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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사이버렉카'가 복귀했다. 지난 2월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던 유튜버 뻑가가 지난 3일 복귀 영상을 게재했다. 사이버렉카(Cyber Wrecker)는 갖가지 현안과 관련된 온라인 이슈를 영상으로 짜깁기해 수익을 올리는 유튜버를 지칭한다. 지난해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이후 오로지 수익을 위해 온라인 여론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들의 심각성이 대두됐었다.

뻑가는 얼굴을 가린 채 활동하는 사이버렉카의 대표격이다. 지난 1월 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튜버 'BJ 잼미' 관련 비난 영상을 지속적으로 게재했던 '사이버 불링' 가해자 중 하나다. 유튜브 구독자 109만 명을 보유한 뻑가의 비난 영상들은 백만 구독자들 및 여타 사이버렉카들이 피해자를 향한 사이버불링에 동참해 근거 없는 댓글과 비난을 쏟아내는 도화선이 됐다. 뻑가의 영상이 소위 '좌표' 역할을 했던 것이다.

피해자 사망 소식이 가족에 의해 알려지면서 해당 사건이 공론화된 건 지난 2월이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뻑가를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에 청와대 답변 요건이 20만이 넘는 국민이 동의했다. 소셜 미디어 및 온라인 상에서는 뻑가 및 사이버렉카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셌다.

이에 지난 3월 청와대는 "이번 청원의 사건으로 인해 안타까운 선택을 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 "철저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처벌 가능 여부 등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진행 중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해당 청와대 청원이 한창이던 지난 2월 뻑가는 돌연 유튜브 활동을 중단했다. 물의를 빚거나 논란에 휩싸인 유튜버들이 자숙기간으로 삼는 '유튜브 6개월 법칙', 즉 유튜브가 6개월 이상 비활성 상태이거나 게시물이 업로드 되지 않을 경우 채널 수익 창출 자격을 박탈하는 기간을 염두에 두고 일정 기간 활동을 접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이 잠적 기간 동안 구독자 수도 10만~20만가량 줄었다.  

그랬던 뻑가가 지난 5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아래 <우영우>)를 저격하고 나섰다. 지난 4일 방송된 12화 '양쯔강 돌고래' 편의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를 전후해 사이버렉카를 둘러싼 정형화된 패턴들이 반복됐다. 유튜브 영상 및 커뮤니티 등 온라인 게시물의 득세와 뒤이은 매체 보도를 통한 공론화와 여론화 말이다.

어이없는 '우영우 박원순' 논란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의 우영우>의 한 장면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의 우영우>의 한 장면
ⓒ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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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우영우 박원순 미화 페미 논란', '우영우 페미 논란 총정리'.

<우영우> 12화가 방영된 직후인 5일 이후 포털 블로그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 빈번하게 등장한 게시물 제목이다. 우후죽순 게시된 시점도 일치했고, 뻑가의 해당 영상과 내용도 동일했다. <우영우> 12화 속 일부 설정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일부 행적을 차용했거나 연상하게 만들고, <우영우>가 전반적으로 페미니즘에 경도됐다는 것이 비난의 근거였다.

<우영우>는 대부분 실제 사건을 극화하거나 변호사들이 사건 및 변론 내용을 소개하는 서적들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알려져 방송 후 더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12화에서 소재로 삼은 것은 1999년 농협 구조조정 사건이다.

실제 사건을 보자. 당시 농협은 경제적 영향이 덜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내 부부를 생활 안정자 및 우선 희망퇴직자로 선정했다. 이후 사내 부부 직원 중 1명이 희망퇴직을 결정하지 않을 시 직급이나 능력에 관계없이 남편 직원을 아내 직원에 우선해 무급 휴직 대상자로 결정한다는 조항으로 사원들을 압박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사내부부 752쌍 중 여직원이 퇴직한 비율은 91.5%(680명)에 달했다. 이후 퇴사한 여성 직원들은 한국여성민우회와 함께 농협을 상대로 해고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02년 당시 민변 회장이던 최병모 변호사를 비롯해 이들을 변론한 16명의 공동변호인 중 한 명이 바로 민변 소속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였다.

이 같은 비난은 의도나 방향 및 사실 관계 등 근거의 정당성을 떠나 뻑가와 같은 사이버 렉카들 중 다수가 수익 창출 수단의 하나로 자주 활용하는 '페미 코인(페미니즘 논란)'의 일환이자 고 박 전 시장 비난을 통한 이슈 끌기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들이 주장하는, 논란 생성을 위한 끼워 맞추기는 비단 농협 구조사건 뿐만이 아니었다.

'<우영우> 문지원 작가는 하자센터가 운영했던 대안학교 하자작업장학교 1호 졸업생 출신이다. 하자센터는 박 전 시장이 설립한 아름다운재단의 교육지원사업의 일환이다. 고로 <우영우> 12화는 박원순 헌정 회차다.'

대체로 이런 식이다. 대다수 근거가 인터넷에서 확인되는 단편적인 정보나 정황을 드라마 속 설정에 끼워 맞추는 식이다. <우영우> 12화 속 다른 설정을 언급한 사례도 마찬가지다. 미르생명이라는 대기업을 변호한 우영우의 상대 변호사로 등장한 인권 변호사 류재숙과 미르생명 여성 직원들은 재판이 끝난 이후 우영우를 초대해 변호사 사무실 건물 옥상에서 나름의 파티를 연다.

공동 옥상텃밭을 가꾸는 이 류재숙과 직원들이 또 다른 공통의 취미라는 시낭송을 이어갈 때 언급되는 시인이 고 김수영, 고정희 시인이고, 류재숙이 낭독하는 시는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이었다. 이들 일부 사이버렉카 및 블로거,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박 전 시장이 2017년 <서울신문> 창간 113주년 기념행사에서 김수영 시인의 시를 낭송한 것을 문제 삼았다.

고정희 시인을 페미니즘 성향이라 규정짓고, 고 김수영 시인과 안도현 시인의 이념적·정치적 성향도 거론했다. 또 박 전 시장이 임기 초이던 2012년 옥상형 텃밭 및 2014년 서울시 도시농부 정책을 펼친 것 또한 '박원순 미화' 및 헌정이라고 주장했다. 

<우영우> 속 주요 소재인 돌고래도 문제 삼았다. 드라마 속 남방큰돌고래 방류나 암컷인 삼팔이, 춘삼이, 복순이에 대한 언급 또한 2017년 박 전 시장의 서울대공원 돌고래 방류 사실과 겹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박 전 시장이 과거 참석했던 플로깅 행사를 <우영우> 속 한 장면과 비교하거나 박 전 시장의 자폐인의 날 기념행사 참석조차 꼬투리를 잡았다.

이 모두 몇 개 단어를 조합해 검색을 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단순 정보들의 짜깁기다. 일부는 작가의 의도를 침소봉대하거나 왜곡한 해석에 불과하다. 문 작가의 대안학교 졸업을 문제삼은 것이 대표적이다.

설령 주로 실화를 모티브로 삼은 문 작가가 실제 돌고래 이름을 참고하거나 유명 시인들을 소환한 것은 창작 과정의 일환이고, 작가와 연출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는 개별 회차는 물론 그렇게 쌓인 이야기와 인물을 통한 종합적인 감상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몇몇 사실과 정보의 단순한 일치에 기댄 주장은 억지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페미니즘 관련 주장도 엇비슷하다. 일부 공익 변론 에피소드를 포함해 <우영우>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등과 관련된 실화 소재를 극화해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12화 방영 직후 대다수 언론 보도 역시 과거 실제 사건을 통해 대기업과 한국사회에 만연했던 성차별에 목소리를 낸데 대한 호평이 주를 이뤘다. 이른바 '반 페미', '반 PC' 주의를 바탕으로 한 '페미 논란'이 반발을 불러 오는 이유다.

그리고 언론의 역할
 
지난 5일 위키트리가 내보낸 기사 <“선 넘었다?” 극찬 쏟아진 '우영우' 12회, 심각한 페미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5일 위키트리가 내보낸 기사 <“선 넘었다?” 극찬 쏟아진 "우영우" 12회, 심각한 페미 논란에 휩싸였다>.
ⓒ 위키트리 기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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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었다?" 극찬 쏟아진 '우영우' 12회, 심각한 페미 논란에 휩싸였다> - 5일 위키트리 기사
<"ㅇㅈㅇㅇ…" 남초한테 페미로 찍힌 '우영우', 판 뒤집힐 반전글 공개됐다> - 7일 위키트리 기사


이 같은 온라인 상 문제제기를 제일 먼저 기사화한 매체는 바로 위키트리였다. 위키트리는 인사이트와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 및 유튜브 상 논란이 된 게시물을 무분별하게 기사화해 이른바 '클릭 장사'에 앞장서온 온라인 매체다(관련 기사 : 위키트리·인사이트가 'BJ 잼미'에 저지른 악행 http://omn.kr/1x8wk ).

앞서 소개한 여성 BJ 사건 관련 기사를 앞장서 쏟아낸 것도 이들 매체였다. 이들이 오로지 수익 창출을 위해 논란을 이슈화한다는 점에서 사이버렉카와 공생 아닌 공생 관계를 맺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주류 매체 역시 과거 이들 사이버 렉카들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상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을 기사화해 비판을 자처한 바 있다(관련 기사 : '손정민 사건' 언론 보도, 사이버렉카 비판할 자격 있나 http://omn.kr/1tgts ).

이후 7일 오후 <우영우>를 언급한 일부 유명 유튜버를 향한 비난 댓글을 조명한 <스포츠경향>을 시작으로, 8일 오후 7시 현재 총 12곳이 '우영우 박원순' 논란을 기사화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는 '우영우 신드롬'이 없었다면, 높은 시청률과 함께 드라마 자체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우세하지 않았다면 사정은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아니면, 그 반대로 '우영우 박원순 미화, 페미 논란'과 같은 일부 주장에 근거가 박약하다는 점에 안도해야 할까. 자명한 점은 수익 창출을 위해 혐오 정서를 부추기고 한국 사회 내 갖가지 갈등을 조장하는 뻑가와 같은 사이버렉카들 및 그들의 주장에 동참하는 일부 누리꾼들의 폐해를 막고, '온라인 폭력 방지법' 등 그 대안 모색을 위해서라도 이들에 대한 주류 언론의 비판적 접근 및 무시가 필요하단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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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및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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