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웨일스 대 이란 경기. 이란의 사르다르 아즈문이 웨일스의 조 로든의 태클을 피해 슛을 날리고 있다. 2022.11.25

25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웨일스 대 이란 경기. 이란의 사르다르 아즈문이 웨일스의 조 로든의 태클을 피해 슛을 날리고 있다. 2022.11.25 ⓒ 연합뉴스

 
벼랑끝 승부에서 웃은 것은 이란이었다. 종료 직전 자신들에게 찾아온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은 이란은 웨일스를 물리치고 16강 진출의 희망을 되살렸다.

이란이 25일 밤(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2대 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1승 1패의 성적으로 조 2위로 올라선 이란은 미국과의 최종전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짓게 됐다.

막상막하의 경기 속에서 승패 가른 헤네시 골키퍼의 퇴장

경기는 시종일관 막상막하의 흐름이었다. 웨일스가 좌우 측면에서 크로스 위주의 공격을 통해 기회를 만들어나갔고 이란은 수비를 두텁게 한 뒤 빠른 역습을 구사하며 상대의 허를 찌르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두 팀은 한 차례씩 기회를 주고받았다. 웨일스는 전반 13분 애런 램지의 크로스를 받은 키퍼 무어의 슈팅이 이란 호세이니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이란은 역습기회에서 아즈문의 패스를 받은 골리자데가 선제골을 넣었으나 오프사이드 선언이 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에는 두 팀 모두 세밀함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노출하며 찬스를 만들지 못해 소강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이란이 전반 막판 기회를 잡았다. 에자톨라히의 크로스를 받은 아즈문의 슈팅이 빗맞으면서 기회를 놓친 이란은 전반 종료직전 누롤라히의 중거리 슛이 아쉽게 웨일스 헤네시 골키퍼에게 막히면서 득점을 만들지 못했다.

후반전 이란은 메흐디 타레미를 세컨 스트라이커로 배치하는 위치변화를 통해 4-4-1-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꾀했다. 이러면서 공격에서의 움직임이 살아나면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 나간 이란은 후반 6분 아즈문과 골리자데의 연이은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온 데 이어 세컨볼 상황에서 나온 아즈문의 헤더슛은 웨일스 헤네시 골키퍼에게 막히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차츰 유의미한 공격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웨일스는 후반 12분 해리 윌슨과 코너 로버츠를 빼고 대니얼 제임스와 브래넌 존슨을 투입해 4-4-2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주는 공격적인 경기운영을 펼치고자 한다. 반면 이란은 후반 20분 부상여파가 있던 아즈문 대신 카림 안사리파드를 투입했다.

하지만 경기흐름은 이란이 가져갔다.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의 간격을 좁힌 채 일정한 수비대형을 갖춰 웨일스의 공격을 차단시킨 이란은 이후 빠른 역습을 구사하면서 웨일스 수비에 압박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후반 27분 에자톨라히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웨인 헤네시 골키퍼가 막어내면서 웨일스는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게 된다.

기세를 탄 이란은 후반 30분 하지사피와 골리자데, 아마드 누롤라히 대신 루즈베 체슈미, 메흐디 토라비와 알리레자 자한바크슈를 투입하며 측면과 중앙에 변화를 줬다. 이에 웨일스는 이선 암파두 대신 조 앨런을 투입해 중원을 강화했다.

그러던 중 양팀의 판도를 바꾸는 중대한 일이 발생한다. 후반 40분 이란의 역습과정에서 이를 막으려던 웨일스 헤네시 골키퍼가 타레미에게 거친 파울을 범해 퇴장을 당하게 된 것. 이로 인해 필드 플레이어 애런 램지 대신 대니 워드 골키퍼를 투입한 웨일스는 졸지에 수적 열세에 몰렸다.

이는 경기 막판 이란에게 유리하게 다가왔다. 램지가 빠지면서 웨일스의 미드필더 숫자가 줄어들자 이란은 상대진영으로 올라오는 데 상당히 용이해지면서 상대 진영에서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를 통해 이란은 후반 추가시간에 웨일스에 일격을 가했다. 후반 54분 왼쪽에서 토라비가 올려준 크로스를 수비가 걷어내자 페널티박스 바깥쪽에 위치해있던 체슈미가 볼을 가로챈 뒤 오른발 중거리 슛을 시도했고 이것이 골문 구석으로 들어가면서 이란이 리드를 잡았다.

이란의 득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바로 이어진 웨일스의 공격을 끊어낸 뒤 곧바로 역습에 나선 이란은 타레미의 패스를 받은 라민 레자이안이 침착하게 득점을 성공시키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란 구해낸 케이로스 감독의 용병술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6팀(카타르, 이란, 사우디 아라비아, 호주, 일본, 대한민국)중 가장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았던 팀은 이란이었다. 짜임새있는 공수 밸런스 속에 아즈문과 타레미, 자한바크슈라는 막강한 공격진을 보유한 가운데 잉글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2팀(이란, 웨일스)의 전력이 강하지 않았기에 이란은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16강 진출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 이란은 실망감을 안겼다. 경기초반 베이란반드 골키퍼의 예기치 못한 부상을 시작으로 그동안 이란의 장점이었던 질식수비가 실종되면서 잉글랜드에게 무려 6골을 헌납한 끝에 2대 6 대패를 당한 것. 이날 6실점은 이란 축구 역사상 월드컵 최다실점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잉글랜드전 패배와 함께 -4의 골득실을 갖게 된 이란은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졸지에 조별리그 탈락하게 되는 위기를 맞게 된다.

여기서 이란은 구한 것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용병술이었다. 잉글랜드와의 1차전에서 수비를 두텁게 하는 5-4-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가 처절한 실패를 맛봤던 그는 웨일스와의 경기에선 이란이 가장 잘할 수 있는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그리고 이는 성공을 거뒀다. 잉글랜드전과 달리 팀의 밸런스가 잡힌 이란은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수비 블럭을 형성해 웨일스의 투톱 키퍼 무어와 가레스 베일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웨일스는 전방에서 시종일관 스적 열세에 놓이게 되었고 단조로운 크로스 공격으로 일관하며 이란의 수비를 도와주게 된다.

이러자 공격의 날카로움이 더해졌다. 여기에는 아즈문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는데 종아리 부상 여파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님에도 경기 내내 상대 수비와 적극적으로 싸우면서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는 플레이를 펼치며 공격을 이끌어 나갔다. 실제로 아즈문의 활약덕에 이란은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전반 15분과 후반 6분 날카로운 역습을 활용한 공격으로 웨일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교체카드에서도 확실한 성공을 거뒀다. 웨일스 롭 페이지 감독이 브래넌 존슨, 대니얼 제임스, 조 앨런을 투입해 측면과 중앙에 변화를 주자 케이로스 감독도 안사리파드, 자한바크슈, 토라비, 체슈미, 알리 카리미를 투입해 맞대응하는 능동적인 전술운용을 펼치며 웨일스의 공격을 차단시켰다.

그리고 교체투입된 체슈미는 결승골로 화답한다. 후반 54분 페널티박스 바깥쪽에 위치해있던 그는 상대의 클리어링을 차단한 뒤 오른발 중거리 슛을 시도해 득점에 성공하면서 팀 승리를 이끌어낸다.

사실 결승골을 기록한 체슈미는 잉글랜드와의 첫 경기에서 호세이니, 푸랄리간지와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했으나 경기 내내 부진한 플레이를 펼친 끝에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아웃되면서 패배의 원흉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이로 인해 웨일스와의 경기에선 벤치에서 시작한 그는 후반 33분 누롤라히의 부상으로 투입되었는데 종료직전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1차전 부진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이날 이란의 승리는 사실상 케이로스 감독이 만들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벼랑 끝에서 탈출한 이란은 다시 한 번 16강 진출의 희망이 커졌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카타르 월드컵 웨일스 이란 케이로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깔끔한 기사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