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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간 10만쪽에 이르는 보완수사를 할 정도로 정성스럽고 치밀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 (2022년 7월 26일 대검찰청 보도자료, 2분기 '형사부 우수검사'로 양익준 검사 선정한 이유 중)

양익준 부산지검 형사2부 검사에 대한 평가다. 대검이 그 사례로 소개한 사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세금계산서를 허위 발행한 사장만 처벌받고 끝날 것 같았는데, 그 배후에는 조직적 대출 사기를 벌이는 '몸통'이 따로 있었다. 지역주택조합장의 단순 사기 사건인 것 같았는데, 시행사와 결탁해 다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검은 돈'을 은닉했던 상습적인 비리 사건이었다. 사실상 '재수사'다. 

일선에서 형사부 검사들은 격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까지 감안하면 '굳이, 왜?'라는 물음표가 떠오른다. 양 검사는 2017년 상반기에도 모범 검사로 선정된 바 있는데, 당시 소개된 사례들 역시 비슷했다. 후임병을 지속적으로 폭행한 군 가혹행위 사건을 '재수사'했다. 여러 청을 떠돌며 다섯 번이나 이송된 사건도 집요하게 추적했다. 그 결과 치매 노인을 상대로 10억 원대 사기를 벌인 일당을 구속시킬 수 있었다. 

또한 양 검사는 최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묻는 말에 재산 문제로 가족 간에 법적으로 다퉜던 경우를 수사했던 사례를 꼽았다. 그는 "수사를 통해 실체를 밝히고 가족들이 화해하면서 좋게 마무리됐다"면서 "억울하게 몰렸던 사람이 무척 고마워했는데 그 기억이 두고두고 남는다"고 답을 하고 있었다. 올해로 검사 생활 14년차. 사건에 경중이야 당연히 없지만, 그래도 굵직한 사건을 꼽아도 되는데, 굳이 왜? 

이런 물음표를 품고 지난 10일 부산지검 사무실에서 양 검사를 만났다. 일단 눈길을 잡아 끈 것은 그의 책상 앞에 잔뜩 쌓여 있는 사건 기록들이었다. 서류 편철 끈으로 묶여 있는 두툼한 덩어리들 때문에 발돋움을 해야 그의 자리가 겨우 보일 정도였다. 양 검사는 "한 권에 얼추 300페이지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2021년 검찰 수사 시스템에 등록된 사건 기록만 10만 쪽이라고 했으니, 저런 덩어리들이 333권 정도 된다는 이야기다. 그의 사무실을 가득 채울 정도 양이다.

"피해자 처벌할 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양익준 부산지검 형사2부 검사.
 양익준 부산지검 형사2부 검사.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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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부 소속 검사들이 격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안다. 2021년 한 해 동안 수사를 몇 건이나 했을까. 

"한 달에 150건에서 200건 정도 송치가 되는 것 같다. 휴일을 빼면 하루에 7건에서 10건 정도? 사실, 만만치가 않다."

- 2017년 우수 사례, 그리고 최근 우수 사례, 내용적으로 봤을 때 재조사나 재수사에 해당하는 경우로 보인다.
 

"사건에는 당사자가 있지 않나. 피의자든, 피해자든, 적정하게 처리 안 하면 억울한 사람이 생긴다. 그래서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죄에 상응하는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면 구속돼야 하는 것이고, 또 필요하면 무혐의가 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억울함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 일반론으로 들린다. 2017년 군 가혹행위 사건의 경우는 어땠나.

"피해자가 전역 후에도 계속 트라우마에 시달려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못할 정도였다. 피해자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었고, 그로 인해 얼마나 힘든지 호소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송치된 내용이 적다고 봤다. 그렇게 다뤄서는 안 되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비록 군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렸으니까. 물론 피해자 진술을 다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100을 얘기하는데, 그중 10에서 20만 송치된다? 그럼 피해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억울하지 않겠나. 그 피해가 어느 정도 되는지 확인해야 할 책임이 검사에게 있다."

- 그래도 결국 입증이 어렵기에 10에서 20만 넘어올 수 있지 않나. 그렇게 보면 추가 입증은 사실 어려운 것 아닌가. 그런데도 굳이 왜?

"저도 그게... '나는 왜 이럴까' 가끔 생각한다. (웃음) 그런데 못 넘어가겠더라."

-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세계일보>를 통해 재산 문제로 가족 간에 법적으로 다퉜던 경우를 꼽았다. 왜 그 사건이었나.
 

"피해자를 처벌할 뻔했으니까. 가족까지 피고소인의 증인으로 나서면서 고소인이 오히려 무고로 몰렸던 사건이었다. 이상해서 하나 하나 다 물어보고 대질까지 해보니까 결국, 그게 아니었다. 만약 내가 그때 그냥 넘어갔으면, 오히려 피해자를 몰아붙였다면 어떻게 됐겠나. 그 사건 이후 정말 조심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빨리 억울함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 검사"
 
양익준 부산지검 형사2부 검사.
 양익준 부산지검 형사2부 검사.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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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양익준 검사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수능시험을 100일 앞두고 일어난 추락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2001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했다. 2005년 학교를 졸업하고 2007년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여러 매체가 '1호 휠체어 검사'로 그를 소개했다. 당시 양 검사는 법조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피해자 구제 업무와 사법 정의 실현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물었다. 판사도 할 수 있고 변호사도 할 수 있는 일 아니냐고, 왜 굳이 검사였느냐고.

"변호사 역할, 판사 역할 다 엄청나다. 중요하다. 그런데... 검사 역할은 결국 그거다. 가장 빨리 억울함을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잠시 시간을 뒀다가 웃으면서) 잘해야죠."

2010년 2월 검사 생활을 시작한 양 검사는 조세부에서 일한 6개월을 제외하고 모두 형사부에서 일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인천지검, 대전지검, 의정부지검, 서울중앙지검, 부산지검 등 그가 일했던 곳이다. 

- 그때마다 부모님도 이사하셨나.

"하... 예."

- 부모님이 나를 돌아보게 하는 원천이라고 했는데.

"나란 존재의 근원이시기도 하고, 내가 엄청 힘들었지 않나. 내가 다치지 않았다면 그런 힘든 과정을 겪지 않으셨어도 될 텐데. 함께 걸어주신 고마움, 감사함, 그런 게 자연스럽게 내재되는 거 같다. 결국 나란 존재가 사회에서 하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결국 부모님의 헌신, 희생 때문이구나. 철이 드니까 알겠더라(웃음). 그런 감사함이 있다보니까 좀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그 기준은 뭔가.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 그 연장선에 있다. 내가 대하는 피의자, 내가 대하는 피해자, 모두 누군가의 가족 아닌가. 그러니까 좀 더 잘해야겠다. 억울함이 없어야겠다. 피의자가 행한 이상으로 처벌하면 안 되는 거고, 피해자도 자신이 당한 것만큼 일종의 해소가 있어야 하는 거고. 오판하지 않고 적정하게, 그렇게 잘해야겠다. 그게 나에게 주어진 일이다."

"내가 꼭 휠체어로 주목받아야 할까"
 
양익준 검사가 함께 일하는 검찰 수사관과 대화를 나누다가 크게 웃고 있다.
 양익준 검사가 함께 일하는 검찰 수사관과 대화를 나누다가 크게 웃고 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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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는 어떤 사람인가.

"검사는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 그게 더 맞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판단이 정확해야 하고, 치우침이 없어야 하고, 팩트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끈기도 있어야 한다. 성심 성의껏 하는 자세도 있어야 하고, 억울한 사람도 만들면 안 되지만, 중한 범죄가 빠져나가게 해서도 안 된다. 그렇게 하려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도 사람이기 때문에 오판할 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실수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 휠체어 검사 1호란 말은, 어떤가.

"솔직히 좋진 않다. 내가 꼭 휠체어로 주목받아야 할까. 그래도... 현실은 현실이니까. 다만 계속 (검찰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휠체어를 탄 검사는 아직 나뿐인 것 같아서."

- 2010년 2월 SBS 인터뷰 리포트 첫 문장이 '장애는 둘째치고 이렇게 선한 얼굴로 어떻게 검사 생활을 할 수 있을까?'였다. 비슷한 시기 <문화일보>에 실린 기사 첫 문장은 '맑은 웃음이 가슴에 와 닿았다'였다. 살다보면 인상이 바뀐다고 하는데, 그때와 비교해서 어떻다고 자평하나.

"나는... (잠시 생각하더니) 똑같은 것 같다(웃음)."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나는 보통 검사다. 내가 뭐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저희 검사들, 부족하지만 최선 다하고 있다. 진짜, 정말이다. 억울함 없이 사건을 처리하려고 하는 그런 마음, 그런 노력을 조금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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