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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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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문건을 통해서는 확인이 안 된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MBC의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 관련 보도에 대해 '디스인포메이션(Disinformation: 허위로 조작된 가짜뉴스)'이라고 평했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을 방송문화진흥회가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발언을 근거로 미국에서조차 MBC의 관련 보도가 허위라고 인정했다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러나 13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 MBC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이 주장의 근거가 빈약함을 꼬집은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MBC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미국 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미국 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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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지난 9월 28일자 <중앙일보> 기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해리스 부통령은 윤 대통령과의 회담 중 허위정보와 가짜뉴스를 뜻하는 '디스인포메이션'란 단어를 거론하며 관련 폐해에 대한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라며 "다만 이와 관련해 국내 특정 언론의 구체적인 보도가 언급되진 않았다"라는 게 해당 보도의 골자였다.

이후 국민의힘은 해당 보도 중 앞부분만을 근거로 '미국에서도 MBC의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다'라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최초 기사에서조차 "구체적인 보도가 언급되진 않았다"라고 명시했는데, 의도적으로 해당 부분을 빼고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이 MBC 보도를 가리킨 것이라 단정한 셈이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지난 9월 30일 "해리스 부통령은 해당 논란에 대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며 '디스인포메이션'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라고 강변했다. "전문가도, 미국도 '사실이 아니며, 전혀 문제가 아니다'고 하는데, MBC와 민주당만 '바이든이 분명하며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라며 "정작 사과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면 침소봉대를 넘어 사실을 왜곡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MBC와 민주당"이라는 항변이었다.

전임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 역시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윤 대통령과 만남에서 MBC 자막 조작 사건에 대해 '디스인포메이션'이라고 입장을 밝혔다"라며 "민주당과 MBC가 국민을 현혹하고 정부를 저주하기 위한 주술용 주문"이라고 공격했다.

"미국 부통령이 가짜뉴스라고 정의" vs. "논점 잘못 짚은 것"
  
28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홍석준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28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홍석준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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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똑같은 논리로 MBC를 비난했다.

홍 의원은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향해 "얼마 전에 방문한 미국의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비속어 논란을 두고 혹은 바이든 논란을 두고 '디스인포메이션'이라고 정의한 보도를 보셨느냐?"라며 "주최국이자 최첨단 과학기술을 가진 미국의 부통령이 어떤 사안을 두고 '디스인포메이션'이라고 정의했다. 이 문제는 고의를 가진 잘못된 가짜뉴스다, 조작뉴스라고 미국이 이미 정의를 내렸다"라고 주장했다. "왜 MBC에서 이런 문제가 자꾸 발생하느냐?"라는 질타였다.

그러자 권태선 이사장은 작심한 듯, 해당 보도가 "소스를 밝히지 않고 '<중앙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해리스 부통령이 디스인포메이션이란 용어를 사용했는데, 그것이 '특정 언론의 특정 보도와 관련이 없다'라고 뒤에 부기가 되어 있었다"라고 짚었다. "만약에 (해리스 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하셨다면, 그것은 그동안에 이 사안을 두고 여러 가지 나왔던 발언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라는 반박이었다.

이어 "그렇지 않다면(해리스 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식의 보도는 조금 문제적"이라며 "왜냐하면 이 문제가 굉장히 '핫'하게 논쟁의 지점에 서 있는 사안인데, (윤석열) 대통령실이 이 부분에 대해서 보도자료를 낼 적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다. 미국 측 보도자료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양측의 공식적인 문서나 자료를 통해 해당 발언이 확인된 게 아니라는 취지이다.

그는 "그런데 익명의 소스조차도 인용하지 않고 '취재를 종합하면' 식으로 해서 보도한 내용"이라며 "그런데 이후에 마치 그것이 MBC 보도와 관련되어서 그런 발언을 한 것처럼 시중에 돌아다니는 것은 논점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청래 "불분명한 발언, MBC에 적용하는 게 '디스인포메이션'"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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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해당 발언이 실제 있었는지조차 불분명할뿐더러, 있었다고 하더라도 MBC 보도를 겨냥해서 한 발언이라고 볼 만한 근거가 없음에도 무리하게 이를 연결하고 있다는 반론이다.

그러자 상임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청래 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이 디스인포메이션이라고 말을 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뜻인가?"라고 물었다. 권 이사장은 "공식적인 문건을 통해서는 확인이 안 된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이 디스인포메이션 발언을 했는지도 불분명하고, 그것을 특히나 MBC 보도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디스인포메이션이다, 이런 뜻인가?"라고 재차 질문했다.

권 이사장은 "그것은 해석하시는 거에 따라서..."라면서도 "MBC 보도와 관련해서 발언한 것이 아니라고 <중앙일보> 보도에 되어 있다"라고 다시 강조했다.  

태그:#MBC,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 #국민의힘,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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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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