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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한때 가맹점주였으며 지난해까지는 프랜차이즈 기업의 관리자로도 근무했습니다. 이 기사는 자영업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임을 밝힙니다.[기자말]
당당치킨. [홈플러스 제공]
 당당치킨. [홈플러스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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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홈플러스가 6990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에 출시한 일명 '당당치킨'이 화제에 올랐다. 이 치킨이 출시되자 '이 가격이 실화냐?'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언론은 이 이슈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새삼스럽지 않은 풍경

현재 프랜차이즈 치킨 업주들은 물론 독립 자영업자들까지 대형마트가 골목상권까지 고사시키려 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풍경에 기시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잖을 듯싶다. 사실 새삼스럽지 않은 풍경이기 때문이다.

12년 전인 2010년, 롯데마트가 '통큰치킨'이라면서 5000원 치킨을 내놨을 때도 똑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파격적 가격'이라는 이슈에 사람들은 줄을 섰고, 이를 본 동네 자영업자들은 대기업이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동네 영세 자영업자들 죽이려 한다고 반발했다. 물론 이 반발에 프랜차이즈 본사도 슬며시 밥숟가락을 올리며 엄살을 부렸다.

그런데 이런 논란의 원조는 '이마트 피자'다. 당시 6500원짜리 냉동 피자를 시작으로 45cm의 대형 피자를 1만 원대 팔면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리고 당연히 동네 피자가게 사장들의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그렇다면 이 재방송이 왜 새삼 화제에 오른 것일까? 그건 최근 고물가에 대한 국민의 저항 심리가 한몫했다고 본다.

사실 홈플러스의 '당당치킨' 출시는 예나 지금이나 대형마트의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특히 8월 11일, 홈플러스 관계자의 유튜브 인터뷰 영상이 그러했다. 영상에서 홈플러스 관계자는 "(치킨을 팔아도) 안 남는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 6990원에 팔아도 남는다"라고 주장하며 시쳇말로 동네 치킨 가게 사장들의 염장을 질렀다.

이에 치킨 가게 사장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분노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만약 이것이 홈플러스의 의도된 노이즈 마케팅이었다면 그 의도는 제대로 먹힌 듯하다. 수많은 언론이 이를 기사화했고 필자 또한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업종별 영업이익률(산업연구원)
 업종별 영업이익률(산업연구원)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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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이 다른 마트 치킨

"왜 비싸겠어요? 프랜차이즈 치킨 경우는 본사의 높은 유통 이윤이 제일 문제죠. 그 유명한 애플에 대해서도 경제 전문가들이 애플의 3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은 지나치다며 폭리 논쟁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대표 치킨 브랜드 중 하나가 영업이익률이 30%가 넘어요. 엄청난 R&D 비용이 투자되는 최첨단 IT 업종도 아닌, 일개 치킨 원부자재 유통사의 영업이익률이 애플하고 맞먹는다는 걸 이해할 수 있나요? 도소매 업종 경우 평균적인 영업이익이 매출에 10%가 채 안 되다고 하는데(위 도표 참조) 그와 비교하면 정말 지나친 거죠."


대형 치킨 브랜드 가맹점주였으며 가맹점주단체의 협회장으로도 활동하는 A씨는 이번 논쟁과 관련해 프랜차이즈 치킨의 비싼 가격에 대해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현재 치킨 가게 사장들은 홈플러스의 '그래도 남는다'라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생닭 납품가 등을 거론하며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무슨 의미일까 싶다. 마트 치킨이 남든 안 남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고 왜 마트 치킨보다 동네 치킨 특히 '프랜차이즈 치킨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당당치킨'으로 대표되는 대형마트 치킨은 이미 다 갖춰진 인프라(건물, 인테리어, 설비, 판매대 등)에 메뉴만 올린 것이다. 따라서 판매 시설을 갖추기 위한 부대 비용뿐만 아니라 임대료에 대한 부담도 거의 없다. 사용되는 원부자재(생닭, 튀김가루, 식용유 등)는 자신들의 본업인 대형유통망을 무기로 아주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광고비 부담도 없다. 유명 프랜차이즈들조차 모두 입점한 배달 앱 광고에서 대형마트는 자유롭다. 심지어 광고를 전혀 안 해도 상관없다. 매일 유입되는 손님들에 의한 입소문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은 언론이 알아서 홍보해 주고 있다.

마트는 해당 상품에 대한 이윤 또한 최소화할 수 있다. 마트 안에 수익 상품이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어차피 이런 저가 치킨은 미끼 상품일 뿐 주력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 치킨브랜드의 가맹시 초기 부담금
 모 치킨브랜드의 가맹시 초기 부담금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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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0원 치킨도 남는다는데?

그렇다면 동네 치킨 자영업자의 영업환경은 어떠할까? 앞서 점주 A씨의 주장처럼 프랜차이즈 치킨 경우, 가맹한 점주들은 본사의 이윤까지 더한 비싼 원부자재를 반드시 본사로부터 구매해야 한다. 그런데 이조차도 마트 치킨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가맹점은 창업 시 발생하는 사업 초기 투자 비용만 수억 원에 달한다(임대 보증금, 가맹비, 인테리어 및 주방 설비비 등). 이 비용은 사업주 자신의 인건비와 별도로 회수해야 하는 비용이다.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한 사업을 경제에서는 '실패한 사업'이라 한다. 그런데 상당수 우리나라 외식 자영업자 현실은 투자금 회수는커녕 자신의 인건비도 겨우 가져간다.

임대료 또한 자영업자에게는 상당한 부담금이다. 오죽하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높은 임대료에 원주민이 쫓겨가는 현상)'이란 단어까지 등장했다. 임대료는 입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입지가 좋은 곳은 7, 8평의 작은 상가 월세가 200여만 원에 달한다. 입지가 나쁘면 임대료가 싸지만, 싸다는 건 장사가 안된다는 뜻이다.
 
모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의 광고비 부담, 브랜드마다 다르다.
 모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의 광고비 부담, 브랜드마다 다르다.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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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포화된 치킨 시장은 광고비의 과다 지출을 부추긴다. 혹자는 '프랜차이즈 경우는 본사가 알아서 광고해주지 않느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광고비 중 상당액은 가맹점주의 주머니에서 나간다. 여기에 점주의 판단에 따라 별도로 진행하는 광고·판촉 비용도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배달 앱 광고다.

여기에 마트 치킨은 당연히 손님이 포장해 가지만 대부분의 치킨 가게는 배달을 한다. 따라서 인건비와 경비(배달 대행비 포함) 부담도 상당하다. 물론 이 또한 혹자는 손님이 배달비를 부담하고 있지 않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배달 비용 일부도 가게가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프랜차이즈 치킨의 영업환경은 도저히 마트 치킨과 비교할 수 없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어찌 됐든, 이 또한 시간의 차이일 뿐 잠잠해질 화젯거리라고 본다. 아무리 고물가 시대에 가격 저항이 남다르다 해도 이마트 피자 때도 그러했고 롯데의 통큰치킨 때도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의 '당당치킨' 또한 시간이 지나면 대중의 관심은 시들해질 것이다.

그건 우리가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을 비싸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여전히 소비하는 이유에 있다. 심지어 현재의 '당당치킨' 논란에도 그 이유가 있다. 바로 우리가 기업의 광고 전략에 알게 모르게 선동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미니멀리즘>이라는 다큐멘터리에 기업 광고와 관련하여 이런 대사가 나온다.

"생각해봐요, (기업들이) 수억 달러를 들여 이게 필요하다고 말(광고)해주는데 이 제품을 사지 않으면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어요?)"

"(기업의) 최종 목표는 항상 같습니다. 물건(음식도 마찬가지다)을 많이 사게 하는 겁니다."
 

BBQ 회장은 몇 달 전 가맹점주를 위해 '이제 치킨 가격은 3만 원 정도 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했다. 거꾸로 홈플러스는 소비자를 위해 초저가의 치킨을 출시한다며 자신들은 다른 기업인척했다. 이렇게 두 기업의 행보는 서로 대척점에 있는 듯해 보인다. 그러나 그 본질은 같다고 본다.

위 <미니멀리즘>의 대사처럼 이들 기업의 본질은 더 많은 매출, 더 많은 이익에 있다. 그 대상이 한쪽은 치킨이고 다른 쪽은 치킨이 아닐 뿐이다. 

태그:#당당치킨, #프랜차이즈, #치킨, #마트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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