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왼쪽)-이다영, 쌍둥이 자매 선수

이재영(왼쪽)-이다영, 쌍둥이 자매 선수 ⓒ 한국배구연맹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개막을 앞두고 기대와 설렘이 가득해야 할 프로배구 V리그 미디어데이가 팬들의 분노가 서린 트럭 시위, 근조 화환 시위로 얼룩졌다.

여자배구 페퍼저축은행 구단의 학폭 논란 이재영(26)과의 '접촉 사건' 때문이다. 지난 18일 지상파 KBS는 "페퍼저축은행 구단과 이재영 측은 두 차례 면담을 하고 입단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페퍼저축은행 구단도 "한 달 전에 두 차례 만남을 가진 건 맞다"고 시인했다. 

그러자 여자배구 팬들이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팬들의 분노 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보도 직후 다음날 트럭 시위, 근조 화환 시위까지의 전개 과정을 보면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여자배구 팬 사이트에서 팬들은 강력한 항의 표시를 관련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며 트럭 시위, 근조 화환 시위를 위해 모금 운동에 돌입했다. 문제는 보도가 밤 늦게 나왔기 때문에 다음 날 오전부터 바로 시위를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고,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막막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밤 10시에 모금을 시작했는데도 불과 1시간 40분 만에 170여만 원이 모아졌다. 그것도 1만 원~5만 원 사이의 입금자가 대다수였다. 매우 늦은 밤인데도 이재영 복귀 가능성 뉴스를 접한 팬들이 여자배구 팬 사이트로 속속 몰려들면서 강력한 응집력이 생긴 것이다. 이후 진행 과정은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여자배구 7개 구단의 팬들 중 트럭과 화환 시위 경험이 있는 팬들이 적극 나서 지원 사격을 했기 때문이다. 

팬들, 2시간도 안 돼 '시위 자금 170만 원' 모금

그렇게 해서 다음 날인 19일 한국배구연맹(KOVO)이 주최한 2022-2023시즌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가 열린 서울 청담동 리베라 호텔 앞에 트럭 시위와 근조 화환 시위가 벌어졌다. 또한 성남에 위치한 페퍼저축은행 본사,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의 연고지이자 홈구장이 있는 광주광역시청 앞에도 근조 화환 시위를 전개했다. 

팬들은 트럭과 근조 화환의 문구을 통해 "경기력 나빠도 응원했다. 학폭 응원은 못하겠다", "대한민국 배구 코트 위에 학교폭력 가해자의 자리는 없다", "학폭 가해자 OUT, 복귀 돕는 자 OUT", "학폭 가해자, 팬들과 화해? 여자배구 팬들은 화해할 생각이 없다", "팀 컬러가 젊은 선수들의 패기? 진짜 사람 패는 선수를 데려오면 어쩌나", "모기업은 불법 대출, 배구단은 학폭 영입" 등으로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특히 광주광역시청 앞에는 "민주화의 고장 광주에 무력행사 학폭범을 품으라니요"라는 화환을 설치했다. 

팬들은 20일과 21일에도 페퍼저축은행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트럭 문구에는 "학폭 선수 영입 계획, 영구히 전면 철회하라", "지금도 피해자 괴롭히는 학폭 가해자는 영원히 OUT" 등의 문구가 새롭게 등장했다.

시위 주최 측이 21일 여자배구 팬 사이트에 공개한 '모금 현황 중간 결산'에 따르면, 여자배구 팬들은 지난 18일 밤부터 20일 밤까지 단 2일 만에 무려 270만 원의 시위 지원금을 모았다. 배구 팬들의 시위 사례 중 초유의 '참여 열기'였다.

팬들은 페퍼저축은행 측이 공식적으로 이재영 영입 철회 선언과 대국민 사과를 할 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시위를 계속 이어갈 태세다. 특히 페퍼저축은행의 광주 홈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대대적인 시위를 전개할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페퍼저축은행 구단과 김형실 감독은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이재영과의 만남은 단순히 알아보는 차원이었다, 영입을 결정한 건 아니다, 추가로 만날 계획도 없다, 악재를 만들어 팬들에게 사죄 드린다 등등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러나 팬들은 대부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이다영 '모교 출입금지 통보' 사건... 두 달 전 '엄청난 비난'

사실 이번 '이재영 V리그 복귀 시도'에 대한 팬들의 비난 폭발은 이미 지난 8월 말 동생인 이다영의 '모교 훈련 퇴출 사건' 때부터 충분히 감지됐었다.

당시 이다영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감사하게도 모교에서 도와줘 야간에 개인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쌍둥이 자매의 모교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일부 팬들은 해당 지역 교육청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결국 경남교육청은 팬들의 질의에 대한 공식 답변을 통해 "학교폭력 사안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00 선수의 모교 방문 및 개인훈련 참가에 대한 사항은 재학생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학교 측의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결정되어야 할 사안으로 판단된다"며 "우리 교육청에서는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후 쌍둥이 자매 모교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학교 측은 교육청의 권고가 내려지자마자 모두 수용했으며, 곧바로 선수에게도 이 결정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다영은 모교에서도 개인훈련을 할 수 없게 됐다.

당시 배구 팬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까지 이다영을 향한 비난이 엄청났다. 이다영의 루마니아 출국 직전 인터뷰와 출국 기사가 이다영에게 매우 호의적으로 보도됐지만, 해당 기사들에 '화나요' 버튼이 1만 개가 넘게 찍혔다. 반면 '좋아요'는 600여개에 불과했다. 사회적 분노와 파장이 매우 큰 사건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반응이었다. 쌍둥이 자매 문제가 배구계 차원에서 해결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년 학폭 사태 때보다... '비난 강도·응집력' 더 거세

오히려 쌍둥이 자매를 향한 팬들의 비난 여론은 지난해 2월 처음 학폭 사태가 터졌을 때보다 반발 강도, 응집력, 행동력 등 모든 면에서 지금이 훨씬 강력해졌다.

쌍둥이 자매와 부모 입장에서는 그런 여론이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자업자득' 측면이 너무 많다. 쌍둥이 자매의 대응과 처신들을 돌아 보면, 학폭 사례 중 '최악'이었다. 

자필 사과문 삭제, 피해자 고소, 흥국생명 구단의 선수 등록 포기와 자유신분선수로 방출 등이 이어지며 팬들로부터 부정적 이미지가 쌓여갔다. 상황이 악화되자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그것이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 되고 말았다. 

이다영은 "저는 칼을 들고 욕을 했을 뿐이다. (피해자들을) 찌르지는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재영도 "당시에 이다영이 화가 나서 숙소에 있던 접이식 과도를 들고 말았다. 그러나 휘두르지는 않았다"고 거들었다. 이 발언으로 대중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결국 비난 여론으로 국내 리그에서 사실상 퇴출된 쌍둥이 자매는 해외 리그로 갈 수밖에 없었다. V리그에서 받았던 연봉의 1/10에 불과했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경찰, 피해자들 '무혐의' 처분... '사실적시 명예훼손' 또 고소 

그런데 이번 페퍼저축은행의 이재영 접촉 사건 이후 팬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추가 사실이 또 드러났다.

지난 19일 MBC는 "페퍼저축은행은 이재영의 사과를 영입의 전제 조건으로 말했지만, 취재 결과 피해자들은 사과를 받는 대신 명예훼손으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며 "이재영이 피해자에게 사과는커녕 오히려 법적 대응을 진행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이재영 측이 제기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3차례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를 받았다"며 "하지만 이재영 측은 곧바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이의신청을 하는 한편, 합의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여자배구 팬들은 페퍼저축행의 영입 시도에 '결사 저지' 의지를 더욱 불태웠다. 팬들은 쌍둥이 자매가 여전히 피해자들에게 고통은 안겨주는 방식으로 합의를 강요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국내 영구 퇴출' 유승준·강정호보다 '더 나쁜 사례'

이래저래 쌍둥이 자매의 국내 V리그 복귀는 더욱 어려워진 형국이다. 지금의 여론 반발력과 파급력을 보면, '국민 밉상'으로 낙인 찍혀 국내에서 사실상 '영구 퇴출'된 가수 유승준, 프로야구 강정호 선수보다 더 나쁜 사례로 대중들에게 인식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국내 프로구단이 쌍둥이 자매를 영입하려면, 자칫 배구단 유지는 고사하고 대중들의 불매 운동으로 모기업까지 휘청거릴 수도 있다. 

국내 복귀를 위해 쌍둥이 자매에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건, 백 마디 말보다 진정성 있는 책임감과 실천이었지만, 이미 너무 멀리 가버렸다. 이제 와서 대국민 사과를 한들, 배구 팬과 대중들이 그 진정성을 믿어줄지도 지극히 의문이다. 

오히려 이재영 복귀를 옹호하는 배구계 일각의 몰지각과 상황 인지 능력의 빈약함만 도드라지고 있다. '쌍둥이 자매와 접촉만 해도' 배구계 전체에 초대형 악재가 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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