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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외교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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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부는 박진 외교부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회담이 열린 다음 날인 지난 10일,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언론 보도문을 내놨다. 보도문 맨 마지막엔 이례적으로 다음과 같은 평가가 적혀 있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8월에 개최되어 ▲한중관계 미래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공급망, 문화콘텐츠 등 양 국민과 기업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에서의 실질협력 강화방안을 적극 발굴·추진하며 ▲상호 이해 제고와 현안의 원만한 관리 그리고 공동이익의 모색을 위한 한중 간 전략적 소통을 내실화하는 데 큰 의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같은 날에 나온 중국 외교부의 발표문을 한국 외교부의 발표문을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도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가 외교부의 평가처럼 긍정적이지만은 않았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중국 발표엔 있지만 한국 발표엔 빠진 것 : 사드,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배출

우선 눈에 바로 띄는 것이 중국 쪽 발표엔 들어 있지만 한국 쪽 발표엔 빠진 내용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드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배출 문제다.

중국 외교부는 발표문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양측은 사드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의 안보 우려를 중시해 양국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선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쪽 발표문에는 사드의 '사'자도 찾아볼 수 없다.

같은 날 중국 외교부의 왕원빈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한국 정부가 '3불(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와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 - '1한(사드 운용을 한반도로 제한)'을 공식화했다고 강조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사드 문제는 회담 전부터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의 최대 관심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외교부가 보도문에서 이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은 것은, 중국의 고압적인 태도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곤란한 문제를 일단 피하고 보자는 '닭 머리 땅에 박기' 전술로 읽힌다. 사안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한중 외교 당국 언론보도문 전문을 첨부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 외교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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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외교부의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 발표문>

한중 외교장관 회담(8.9) 결과(한국 외교부 보도자료)

□ 박진 외교부 장관은 8.9(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이(王毅, WANG Yi)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 및 만찬을 갖고, △한중 양자관계, △한반도 및 지역ㆍ국제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였다.

□ 양 장관은 한중관계가 1992년 수교 이래 지난 30년간 한중관계가 정치, 경제 및 사회ㆍ문화 분야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발전해 왔음을 평가하고, 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양국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미래 협력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였다.

◦ 양 장관은 양국이 수교 30주년을 다채롭고 뜻깊게 기념하자는 데 공감하고, 작년에 출범하였던「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의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연례 1.5 트랙의 양측 전문가 간 소통 플랫폼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였다.

◦ 특히, 박 장관은 한중관계의 미래 발전 방향 협의를 이끌어나가고 지역ㆍ글로벌 차원의 분야별 소통ㆍ협력을 촉진해 나가기 위해 양 외교부 간 「한중 미래발전을 위한 공동행동계획*」을 제안한바, 양 장관은 양측 간 후속 협의와 검토를 거쳐 이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 △고위급 전략적 소통 및 현안 관리, △공급망 등 실질협력, △문화인적 교류 활성화 노력, △지역 및 글로벌 평화ㆍ번영 기여 등으로 구성 / 외교안보대화(2+2), 공급망 대화, 해양협력대화, 탄소중립 협력 등 새롭게 포함

□ 양 장관은 신정부 출범 후 양국 간 정상을 포함한 긴밀한 고위급 소통·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평가하고, 한중간 고위급뿐 아니라 각종 대화체 가동을 더욱 활성화해 나갈 필요성에 공감하였다.

◦ 특히, 양 장관은 차관급 전략대화를 하반기 조속한 시일 내 서울에서 대면으로 개최하기로 하고, 외교·국방 차관급 대화(2+2)도 연내 추진키로 하는 등 양국 간 외교ㆍ안보 분야에서의 전략적 소통을 심화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 박 장관은 상호 편리한 시기에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기대한다고 하고, 연내 왕 위원의 방한을 초청하였다. 왕 위원은 양 정상을 포함한 고위급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양측 간 이를 위해 긴밀히 조율해 나가자고 하였다.

□ 양 장관은 지난 30년간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어 온 한중 간 경제 협력을 새로운 환경에 맞춰 질적으로 도약시켜 나갈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 특히, 양 장관은 한중간 촘촘히 연결된 공급망은 양 국민의 일상생활과 기업의 활동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소통과 대화를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 양 장관은 지난 7월 재개된 한중 FTA 서비스ㆍ투자 후속 협상을 가속화시켜나가는 동시에, DEPA*, RCEP** 등 역내 다자 협의체 관련 소통ㆍ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또한, 21세기 중반까지의 탄소중립 실현 및 미세먼지ㆍ기후변화 관련 협력도 심화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igital Economy Partnership Agreement) : 한국, '21.10월 가입 절차 개시 / 중국, '21.11월 가입 공식 신청
**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Economy Partnership Agreement) : '22.2월 발효

□ 양 장관은 한중관계 발전의 토대인 양 국민 간 우호감정을 증진하고 코로나 종식 이후를 대비하여 그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축되었던 인적교류를 활성화해 나가기 위한 다양한 창의적 해법에 대해 논의하였다.

◦ 박 장관은 특히 문화콘텐츠 교류가 양 국민, 특히 젊은 세대 간의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영화ㆍ방송ㆍ게임ㆍ음악 등 분야 교류를 대폭 확대해 나가자고 하였다.

◦ 이에, 왕이 위원은 중측은 한중관계의 중요한 일부분인 인적·문화적 교류 강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노력해 나가자고 하였다.

◦ 아울러, 양 장관은 인천-베이징 직항편이 7.23부로 재개되었음을 평가하고, 양국 항공 당국 간 현재 협의 중인 인천-상하이 직항편을 비롯한 추가 항공편도 원만히 재개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 양 장관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였다. 박 장관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에 나선다면 북한 경제와 주민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담대한 계획'을 포함 정치·경제·안보적 상응조치를 담은 비핵화 로드맵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하였다. 또한 북한이 도발 대신 대화와 외교의 길을 선택하도록 중측이 건설적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 박 장관은 북한이 끝내 도발을 감행할 경우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단합하여 단호하게 대응해야 함을 강조하고, 앞으로도 북핵 문제 관련 한중간 긴밀한 소통을 이어 나가자고 하였다.
◦ 왕 위원은 중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가능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 양 장관은 다양한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문제에 대해서도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였다.

◦ 박 장관은 한중 양국이 보편적 가치와 규범의 정신에 입각하여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지역·글로벌 평화·번영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를 바라며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새로운 협력을 모색해 나갈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 또한 박 장관은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해 한중일 3국 간 소통과 협력의 필요성이 크며,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왕 위원은 한국의 노력과 역할을 적극 지지한다고 하였다.

◦ 한편 박 장관은 올해 양국 30주년 및 국가 행사 관련 상호 협력 경험 등을 감안하여, 중측이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8월에 개최되어 △한중관계 미래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공급망, 문화콘텐츠 등 양 국민과 기업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에서의 실질협력 강화방안을 적극 발굴ㆍ추진하며, △상호 이해 제고와 현안의 원만한 관리, 그리고 공동이익의 모색을 위한 한중 간 전략적 소통을 내실화하는데 큰 의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 바로가기)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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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毅同韩国外长朴振举行会谈(중국 외교부 발표)
2022-08-10 11:30

2022年8月9日,国务委员兼外长王毅在山东青岛同来华访问的韩国外长朴振举行长时间会谈。

王毅强调,双方要总结建交30年积累的有益经验,把握好两国关系发展正确方向,开辟下一个共同发展繁荣的30年。作为邻国相处之道,彼此政策应当保持连续性稳定性。

朴振说,面对全球动荡加剧、世界进入大转型时期,韩方愿以两国建交30周年为契机,在韩中战略伙伴合作关系的基础上,相互尊重、平等互利,开展开放包容合作,使两国关系更加成熟健康。

双方同意办好建交30周年庆祝活动,为双边关系注入更多正面稳定预期。

双方商定尽快商签两国外交部门关于中韩关系未来发展的共同行动计划。同意年内举行两国外交部门高级别战略对话和外交安全"2+2"对话,积极推进中韩关系未来发展委员会共同研究工作,探讨将此打造为1.5轨沟通机制和官产学交流平台。

双方同意加快中韩自贸协定第二阶段谈判,争取尽快达成一致。同意就维护产供链稳定事宜开展对话,致力于产供链的完整、安全、畅通、开放和包容。坚持贸易投资自由化,遵守世贸规则,坚持非歧视、非排他、公开、透明原则。

双方同意办好"中韩文化交流年"闭幕式活动,开好人文交流促进委员会会议,加强中韩人文、媒体等领域交流合作。增加更多直航航班,进一步便利人员往来。

双方就"萨德"问题深入交换了意见,阐述了各自立场,认为应重视彼此安全关切,努力予以妥善处理,不使其成为影响两国关系的绊脚石。

双方继续高度关注日本核污染水排海动向,认为日方需要同利益攸关方进行充分协商。

双方就朝鲜半岛局势交换了意见。王毅表示,南北双方是半岛的真正主人,中方支持南北改善关系,坚持"分阶段、同步走"和"双轨并进"思路,推进半岛无核化,构建半岛和平机制,中方将继续发挥建设性作用。
  
왕이, 박진 외교장관과 회담(기자 번역본)
2022-08-10 11:30

2022년 8월 9일, 왕이(王毅)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은 산둥성 칭다오에서 박진 한국 외교부장과 장시간 회담을 했다.

왕이 부장은 "수교 30년 동안 축적된 유익한 경험을 종합해 양국 관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공동 번영하는 다음 30년을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웃 나라가 함께 잘 지내기 위해서는 정책은 연속성,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 장관은 "세계적 불안정이 고조되고 세계가 대전환에 접어드는 시점에 양국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한·중 전략적 동반자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과 평등, 상호 이익, 개방·포용 협력을 통해 양국 관계를 더욱 성숙하고 건강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양측은 수교 30주년 경축행사를 잘 개최하여 양국 관계에 보다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기대를 심어주기로 했다.

양측은 가능한 한 빨리 양국 외교 부문의 중한관계 미래 발전에 관한 공동 행동 계획에 상호 서명하기로 합의했다. 연내 양국 외교부 고위급 전략대화와 외교안보 '2+2' 대화를 개최하고,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공동연구도 적극 추진해 이를 1.5트랙 소통체계와 관산학 교류의 장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양측은 중한 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을 가속해 조속한 합의를 이끌어내기로 했다. 산업 공급망의 안정 유지에 관한 대화를 전개하는 것에 동의하며, 산업 공급망의 완전, 안전, 원활, 개방과 포용에 힘쓰고 무역투자 자유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 준수, 비차별·비배타·공개·투명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양측은 '중한 문화교류의 해' 폐막식 행사 개최, 인문교류추진위원회 회의 개최, 중한 인문 분야 등 교류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더 많은 직항 항공편을 늘려 사람들의 왕래를 더욱 편리하게 하기로 했다.

양측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 각자의 입장을 논했으며, 서로의 안보 우려를 중시해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선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바다 배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일본 측이 이해 관계자들과 충분한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양측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왕 부장은 "남북은 한반도 문제의 진정한 주인"이라며 "중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와 관련해 '단계적·동시적' 해법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상의 동시 추진)' 구상을 견지하면서, 한반도 무핵화(비핵화)를 추진하고,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 바로가기)


중국 "일본 해양오염수, 충분 협의 필요"... 한국 "한중일 소통·협력 필요성"
 
2021년 2월 13일 도쿄 북쪽 후쿠시마현 오쿠마시에 있는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2021년 2월 13일 도쿄 북쪽 후쿠시마현 오쿠마시에 있는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 교도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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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 문제는 한국 외교부 쪽 발표문에는 전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 27일 일본의 오염수 방출 결정에 관해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에 중국의 문제 제기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을 리 없을 터이다. 중국 쪽만 "양측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바다 배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일본 측이 이해 관계자들에게 충분한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쪽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문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해 한중일 3국 간 소통과 협력의 필요성"과 "의장국으로서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노력"을 말하는 과정에서 '일(본)'을 거론했을 뿐이다. 이 대목을 뜯어보면, 되도록 일본이 불편해하는 사안을 피하려는 한국 쪽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관해 자신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되풀이한 데 비해 한국 쪽이 이를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넘어간 것도 눈에 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와 관련해 왕 부장은 '단계적·동시적' 해법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상의 동시 추진)' 종래 중국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 쪽은 북한이 도발 대신 대화와 외교의 길을 선택하도록 중국 쪽이 건설적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고, 왕 부장이 "중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가능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국 쪽에는 발표문에는 들어 있지만 중국 쪽에는 없는 것도 있다. 한국 쪽 발표에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 기대와 왕 부장의 방한 초청이 들어 있지만, 중국 쪽은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또 중국 쪽 발표에는 한국 쪽에 들어 있는 "중(국)측이 부산세계박람회 유지를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한 대목도 빠졌다.

한중, 사드·한반도 문제에 이견 안 보였다?... 착시
 
2017년 5월 31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옛 롯데골프장에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가 배치되어 있다.
 2017년 5월 31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옛 롯데골프장에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가 배치되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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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문의 구성과 강조점에서도 양쪽은 큰 대조를 보였다. 중국은 발표문 첫 부분에 양쪽 장관의 기본적인 입장을 서술하고 각론을 발표했다. 반면 한국 쪽은 양쪽 장관의 총론적인 입장을 생략하고 바로 각론을 서술했다. 특히 중국 쪽은 한국의 정권이 진보에서 보수로 바뀌면서 표출되는 반중적인 정책을 견제하려는 듯 총론에서 "이웃 나라가 함께 잘 지내기 위해서는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왕 부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한국 쪽은 되도록 양쪽이 이견을 보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피하거나 추상적으로만 언급한 채 넘어가려는 방향에서 발표문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그러다 보니까 양국의 교류·소통·협력 부문을 장황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한국 쪽 발표문의 길이만 해도 중국의 2배 이상이 된다. 한국 쪽 자료만 보면, 한중 외무장관 회담이 사드, 한반도 문제 등에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교류와 협력의 토대를 닦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국 쪽 발표는 짧으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핵심 주장은 빼놓지 않고 모두 담았다. 예를 들어 미중 경제패권 경쟁과 관련해 주목되는 공급망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 쪽은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소통과 대화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뭉뚱그렸지만, 중국 쪽은 "산업 공급망의 완전, 안전, 원할, 개방과 포용에 힘쓰고 무역투자 자유화, 세계무역기구 규칙 준수, 비차별·비배타·공개·투명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며 촘촘하게 견제망을 깔아놨다.

발표자료에 드러난 이견의 흔적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문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회담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문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회담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 중국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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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양쪽의 외교장관 회담 결과 발표문을 꼼꼼하게 뜯어보면, 한국 외교부의 평가와 달리 이견과 갈등이 매우 많았던 회담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양쪽이 공동발표를 하지 않고 각자 편리한 대로 발표하는 것이어서 내용 구성이나 강조점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 쪽이 사드 문제를 비롯해 주요 관심사를 아예 발표문에서 생략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와 외교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큰 두 나라가 으르렁대는 시기에 그 중간에 끼어 있는 작은 나라 한국이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는 것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난제 중의 난제다.

이럴 때일수록 작은 나라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세판단과 일관성 있는 원칙일 것이다. 있는 것을 있는 대로 보고 판단하고 설명하고, 어느 상대와 만나서도 자신의 말을 바꾸지 않는 자세와 원칙이 중요하다. 한국 외교부의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 발표는 이런 점에서 한국 외교가 과연 대전환기에 필요한 지혜와 역량이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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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논설위원실장과 오사카총영사를 지낸 '기자 출신 외교관' '외교관 경험의 저널리스트'로 외교 및 국제문제 평론가로 일하고 있다. 한일관계를 비롯한 국제 이슈와 미디어 외에도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1인 독립 저널리스트를 자임하며 온라인 공간에서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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