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9년 KBO리그에 준플레이오프 제도가 생긴 이후 2008년까지 열린 18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모두 1차전 승리팀이 시리즈에서도 승리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전통이 있었다. 하지만 2009년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7로 패한 두산 베어스가 2, 3, 4차전을 내리 승리하며 오랜 징크스를 깨고 1차전 패배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첫 번째 팀이 됐다.

2010년대에도 1차전에서 패한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경우가 3번이나 있었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3년 연속 정규리그 4위 팀이 3위 팀을 꺾고 플레이오프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처음 18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이변이 2009년 이후 갑자기 늘어난 것은 2008년부터 준플레이오프가 5전 3선승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와 2020 도쿄 올림픽 일정으로 준플레이오프가 3전 2선승제로 열렸다.

따라서 2022년 준플레이오프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5전 3선승제로 복귀한 시리즈가 됐다. 정규리그 마지막날 LG트윈스의 도움 덕분에 극적으로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한 키움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IA 타이거즈를 한 경기 만에 제친 kt 위즈가 오는 16일부터 5전 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다. 과연 준플레이오프 관문을 통과해 LG와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놓고 다투게 될 팀은 어디일까.

[키움 히어로즈] 투타 슈퍼스타 앞세워 대형사고 준비
 
이정후 적시타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8회말 무사 1,2루 키움 이정후가 1타점 적시타를 쳐낸 뒤 김지수 코치와 주먹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이정후 적시타 9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8회말 무사 1,2루 키움 이정후가 1타점 적시타를 쳐낸 뒤 김지수 코치와 주먹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매년 시즌을 앞두고 우승후보를 전망할 때 키움을 우승후보로 꼽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키움은 잦은 트레이드를 통해 매년 핵심 선수들을 타 팀으로 보내고 어렵게 키운 슈퍼스타는 해외진출 자격을 갖추면 미련 없이 해외리그로 보낸다. 하지만 키움은 창단 후 첫 가을야구에 진출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9년 동안 8번이나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이는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빛나는 두산 베어스와 타이기록이다.

올 시즌에도 키움은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국민거포' 박병호(kt)를 떠나 보냈고 시즌 중에는 2021년 22홈런 83타점을 기록했던 주전포수 박동원을 KIA로 트레이드 시켰다. 유일한 보강으로 보였던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마저 6월까지 2할대 초반의 타율에 허덕였다. 그럼에도 키움은 올 시즌에도 여지 없이 정규리그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전문가들의 예상을 무색하게 했는데 올 시즌 키움의 선전에는 투타에서 맹활약한 두 '영웅'이 있었다.

이제는 키움뿐 아니라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타자가 된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정규리그에서 타율(.349), 최다안타(193개), 타점(113개), 출루율(.421), 장타율(.575)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이정후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지난해의 부자 타격왕에 이어 올해는 '부자 MVP'에 등극할 확률이 매우 높다. 여기에 푸이그도 전반기 부진을 씻고 후반기 타율 .316 12홈런 36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이정후와 함께 키움 타선을 이끌었다.

타석에 이정후가 있었다면 마운드의 영웅은 단연 '괴물 파이어볼러' 안우진이다. 프로 5년 차를 맞은 안우진은 30경기에서 196이닝을 던지며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 224탈삼진으로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224탈삼진은 지난해 아리엘 미란다가 세운 KBO리그 최다 탈삼진 기록(225개)에 한 개가 부족한 숫자다. 지난 8일 두산 베어스와의 최종전 이후 일주일을 쉰 안우진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 선발로 나선다.

키움은 2014년과 2019년 두 번에 걸쳐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모두 우승을 차지하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엔 정규리그 MVP와 투수부문 골든글러브가 유력한 투타의 최고스타를 거느리고 있고 이름값만 보면 '역대급'으로 부를 수 있는 외국인 타자도 있다. 후반기 흔들렸던 불펜진만 분발해 준다면 키움이 이번가을에 대이변을 일으킨다 해도 크게 놀랄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kt 위즈] 상승세와 경험으로 PO 노린다
 
 13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1차전 KIA 타이거즈와 kt wiz의 경기. 4회초 2사 주자 만루 위기를 넘긴 kt 투수 소형준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미소를 짓고 있다. 2022.10.13

13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1차전 KIA 타이거즈와 kt wiz의 경기. 4회초 2사 주자 만루 위기를 넘긴 kt 투수 소형준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미소를 짓고 있다. 2022.10.13 ⓒ 연합뉴스

 
지난 11일 LG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충격의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며 4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할 때만 해도 kt의 분위기는 초상집 같았다. 일부 야구팬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은 kt가 일찌감치 5위를 확정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준비한 KIA에게 연패를 당해 탈락할 수도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을 단 4경기로 정리해 버린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은 올 가을에도 전혀 식지 않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3회 첫 번째 기회에서 KIA의 '후반기 에이스' 션 놀린을 2.2이닝 만에 강판시킨 kt는 8회 2사 만루에서 배정대의 3타점 2루타가 터지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운드에서는 소형준이 5.1이닝을 2실점으로 막았고 김민수와 웨스 벤자민, 김재윤이 남은 3.2이닝을 5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다. 3일 전 6이닝을 소화한 선발 벤자민까지 투입할 정도로 이강철 감독의 '승부수'가 돋보인 경기였다.

이제 kt는 정규리그에서 8승 1무 7패로 kt를 상대로 우위를 점했던 키움에게 가을야구를 통한 설욕전에 나선다. 김민수와 주권, 김재윤으로 이어지는 필승조의 위력은 키움에 비해 다소 앞선 만큼 선발 싸움만 팽팽하게 유지되면 kt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이강철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키움에게 약한 고영표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등판했던 벤자민 대신 정규리그에서 키움을 상대로 2승 2.20으로 강했던 엄상백을 선발로 예고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배정대가 2안타 3타점, 결승타의 주인공 조용호가 1안타 2타점, 앤서니 알포드와 심우준이 나란히 2안타 1득점을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다만 주장 황재균과 홈런왕 박병호, 간판스타 강백호가 도합 10타수 무안타에 그치면서 공격의 맥을 끊었던 것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부진했던 강백호와 박병호, 황재균까지 타격감이 살아나면 kt는 시리즈를 훨씬 수월하게 이끌 수 있다.

지난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kt에게 유리한 조건에서 시리즈가 진행됐다면 키움을 상대하는 준플레이오프는 안방 이점을 빼앗긴 채 다소 불리하게 시리즈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kt 선수들에게는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와의 치열했던 정규리그 우승경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에게 완승을 거뒀던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이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발휘된다면 kt는 키움과도 충분히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2022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미리보기 키움 히어로즈 KT 위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