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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역 인근 유쾌한공동체 무료급식소
 경기 안양역 인근 유쾌한공동체 무료급식소
ⓒ 유쾌한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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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간 1호선 안양역 인근을 떠도는 노숙인들의 보금자리가 돼 준 경기도 안양시 사단법인 '유쾌한 공동체'가 재개발로 인해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현재 세 들어 있는 안양역 인근 건물을 오는 10월까지 비워줘야 할 처지인데,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대료 부담 등으로 인해 이전할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입자'인 유쾌한공동체는 토지나 건축물에 대한 보상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영리 사업자가 아닌 비영리사업자라서 상가 세입자에게 지급되는 영업손실보상금도 받을 수 없다. 재개발 조합에서 이사비용으로 제시한 1000만 원 정도가 받을 수 있는 돈의 전부다.

안승영(목사) 유쾌한 공동체 상임이사는 18일 <오마이뉴스>에 "안양역 인근 등 노숙인들이 걸어서 올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데, 보증금과 월세가 너무 올라갈 곳이 없다"며 "조만간 이주할 곳을 찾지 못하면 노숙인들은 다시 공원 같은 데를 떠돌아야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안 이사는 "노숙인들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모금 활동을 하고 있지만 힘든 상황"이라며 "재개발 인·허가권자이고, 시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안양시가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대료, 갈 곳 잃은 노숙인


재개발로 인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유쾌한공동체의 시설은 두 곳이다. 노숙인에게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하며 인문학이나 직업 교육을 하는 '희망사랑방'과 저소득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밥을 주는 '유쾌한 무료급식소'다.

안양시 위탁사업시설인 '희망사랑방' 이전을 위해 안양시가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1억9천만 원 정도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 돈으로 노숙인 20여 명이 기거하며 교육을 받을 만한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게 안 목사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안양시 위탁사업시설이 아니라 이전을 위한 보조금도 받을 수 없는 '유쾌한 무료급식소'이다. 수중에 있는 보증금 5천만 원으로 무료급식을 할 만한 건물을 안양역 인근에서는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안양시 관계자는 19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임대료 등이 너무 많이 올라 희망사랑방이 들어갈 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원 금액을 크게 올릴 수밖에 없는데, 시의회 심의 등을 통과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이 또한 장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유쾌한 무료급식소'와 관련해서는 "안양시하고 직접 관련이 없는 시설이라 이전과 관련한 지원을 하기는 규정상 힘들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유쾌한공동체는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로 인한 실직자 증가, 이로 인한 노숙인 증가가 사회 문제가 되자 이들을 구제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안양노회'에서 지원을 받아 설립한 노숙인 보호시설이 모태였다.

그동안 거리로 내몰린 노숙인 700여 명에게 잠자리와 일자리 등을 제공했고, 최근에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추모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연간 약 3만 명에게 저녁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태그:#유쾌한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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