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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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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은 지지율 하락 속에서도 문재인 정권 공격에 주력하고 있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에 이어 지지율이 30%대로 폭락했는데도 이른바 북풍 사건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이전 정권과의 총력전에 과도하게 매몰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심상치 않은 경제위기의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전 정권이나 야당보다는 대중의 움직임이 집권당의 안위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세계경제가 '신세계'에 진입한 2020년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민중시위들은 각국 정권들이 얼마나 두려운 마음으로 대중의 동향을 살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경제난으로 인해 들끓는 민중들 

민생고로 인한 시위가 올해 초부터 격화된 스리랑카에서는,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인도 등으로부터 금융지원을 얻어내는 일이 있었지만 5월부터 시위가 더 격화돼 라자팍사 가문과 국회의원 수십 명의 가옥이 불타는 사건들이 벌어졌다.

사태가 수습되지 않자, 라자팍사 대통령은 야당과의 제휴를 선택했다. 현지 시각 5월 12일, 야당 소속이자 전직 총리인 라닐 위크레메싱게를 총리로 임명했다. 민중의 도전 앞에서 야당과의 제휴를 선택한 이 조치는 시위를 누그러트리는 데는 기여했지만, 근원적 처방이 되지는 못했다. 식품·석유·의약품 부족과 물가상승률 인상이 개선되지 않자 시위는 한층 더 확산됐고, 라자팍사는 결국 사임을 표명한 뒤 군용기를 타고 서남쪽 몰디브로 망명했다.

경제난과 민중 시위는 다른 나라 정권들에도 위협이 됐거나 되고 있다. 핵문제 때문에 미국 및 이스라엘과 대결 중인 이란 정부는 작년 7월 16일부터 남부 후제스탄주에서 발생한 민중 시위로 커다란 곤혹을 겪었다. 가뭄으로 인한 단수 조치에 반발하는 국민들에 맞서 경찰이 발포를 하고  정부 진상조사단이 나섰지만, 시위는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후제스탄주에서는 올해 5월 12일에도 식료품값 급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상당수 이란 민중의 의식 속에 '이란 대 미국' 구도보다 '민중 대 이란정부' 구도가 크게 자리잡게 됐음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글로벌 경제난 속에서 전 세계 민중의 단결력과 행동력이 고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는 우크라이나전쟁이 새로운 변수로 추가됐지만, 작년만 해도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패권경쟁이 세계 경제를 악화시키는 주요 변수였다. 이로 인한 경제난이 얼마나 큰 타격을 안겼는지는,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혁명을 일으킨 1959년 이후의 최대 시위가 쿠바에서 발생한 데서도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작년 7월 11일 쿠바 전역 40여 곳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난 민중시위는 경제난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쿠바정부를 얼마나 당혹스럽게 만들었는지는 북한정부까지 거들고 나선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6일 뒤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쿠바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는 외부세력의 배후 조종에 의한 산물'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북한이 쿠바 집권세력을 옹호해줄 필요성이 생길 정도로 사태가 악화됐던 것이다.

시위 발생 직후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윗을 통해 쿠바 시위를 지지하는 등의 외부 개입이 있기는 했지만, 이 시위의 본질은 경제위기에 기반한 민중시위였다. 북한 외무성은 이를 뻔히 알면서도 '쿠바 대 외세'의 문제로 부각시키며 '동업자의 우애'를 과시했다. 지금의 경제위기가 친미진영·반미진영을 떠나 세계 정치권력들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윤석열 정부가 우선 신경써야 할 것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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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구촌 풍경은 윤석열 정권의 모습과 대비를 이룬다. 지금의 물가상승 흐름으로 볼 때에, 비슷한 성격의 시위가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도, 경제문제보다 문재인 정권 공격에 더 주력하는 모습은 지구촌의 절박한 풍경과 동떨어진다.

사실, 윤석열 정부가 우선적으로 신경 써야 할 대상은 경남 양산이 아니라 미국 워싱턴이다. 코로나19, 세계 패권경쟁, 우크라이나전쟁 때문에도 한국 경제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때문에도 그 위기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에 <유라시아연구> 제16권 제4호에 수록된 배형석·양성국(제주대) 공동논문 '한국 대통령 지지율과 경제변수'에 따르면, 김영삼 1년차인 1993년 3월부터 문재인 3년차인 2019년 5월까지 대통령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경제 변수는 기준금리이고 그 다음은 근원인플레이션이었다.

외부 충격에 기초한 가격변동폭이 큰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하기 때문에 물가상승 추세를 파악하기에 용이한 근원인플레이션과 더불어, 미국발 기준금리에 좌우되는 한국 기준금리가 대통령 지지율과 '역'의 관계를 보였다. 위 논문은 "90% 신뢰수준 하에서는 근원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가 동일하게 역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95% 신뢰수준 하에서는 기준금리만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치적을 강조할 때에 경제성장률 증가나 실업률 감소 같은 것을 자주 내세운다. 논문에 따르면, 이런 요인들이 대통령 지지율에 미치는 파급력은 낮은 편이다. "경제성장률과 KOSPI (지수), 실업률의 경제지표는 대통령 지지율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볼 수 있다"는 게 논문의 결론이다.

미국발 기준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를 좌우하고 이것이 한국의 근원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끼치므로, 윤석열 정부가 우선적으로 신경 쓸 대상은 미국 워싱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거꾸로 하고 있는 셈이다. 

1988년 대선에서도 승리하고 1991년 걸프전쟁에서도 승리한 조지 부시(1세) 대통령은 경제문제와 양극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1992년 대선에서 패했다. 대선 기간에 부시는 빌 클린턴과 그의 러닝메이트인 앨 고어를 가리켜 "외교문제에 관해서는 우리 집 개 밀리가 민주당의 두 녀석보다 더 많이 안다"며 상대 후보들을 깎아내렸다.

냉전체제 막바지에 등장한 부시는 새로운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그런 목적으로 걸프전쟁뿐 아니라 파나마 침공(1989년)도 감행했다. 그는 냉전시대의 개입주의를 벗어나 전통적 고립주의로 회귀하고 싶어하는 정서가 국민 상당수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못했다.

그런 빈틈을 파고든 쪽이 '민주당의 두 녀석'이었다. 클린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부시가 버림받고 클린턴이 선택받은 것은 미국 국민들이 신냉전과 경제 중에서 어느 쪽을 더 중시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이 깨달아야 할 것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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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조지 부시의 실패를 답습하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연히 경제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보다 문재인 정권을 겨냥하는 쪽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국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기준금리를 인상시켜 한국에 간접적 영향까지 끼치고 이것이 국민 가계경제는 물론이고 정권 안위를 좌우할 수 있는데도, 정치투쟁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써야 할 칼을 이전 정권을 향해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태풍이 휘몰아치는 대양 한가운데서 선박을 이끄는 선장이 바다를 살피고 하늘을 살피기보다는 전직 선장과의 싸움에 더 골몰한다면, 이 배의 운명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정치투쟁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경제와 정권뿐 아니라 '대한민국호(號)' 자체를 위태롭게 만드는 무리수다.

윤석열의 적은 문재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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