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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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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참모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적극 방어하고 나섰다.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중부지방에 쏟아지던 날인 8일 밤, 윤 대통령이 전화로 재난상황을 '재택 전화지휘'한 것을 두고 다음날인 9일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비호에 나선 것. 

특히 온종일 야권의 공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자, 대통령실 참모들이 "국가적 재난 상황은 정쟁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면서 반박 또 재반박을 통해 적극적인 방어막을 폈다.

"전화로 뭘 점검?" → "집에서 보고 받고 지시, 대통령 있는 곳이 상황실"

방어의 시작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시작됐다. '전화지휘'를 했던 윤 대통령을 향해 야당 의원들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 등 비판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어제 정부의 재난 대응을 실시간으로 점검해야 할 윤석열 대통령은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자택에 고립된 대통령이 도대체 전화통화로 무엇을 점검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이 사실상 이재민이 되어버린 상황을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며 "취임 전 무조건 대통령실과 관저를 옮기겠다는 대통령의 고집이 부른 참사"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보이지 않았다거나 기록적 수해 상황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오해가 없길 바란다"면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고 현장 대처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이동하면 대처 인력들이 보고나 의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대처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대통령은 집에서 실시간 보고를 받고 지시를 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대통령 사저 주변 침수가 있었지만 대통령이 만약 현장에 나와야겠다고 생각하면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며 "(자택에도) 대통령이 실시간으로 충분한 정보를 보고받고 지시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고 적극 해명했다(관련 기사 : 폭우에 발 묶여 전화지휘한 대통령... "정말 너무한다" http://omn.kr/206v4).

강인선 대변인 "민주당, 집무실 이전 공격하기 위해 허위사실 주장"

그 다음으로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이날 오후 민주당 논평에 대한 반박 성명을 내놨다. 야당의 비판에 불쾌한 반응을 공식적으로 표출한 것. 

강 대변인은 "재난 상황마저 정쟁 도구화를 시도하는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 논평에 유감을 표한다"라며 "대통령이 자택에 고립됐다는 주장도, 집에 갇혀 아무 것도 못했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맞섰다.

또한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호우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으며, 총리, 내각, 지자체와 피해 최소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라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제1야당으로서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무책임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다시 한번 민주당에게 촉구한다"라며 "재난 위기 극복은 정쟁이 아닌, 초당적 대책 마련으로 가능하다. 국민의 고통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행보를 멈춰주시라"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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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매뉴얼 세워놨다... 8일 상황, 정확히 대처된 것"

해명과 반박, 두 차례 방어에도 비판 여론이 잦아들지 않자 결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이날 오후 5시께 출입기자들과의 만남을 자처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적어도 국가적 재난 상황은 정쟁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면서 "재난 관리 상황을 놓고 정쟁 대상으로 삼는 건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국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 고위 관계자는 "천재지변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재난상황 대비해 어떻게 대처할까 하는 사전 매뉴얼을 세워놨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8일) 상황은 정확히 대처된 것"이라며 "마치 우리가 소홀함이 있는 것처럼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입장을 밝혔다. 

그밖에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5월 20일에 열렸던 국정상황실-해양청-소방청 등 국장단 회의 결과도 소개했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회의 결과에는 재난 발생시 대통령실이 직접 초기부터 지휘 나서면 현장에 혼선이 발생하기 때문에 초기에 대통령실이 관계기관에 적극 대처·대응하라는 신속한 지시를 내려서 비상을 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다음에 현장 방문 등은 현장 상황이 마무리 된 후에 가는 게 맞다는 원칙을 정해둔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폭우피해도 정부 대응 원칙에 딱 맞춰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 고위 관계자는 야권의 주장에 대한 반박과는 별도로 출입기자들에게 재난현장이 발생할 때마다 정·관계 인사들이 방문하는 것을 비판한 과거 언론 보도 사례들도 소개했다. 

그는 "2021년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때 장관이 내려가니 브리핑, 과도한 의전 이런 것들이 현장 시민들에게 상처주는 경우도 많다"고 했으며, "평택항 항만 노동자 사고가 있었는데, 고용부 관계자들이 희생자 쪽, 가족들과 얘기하다가 갑자기 내려가더라. 모 정당 대표 의전 때문인데, 이런 것들이 문제라는 글에 상당히 공감이 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전임 대통령인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례로 전했다. 그는 "전임 대통령의 경우 2020년에 서부 경남 경북 등에 소가 떠내려가는 엄청난 수해가 발생했는데, 이때 당시 대통령께서 다 마무리 된 다음 현장에 갔다"면서 당시 문 대통령이 '진작 살펴보고 싶었는데 누가 될까봐 못 왔다' '자원봉사 간담회도 대통령이 오면 걱정된다' 등 발언을 언급하며 "국가운영 책임 맡은 대통령의 고민은 지난 정부나 지금 정부나 똑같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정부가 바뀌어도 한 나라의 재난 관리, 국가적 재난관리 체계는 일관성 있게 유지 돼야 한다"면서 "그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하루에 세 차례나 나서서 윤 대통령의 '재택지휘'를 옹호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취임 100일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더 이상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면 안 된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참모들의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태그:#윤석열, #재택지휘, #전화지휘, #대통령실 참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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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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