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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춘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완화하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과 주택 재산세 부과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2022.11.23
 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춘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완화하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과 주택 재산세 부과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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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임대사업을 넓혀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입니다." (지난 11월 21일,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윤석열 정부가 임대사업자들의 종합부동산세 등을 대폭 감면해주는 등록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이 지속되자 "부동산시장 안정을 도모해 시장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며 올해 안으로 등록임대사업제를 개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실패로 평가받고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이 제도를 부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간 임대인이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소득세나 종부세·재산세·취득세 등에서 혜택을 주는 제도인 등록임대사업제는 지난 1994년 민간임대에 거주하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해 처음 도입됐다. 이후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준공공임대주택(현 장기민간임대주택) 제도를 마련하고, 양도세 면제 등을 내세우면서 본격 활성화했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 초인 지난 2017년에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하고 세제 혜택을 넓혔지만, '부자 감세'와 '집값 상승'을 초래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뒤 혜택을 대거 축소했다. 2018년 9·13 대책 당시 조정대상지역에서 신규 취득한 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및 종부세 과세 방향으로 정책 노선을 완전히 바꿨고, 2020년 7·10 대책에선 4년 단기임대, 8년 아파트 매입 임대를 폐지하면서 의무임대기간이 지나면 등록이 자동 말소되도록 했다. 

이후 등록임대주택은 다세대·다가구 8년 장기임대 주택 유형만 남게 됐다. 아파트로는 임대 수익을 내거나 양도 차익을 얻더라도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없도록 한 셈이다.

투기 막으려 임대주택서 뺐는데...소형 아파트도 적용?

그러던 중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후보일 당시 '임대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선 이후 이는 '등록임대사업제 활성화'로 모양새를 갖춰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지난 11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형 아파트로 넘어오게 되면 임대 의무기한도 상당히 길어질 것이고, (집값) 상승 억제 기간이나 폭도 상당히 (강화될 것)"이라며 "다주택자를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제도를 손질해) '이 정도면 좋은 조건으로 임대를 내놓는 공급자로서 인정해줄 만 하다'는 정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도 등록임대사업 대상에 포함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중대본 회의’를 마친 뒤 중대본 구성과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봉부 장관이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중대본 회의’를 마친 뒤 중대본 구성과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봉부 장관이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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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폐지됐던 등록임대사업제가 아파트에도 적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20년 9월 국회 김상훈의원실(국민의힘 소속)에 따르면, 임대주택 소유 상위 10인의 임대주택 수는 5261채였고, 이 가운데엔 무려 753채를 가진 이도 있었다. 종합부동산세법에선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자가 임대하고 있는 주택은 과세표준 합산의 대상이 되는 주택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돼 있는데, 이는 비과세를 뜻한다. 아파트를 포함해 주택을 수백 채 가지고 있더라도 종부세를 단 1원도 내지 않는 구조. 아파트도 등록임대사업에 포함시키면, 아파트를 많이 갖고 있어도 종부세를 내지 않는 상황이 된다는 얘기다. 

다주택 임대사업자에 종부세와 같은 보유세를 감면해주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집행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보유세를 이런 식으로 감면해주는 나라는 없다"며 "미국의 경우 주마다 다르지만, 보유세를 감면해주더라도 저소득층에 대한 임대 공급과 연계하는 식이다. 유럽 국가들도 보유세를 깎아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현행 법령상 등록임대사업자가 임대주택을 10년 동안 임대한 뒤 매도하면 양도소득세를 대폭 감면하는데, 감면 폭이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기균 집값정상화시민행동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보유세만 비과세하는 게 아니다. (투기 억제 측면에서) 더 중요한 건 양도소득세인데, 전에는 양도소득세 자체를 100% 감면해주다가, 2020년 이런 부분을 없애고 양도소득의 30%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빚 내서 집 사라'로 회귀"

또 그는 "임대소득세 혜택도 엄청나다. 현재에도 임대소득의 60%를 필요 경비로 공제하고 있다"며 "임대소득이 연 1억 원이면 6000만 원은 아예 공제하고, 4000만 원에 대해서만 임대소득세율로 계산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파트의 신규 임대주택 등록을 허용할 경우 아파트 다주택자들도 이런 세제 혜택을 누리게 될 수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 관련 부처장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목 경제수석,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2022.11.28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 관련 부처장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목 경제수석,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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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11월 28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국고채 발행 물량 축소 등 대책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규모 확대, 등록임대사업제 개편도 언급했다. 지자체장의 실책과 금융회사의 오판으로 초래딘 자금시장 경색 국면과 기준금리 상향 등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에 대한 해법으로 '집 부자 세금 면제'라는 엉뚱한 카드를 고려하는 셈이다. 

송 대표는 "양도세 외에는 등록임대사업제와 관련해 세제 부분은 바뀐 게 없다. 아파트 신규 임대주택제도만 중단한 것인데, 등록임대사업제를 부활한다는 건 아파트 신규 등록을 되살린다는 것"이라며 "이는 세제 혜택을 늘리고 대출 규제를 완화해 투기를 조장했던 박근혜 정부 때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도권 인구의 거의 절반이 무주택자인데, 시장원리로 최근 집값이 하락하고 있어 겨우 안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투기를 조장하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을 반복한다면, 무주택 국민들의 거센 분노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정부의 진짜 속셈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지난 11월 29일 페이스북에서 "그동안 임대사업자 등록제가 부동산 투기에 꽃길을 까는 암적 존재임을 계속 주장해온 것을 기억하고 계실 거라 믿는다. 이제 간신히 그 암 덩어리가 제거된 마당에 이를 다시 살리려는 이 정부의 속셈이 뭔지 무척 궁금하다"며 "임대사업자에게 엄청난 세제 혜택을 퍼부어줘도 임대주택 공급량이 늘어날 이유가 전혀 없다. 정부의 진짜 속셈은 집 많이 가진 부유층에게 더 큰 이득을 가져다주려는 데 있다 의심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세율 인하나 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 부활 같은 것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며 "부동산 투기억제책을 줄줄이 없애 나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위험스러운 불장난은 10년이 지난 문재인 정부 때 큰불을 일으키고야 말았다. 윤석열 정부는 이 불행한 역사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지만, 어쩐지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등록임대사업제는 박근혜 정부 때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는 일환으로 강하게 추진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임대사업자에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다가 주택 투기를 조장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져 대폭 축소된 정책"이라며 "당시 국민의힘도 (다주택자 세제 혜택을) 비판했는데, 지금 와서 다시 부활하려는 목적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최근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데, 정부가 말하는 '부동산시장 안정'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며 "임대사업자에 여러 혜택을 주면 이들이 또다시 집을 대거 사들일 텐데, 이는 부동산시장 안정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태그:#등록임대, #아파트, #부동산, #윤석열, #주택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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