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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來蘇寺) 지구로 들어섰다. 투명하고 푸른 가을 하늘이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온다. 사찰 입구의 식당가부터 오디 주스, 도토리묵, 해물파전, 막걸리 등 부안의 특산물들이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일주문 입구에는 추정 수령이 7백년이나 되는 할머니 느티나무가 신목으로 모셔지고 있었다. 지금도 마을과 사찰이 합동으로 당산제를 지내고 있을 만큼 느티나무는 신령스럽게만 보인다.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
 
할머니 느티나무가 가지를 벌려 여행객들을 반긴다.
▲ 내소사 입구 할머니 느티나무가 가지를 벌려 여행객들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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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구름만 드문드문 보이는 새파란 하늘을 보며 내소사 경내로 들어섰다. 일주문을 지나면 나타나는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우리나라의 3대 전나무 숲길이자 변산팔경으로 불릴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아름드리나무는 바로 이렇게 울뚝 솟은 전나무들을 보고 부르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길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 내소사 전나무 숲길.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길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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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내소사의 은은한 종소리와 어우러지는 울창한 전나무 숲의 경치를 사랑했다고 한다. 높이 30m가 넘는 이 거대한 전나무들의 숲은 늦더위의 따가운 햇살을 모두 막아주고 있었다. 소나무와도 닮은 전나무에서는 특유의 향과 함께 올곧은 기상이 느껴진다. 600m에 이르는 숲길 곳곳에 퍼진 탐스러운 붉노랑상사화의 노란 꽃잎도 우리 가족의 여행을 반기고 있었다. 우리는 지저귀는 새소리가 반가운 숲길을 계속 걸었다. 

드라마 <대장금> 촬영장소와 천왕문을 지나자마자 수령이 천년이나 된다는 높이 20m의 느티나무가 시야를 압도하며 나타났다. 가지를 길게 내리고 있는 이 할아버지 느티나무는 일주문 앞의 할머니 느티나무와 짝을 이루는 느티나무이다. 전나무 숲길을 두고 마주한 이 두 느티나무는 직접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수백 년 동안 자손을 퍼트리면서 아직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수령 천년의 느티나무가 내소사를 보호하는 듯 우뚝 서 있다.
▲ 할아버지 느티나무. 수령 천년의 느티나무가 내소사를 보호하는 듯 우뚝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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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느티나무는 주변에 나무가 없으니 가지가 옆으로 거침없이 자라 있다. 이 느티나무 고목은 사찰 전각의 기와 지붕들과도 한 몸인 듯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었다. 나무 밑동을 둘러싸며 자라는 회청색 이끼마저 신령스러워 보였다. 

역시 당산나무는 품격이 느껴지는 나이 많은 느티나무가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령이 천년이면 고려시대 때부터 살아왔다는 이야기이니, 내소사의 국보는 이 할아버지 느티나무가 아닐까 싶다. 천년 동안 내소사 입구 한 자리에 서 있는 이 느티나무는 그동안 수많은 일들을 보아 왔을 것이다. 수령이 천년이나 되는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내소사 경내는 작은 축대가 거듭되면서 높아지는데, 그래서인지 사찰 건물들이 우러러 보이는 묘한 배치 속에 있다. 이 축대 앞에서는 높은 기둥 위에 세워진 봉래루(蓬萊褸)의 주춧돌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춧돌의 생긴 모습은 모두 제각각 다르게 생겼다. 큰 자연석을 가져와 크게 다듬지 않은 채 그 위에 나무 기둥을 세운 모습은 한국 목조건축의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다듬어지지 않은 큰 자연석의 주춧돌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 봉래루 주춧돌 다듬어지지 않은 큰 자연석의 주춧돌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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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보물인 내소사 대웅보전은 조선 중기인 1633년에 지어졌다. 지붕 아래의 공포가 매우 화려한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사찰 건축물이다. 대웅보전의 살짝 들린 추녀의 곡선은 건물 뒤쪽의 관음봉과 어울려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룬다. 
 
단청이 사라진 목조건물에서 자연 나무의 숨결이 느껴진다.
▲ 내소사 대웅보전. 단청이 사라진 목조건물에서 자연 나무의 숨결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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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보전은 단청이 퇴색되어 자연 나무의 느낌이 살아나는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자연석 축대 위에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나는 목재는 너무나 사랑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쇠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목재로만 끼워 맞췄으니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대웅보전의 주춧돌 또한 다듬지 않은 천연덕스러움을 느끼게 하니, 내소사 대웅보전은 자연스러운 우리나라 전통 목조건축 미학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하다. 

자연과 융화되는 내소사의 건축은 초화문(草花文)이 투각된 대웅보전의 8개의 문짝에서 꽃을 피운다. 정교하면서도 따뜻한 연꽃, 모란, 국화의 꽃살 문양을 보고 있으면 조상들의 마음이 섬세하게 전해지는 것만 같고, 문짝마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새긴 꽃살 문양에서 목공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하다. 절집의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마치 다정하고 예쁜 꽃밭 안에 들어선 것만 같다. 
 
연꽃과 국화의 꽃살 문양을 보면 조상들의 섬세한 마음이 전해진다.
▲ 대웅보전 꽃살문양 연꽃과 국화의 꽃살 문양을 보면 조상들의 섬세한 마음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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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수도하고 생활하는 설선당(設禪堂)은 기둥 높이와 지붕, 그리고 층마다 차이를 둔 공간 구성이 너무나 뛰어난 건축물이다. 크기가 다른 두 개의 맞배지붕이 정면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세련미마저 느껴진다. 아내도 이 설선당의 구조가 너무나 아름답다고 감탄을 한다.

여행 이후의 삶
 
지붕과 층마다 차이를 둔 공간 구성이 너무나 뛰어난 건축물이다.
▲ 내소사 설선당 지붕과 층마다 차이를 둔 공간 구성이 너무나 뛰어난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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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를 모두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일주문 앞 느티나무가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전라도 밥집에서 뽕잎 고등어백반과 해물파전으로 정말 풍성한 식사를 했다. 운전을 해야 해서 부안의 유명한 막걸리를 마셔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주차장으로 나오면서 참모싯잎 송편을 샀다. 참모싯잎 송편은 길가 노점의 할머니들이 파는 곳보다는 큰 가게에서 사는 것이 좋다. 우리는 송편과 찐 옥수수를 사서 차로 돌아왔다. 모싯잎 진초록색이 선명한 송편에서는 시골 송편의 투박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알이 가득 찬 옥수수는 여행 기간 내내 요긴한 간식거리가 되었다. 

내소사 자연에서 받은 에너지는 여행 이후의 삶에서도 큰 힘이 되었다. 이 여행을 생각할 때마다, 죽어서도 다시 소생하라는 내소사의 이름처럼 스트레스 속에 힘들어하는 뇌가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조상들이 정진하며 쌓아 온 정신세계가 나에게 다시 연결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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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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