후방 빌드업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경기 전 양팀 감독의 만남에서 이와 같은 운영 계획을 들은 이을용 감독은 살짝 당황함을 내비치지만 이는 일종의 심리전처럼 비춰졌다.  

팽팽한 균형 깬 정혜인 결승골
 
 지난 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골키퍼 케시부터 빌드업을 진행시키겠다고 공언한 이 감독은 "상대가 지역방어를 쓰면 우리가 더 유리한 거고..."라며 자신감을 드러낸다. 한편 1차전 준비를 앞두고 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봐야만 했던 액셔니스타의 새 멤버이자 골키퍼 이채영은 꾸준한 재활로 완벽한 몸을 만들고 드디어 기다렸던 <골때녀> 데뷔전을 치르게 되었다. 

​선제골의 주인공은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에 나선 이혜정이었다. 그동안 주로 장신을 이용한 헤딩 골을 넣었지만 이번엔 정확한 중거리 슛으로 전반 3분 만에 상대 골망 제일 깊숙한 곳을 가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월드클라쓰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최근 경기에서 이전 시즌 대비 향상된 기량을 보여준 나티가 골키퍼 이채영이 앞으로 나온 틈을 타 절묘한 왼발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전반전 서로 한 골씩 주고 받은 1대 1의 균형을 깨뜨린 건 액셔니스타의 에이스 정혜인이었다. 경기 내내 예리한 프리킥과 슈팅으로 월드클라쓰 골문을 위협하더니만 상대 진영 우측에서 강하게 찬 공이 골키퍼 케시의 손을 뚫고 그대로 결승골이 된 것이다. 

"같이 싸웠다... 그리고 같이 이겼다"
 
 지난 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액셔니스타가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이날 경기에선 우여곡절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실수를 만회하긴 했지만 정혜인이 수비 가담 과정에서 상대팀 선수를 놓친 것이 동점골의 빌미가 되었고 골키퍼 데뷔전을 치른 이채영은 경험 부족으로 인해 몇 차례 위험을 초래하기도 했다.  

​골운도 좀처럼 따르지 않았다. 정혜인의 예리한 중거리슛과 프리킥은 계속 골대를 맞고 튀어 나오는가 하면 빈 골문을 가르는 듯했던 공은 역회전이 먹으면서 골라인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드문 장면을 연출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전 리드를 끝까지 지키면서 액셔니스타는 2승째를 거둘 수 있었다.

정혜인-이혜정-이영진 등 높이와 체력적인 면에서 공수 모두 우위를 점할 수 있었고 결국 1골차 승부를 승리로 이끌었다. 또한 일대일 대인 마크 대신 지역 방어에 가까운 수비에 나서면서 사오리-나티에게 치중된 월드클라쓰의 공격을 안정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다.  
 
 지난 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이날 경기의 MVP라면 일반적으로 득점을 기록한 정혜인 또는 이혜정을 언급할 수 있겠지만 숨은 주역으로 주장 이영진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었다. 전반 1분을 남겨놓고 급소에 공을 맞는 등 힘든 상황을 겪기도 했지만 침착하게 수비를 이끌면서 추가점을 내주지 않은 점이 돋보였다.  

그런가 하면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선 "경기 뛸 때마다 전우애가 생긴다. 같이 싸우고... 같이 이겼다"라는 주장의 품격이 돋보이는 말로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팀 출범 당시와 비교해 많은 인원이 바뀌면서 아직 손발이 100% 맞는 조직력은 아니었지만 주장 이영진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신입 멤버들과 기존 선수간의 호흡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 이제 액셔니스타로선 이번 시즌 대이변의 주인공 자리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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