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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시 방삼마을의 600년 된 느티나무
 경기 안성시 방삼마을의 600년 된 느티나무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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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시의 한 작은 마을이 반으로 쪼개질 위기에 놓였다. 뒷산 너머에 들어설 물류단지 진입을 위한 4차선 도로가 마을 한가운데 날 예정이어서다. 주민들이 소음과 매연 등을 우려하며 거세게 반발하자, 안성시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오전 찾은 방삼마을은 600년 된 느티나무, 시골길을 따라 곳곳에 지어진 전원주택, 인근 칠곡저수지 등이 고즈넉하게 어우러진 동네였다. 총 130여 가구가 모여 사는데, 이 중 원주민은 28가구 정도다. 나머지는 전원생활을 꿈꾸며 찾아온 귀촌인들이다. 원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잔치를 열거나 협동조합을 만드는 등 공동체 활동이 활발한 곳이다.

이 조용한 마을에 최근 들어 '3.1운동 성지마을 관통도로 왠(웬)말이냐', '조용한 전원생활을 즐기고 싶어요', '마을 관통도로 결사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마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4차선 도로 건설이 예정됐기 때문이다.
 
물류단지 사업 대상지와 진입도로 조감도
 물류단지 사업 대상지와 진입도로 조감도
ⓒ 방삼마을 주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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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는 마을 인근에 들어설 물류단지로 통하는 진입로다. 물류단지는 민간개발업자 주도로 원곡면 지문리 53만여㎡ 부지에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안성시와 개발업자는 여러 노선 중 마을을 관통하는 안을 선택했다. 도로 개설 비용이 적게 든다는 등의 이유였다.

게다가 주민들은 4차선 도로가 마을을 관통할 것이란 사실을 불과 수개월 전까지 까맣게 몰랐다고 주장했다.

8년 전 방삼마을로 귀촌한 주민 박종군씨는 "그 누구도 우리에게 이 사실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6월 지주들로부터 우편물이 하나 왔는데, '물류단지 진입도로에 귀하의 토지가 포함됐다'는 내용이었다. 이 우편물을 받고 나서야 4차선 도로가 마을을 지나는 걸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계획대로라면 우리 집 밭으로 도로가 나는 것이고, 도로와 집과의 거리는 불과 10여 미터 정도다. 정말 화가 난다"며 "도로가 들어서면 마을이 쪼개질 것이고 애써 만든 공동체 역시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민 주장에 따르면, 개발업자 계획대로 도로를 놓으려면 마을 구조상 뒷산을 반으로 갈라야 하고 주택들이 늘어선 계곡에는 10m 이상 성토를 해야 한다.

주민들은 지난 7월 '방삼마을 관통하는 4차선 도로 결사반대 공동투쟁위원회(아래 공투위)'를 결성한 뒤, 8월에는 경기도청 앞에서, 9월에는 안성시청 앞에서 집회·시위를 벌였다. 이 자리에는 무려 80여 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이같은 반발에 안성시 관계자는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재 새로운 노선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도로 개설 사실을 사전에 주민에게 알리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행정 절차상 개발업자위 사업 시행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였다. 아직 주민 의견을 묻는 단계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경기 안성시 방삼마을 마을회관 앞 현수막
 경기 안성시 방삼마을 마을회관 앞 현수막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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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방삼마을, #안성시, #경기도, #4차선 도로, #물류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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