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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강행진(58)씨가 조선소에서 발판 작업을 하는 모습. 안전벨트 하나에 의지해 수십미터 되는 허공에 발판을 깐다. 이렇게 발판이 먼저 깔려야 그 위로 용접이나 도장 등의 공정이 가능하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강행진(58)씨가 조선소에서 발판 작업을 하는 모습. 안전벨트 하나에 의지해 수십미터 되는 허공에 발판을 깐다. 이렇게 발판이 먼저 깔려야 그 위로 용접이나 도장 등의 공정이 가능하다.
ⓒ 강행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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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저희 발판이 없으면 애초에 배를 못 만든다. 안전벨트 하나에 의지해 수십미터 높이 허공에 처음 발판을 만들어가는 게 우리다. 우리가 먼저 발판을 깔아놔야 용접공과 도장공이 그 위를 밟고 왔다 갔다 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거니까.

또 작업이 다 끝나고 맨 마지막에 저희가 발판을 해체해야 배가 나갈 수 있다. 해체가 더 위험하다. 한발 내디딜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아무리 무릎으로 기어가고 조심스럽게 발판을 대도, 까딱하면 죽는다. 실제 옆에서 일하던 동료가 떨어져 죽는 걸 본 적이 있다. 지금도 그때 생각이 나는데…"


강행진(58)씨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다. 발판 작업 전문 용역업체에 속한 강씨는 스스로를 "발판"이라고 불렀다. 깡마른 그가 어색하게 안전모를 벗어 보였다. 파업 초기 사측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난생 처음 삭발을 했지만, 어느덧 하얗게 센 머리카락들이 비죽비죽 올라와있었다.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렇게 대우조선에서만 15년 일했다. 발판으로서는 최고봉이다. 그런데 아직도 최저시급보다 몇 백원 더 받는다. 월 250만 원도 안 된다. 이 돈으로 아내와 고등학생·중학생인 두 아들, 우리 네 식구가 어떻게 사나. 정말 참다 참다 나온 거다."

강씨를 비롯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 150여명은 지난달 2일부터 ▲5년간 삭감된 임금 30% 회복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며 48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의 탄압이 심해지자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지난달 22일부터 조선소 내에 설치된 가로·세로·높이 1미터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스스로 용접을 하고 자신의 몸을 감금했다. 동시에 6명의 노동자들도 20미터 높이의 난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들 7명의 농성은 28일째로 접어들었다.

정부는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 지시가 떨어지자 이들의 파업농성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또 파업이 지속될 경우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점거농성 중단을 요구하는 등 이들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연일 파업에 따른 대우조선해양의 매출 손실과 수주계약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며 하청노조를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씨는 이날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이 나온 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인근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차근차근 설명했다. 

강씨는 인터뷰에서 "7년 동안 임금 인상이 없었다"라며 "물가가 하늘 높이 치솟는데 이대로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조선소가 불황이라며 인원을 감축할 때도 하청노동자들부터 먼저 잘렸다"라며 "15년을 일하든 20년을 일하든 하청노동자들 태반이 저임금을 못 벗어나고 있다. 왜 늘 하청에만 고통을 감내하라고 하나"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다음은 강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목숨 걸고 일한 대가가 월 250만원... 네 식구 어떻게 사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강행진(58)씨가 18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근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강행진(58)씨가 18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근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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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우리 요구는 정당하다. 대우조선 안에 하청노동자들이 한 1만1000명 정도 된다. 이중 하루하루 일당을 받는 사람들과 하청업체에 소속돼 시급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시급제 하청노동자가 한 30~40%, 그러니까 4000명 정도 된다. 시급제 노동자 중에 거의 50%는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 나는 발판 최고참으로 15년 경력인데도 최저시급(9160원)보다 겨우 몇 백원 더 높다. 내년 최저시급(9620원)보다도 낮다. 게다가 목숨 걸고 하는 일이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을 매일 하는데 한 달에 250만원을 못 번다. 이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원청은 자기들은 협력사와 계약했으니 거기 가서 알아보라고 한다. 협력사라고 해봤자 인력을 공급하는 하청 용역업체에 불과하다. 조선소 협력사들은 다른 제조업종과 달리 자체적으로 부품을 만들거나 납품하는 회사들이 아니다. 그저 원청에 인력을 수급하는 역할만 한다. 결국 '인건비 따먹기'가 전부다. 그러니 협력사 대표 입장에선 당연히 인건비를 줄이려고 똑같은 공정이라도 적은 인력을 투입시킨다. 소위 '능률'이 높아야 자기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커지니까. 100명이 일해야 할 공정에 80명만 투입하니 하청노동자들은 더 힘들고 더 위험해진다. 용역 사장들이 인건비 떼먹고 하루아침에 도망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내가 15년 일하는 동안 용역업체 폐업을 4번이나 경험했다.

일당 받는 사람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하청에 또 하청인 식인데, 일당들은 사실상 연장노동수당도 빼앗기고 있다. 원래 하루 8시간 일하고 그 외에는 연장수당으로 계산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일당들에겐 하루 9시간이 기본이다. 아홉 시간 일해야 10만원 정도 되는 그날 일당을 온전히 주고, 8시간 일하면 그 10만원에서 까인다. 8만7000~8000원으로. 추가로 일한 한 시간에 대해 수당 계산이 안 되는 거다. 그런데도 이들은 일당을 받아야 하니 제대로 요구도 못한다. 착취다."

- 노조는 언제 가입했나.
 

"2020년에 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7~8년 전 조선업계가 불황일 때 어땠나. 회사에서 제일 먼저 인원 감축한 게 하청노동자들이었다. 임금도 후려쳤다. 그래도 회사가 힘들다니까 우리가 감내하고 버텼다. 그렇게 한 결과 최근에 다시 수주도 하고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우리에겐 변화가 없나.

많은 하청노동자들이 다 한 집안의 가장이다. 나도 고등학교·중학교 다니는 아들 둘 키워야 하는데 25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어떻게 사나. 아내는 지금 몸이 안 좋아서 일을 못하고 있다. 아내는 병원에서 화장실 청소 일을 했었다."

"하청노동자에 '법대로' 하자는 윤 정부, 속 편한가... 그래도 '희망' 본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강행진(58)씨가 조선소에서 발판 작업을 하는 모습. 안전벨트 하나에 의지해 수십미터 되는 허공에 발판을 깐다. 이렇게 발판이 먼저 깔려야 그 위로 용접이나 도장 등의 공정이 가능하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강행진(58)씨가 조선소에서 발판 작업을 하는 모습. 안전벨트 하나에 의지해 수십미터 되는 허공에 발판을 깐다. 이렇게 발판이 먼저 깔려야 그 위로 용접이나 도장 등의 공정이 가능하다.
ⓒ 강행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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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최안 부지회장의 감옥 농성이 28일째다.

"우리가 쫓겨나고 밀려나다 마지막으로 거점을 잡은 곳이 유 부지회장이 있는 1도크다. 처음에 파업을 했을 때 원청 수백명이 와서 천막을 다 뜯어내고 욕설을 하고 폭력을 휘둘렀다. 여성 동지까지 강제로 끌어내고. 그러니 유 부지회장이 감옥에 들어간 거다. 유 부지회장 보면 마음이 너무 힘들다. 우리는 생즉사 사즉생으로 목숨을 걸었다.

회사가 왜 이렇게 노조를 죄악시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하청노조는 더 차별한다. 2017년 하청노조가 생긴 후 현장이 그래도 많이 바뀌었는데… 마치 블랙리스트처럼 불이익을 주려고 하는 걸 보면, 원청은 하청노동자들이 권리를 찾기 시작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답답하다."

- 윤석열 정부가 18일 이번 파업에 대해 "불법적인 점거 농성을 지속한다면 정부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게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 주장하던 공정인가. '법대로 하라'는 것이 상식인가. 위험한 일 하면서 최저임금 받는 하청노동자들에게 '불법'이라고 하면 속 편한가. 자꾸 선진국, 선진국 하는데 이게 무슨 선진국인가. 전혀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이렇게 협박만하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안 보일지라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강행진(58)씨가 18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앞에서 열린 정의구현사제단 파업 지지 미사에 참석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강행진(58)씨가 18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앞에서 열린 정의구현사제단 파업 지지 미사에 참석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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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시민들이 모은 기금으로 하청노동자 150여명에게 180만 원의 연대기금이 지급됐다.

"너무 뭉클하고 고마웠다... 사실 파업하는 동안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월급 안 나오는 거였다. 파업하다가 돌아간 노동자들도 다 생계 때문이었다. 한 달치 월급을 못 받았으니 당장 먹고 살기가 안 됐다. 처음에는 우리가 1인당 50만 원씩만 받아도 생계에 큰 보탬이 되겠다 싶어 기획한 건데 국민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우리에게 엄청나게 큰 힘이 됐다. 하청노동자들의 설움에 공감해주신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그래도 세상이 그렇게 삭막하지만은 않구나, 희망이라는 게, 정의라는 게 아주 없진 않구나, 우리를 외면하지 않는구나. 따뜻했다."

- 지금 상황에서 바라는 게 있다면.

"파업을 하며 느낀 게 있다. 얼마 전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 노조에 연대 방문을 한 일이 있다. 해고된 후 7년간 싸우는 분들이었다. 우리는 국민들의 관심이라도 받고 있지만 그분들은 여론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7년째 싸우고 있었다. 우리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있다는 걸 봤다. 마음이 아팠다. 정말 수많은 하청노동자들이 지금도 설움을 당하며 산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싸움은 대우조선만의 싸움이 아닌 것 같다. 국민들이 보내준 따뜻한 마음이 그들 모두에게 퍼졌으면 좋겠다. 그들이 다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관련 기사]
- [단독 인터뷰] 가로·세로 1m 감옥에 갇힌 남자 "윤 정부에 화난다, 생지옥인데..." http://omn.kr/1zug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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