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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거시기한 이슈'는 광주전남 지역 언론 보도에 주목하고 시민들에게 중요한 이슈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고자 합니다. 차마 말하기 껄끄러운, 민감하고 애매한 주제일수록 더 깊이 천착해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격주에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편집자말]
"떳떳하게, 자유롭게, 당당하게, 무엇보다 안전하게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예술계가 자정하고 개혁해야만 한다."

'안전'이라는 기본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광주 지역 여성 예술인들 162명이 연대체를 꾸렸습니다. 광주에서 이렇게 각 분야 여성 예술인들이 모여 연대에 나선 것은 최초라고 합니다. '문화 중심 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전국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던 2016년 문화계 미투 운동을 기억합니다. 문화계 성폭력 피해자들이 속출했고, 거물급 인사들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이제 광주 문화인들이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6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도 드러나지 않았던 광주 문화계의 어두운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을까요?

연극인 전수조사 놀라운 결과

지난 6월 광주 연극계가 요동쳤습니다. 연극인 A씨가 광주 모 극단에서 2012년~2018년 사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것입니다. 해당 극단의 대표와 남성 배우 등에게 수차례 성폭력을 당했고, 폭언과 2차 가해까지 계속됐다고 그는 증언했습니다.
  
캐스팅 권한을 쥔 권력 구조, 강한 위계 문화 속에서 이뤄지는 회식 자리 그리고 이 가운데 발생하는 성폭력. 좁은 업계 안에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전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현실에 대해 A씨는 증언했습니다.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설명입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해당 사실을 부인하며 소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광주연극협회는 소명서를 토대로 이들을 제명했으며 한국연극협회가 해당 극단의 '대한민국연극제' 참가 기회를 박탈하는 등 무거운 처분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제 법적 공방이 예상됩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많은 시민단체들이 지원에 나섰습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입각해 현재 가해 사실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광주 문화인들이 당장 공동 대응에 나선 이유가 있습니다.
  
'광주 연극계 권력형 성폭력'을 증언한 연극인 A씨는 몇 해 전 광주와 연극계를 떠나기로 결심하면서 이 극장에서 마지막 연출작을 공연했다.
 "광주 연극계 권력형 성폭력"을 증언한 연극인 A씨는 몇 해 전 광주와 연극계를 떠나기로 결심하면서 이 극장에서 마지막 연출작을 공연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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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주연극협회가 연극인들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성희롱 5건, 성추행 1건 등 6건의 성 비위 제보가 접수된 것입니다. A씨만의 일이 아니라 광주 연극계, 나아가 문화계 전반의 문제로 확산될 여지가 큽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구조적 현실 아래 묻힌, 가려진, 잊힌 사실을 다시 한번 드러낼 기회가 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여성예술인들이 연대하고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최근 광주 지역에서는 조선대 무용과의 임용 불공정과 폭력 의혹, 2020년 광주시립극단 내 괴롭힘, 성희롱 '갑질 사태' 등의 문제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에 젊은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은폐돼왔던 권위적이며 위계적인 오래된 관행과 관습들을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예술인 권리보장법)이 9월 시행됩니다. △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 노동과 복지 등 직업적 권리를 신장하며 △ 문화·사회·경제·정치적 지위를 보장하고 △ 성평등한 예술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입니다.

해당 법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예술인 권리 보장과 피해 구제 책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 운동으로 생긴 예술인 권리보장법이 가져온 변화입니다.

광주시도 관련 조례를 마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광주에서도 부조리를 개선하려는 예술인들의 움직임이 실효성 있는 조례 제정과 공공기관의 책임 있는 대처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광주는 민주인권 도시입니다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 '민주인권평화 도시'를 표방해왔습니다. 1998년 '아시아 인권헌장 광주선언'을 선포한 아시아 최초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광주학생항일운동과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와 의미를 계승하기 위해 매년 세계인권도시포럼을 개최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광주는 '아시아 문화중심 도시'도 표방해왔습니다. 민주, 인권, 평화를 매개로 아시아의 다른 도시들과 협력과 연대를 통해 함께 성장해나간다는 게 광주의 문화 비전입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가 29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광주 연극계 권력형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하고 엄중한 수사와 처벌, 성폭력 전수조사 및 징계, 재발방지책 마련, 지지와 연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2.6.29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가 29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광주 연극계 권력형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하고 엄중한 수사와 처벌, 성폭력 전수조사 및 징계, 재발방지책 마련, 지지와 연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2.6.29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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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들이 5.18이나 평화에 대한 공연을 진행할 때면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면서 "인정받는 예술가의 성폭력을 옹호·은폐하는 문화 때문에, 결국 성폭력이 예술가의 자유로움으로 포장돼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라며 공론화를 통해 "이것이 과연 옳은가"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했습니다(관련기사: 또 터져나온 연극계 미투 "가해자들 5.18과 평화 공연할 때 분노 치밀어" http://omn.kr/1zkp6).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일어섰습니다. 5.18이 상징하는 불복종과 저항은 민주와 인권, 자유와 정의를 위해 자신의 양심에 따라 당당하게 '아니오'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2022년의 광주 역시 '주먹밥'을 나누고 '헌혈'로 불의에 저항하고 이웃을 위해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광주정신을 놓고, "이것이 과연 옳은가" 아픈 질문을 놓고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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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지역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해왔습니다. 현재는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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