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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카셀 대학교 공공부지에 영구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모습.
 독일 카셀 대학교 공공부지에 영구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모습.
ⓒ 저작권자 Uli Kretschmer_제공자 코리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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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3일 오후 8시 30분]

지난 8일, 이른 아침 7시(현지시각) 베를린 출발 카셀행 기차를 탔다.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해오던 카셀대학 소녀상이 드디어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소녀상 설치뿐만 아니라 전시회에 비치하는 단순한 행사에도 일본 정부의 방해가 매번 있어 왔기에, 독일 대학교 내 소녀상 영구설치가 정말 실현되는 것일까 믿기지 않았다.

그동안 코리아협의회(아래 '코협')는 일본 측의 방해를 우려해 모금 활동도, 제막식 홍보도 마음껏 하지 못했고, 그래서 그 기대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두근거렸다. 한국과는 멀고도 먼 독일에 태어나 자란 어떤 학생들이, 무슨 인연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려 한 것일까. 이를 실행한 독일 학생들의 동기와 생각이 궁금했다(관련 기사: 독일 카셀 주립대 학생들, 캠퍼스에 소녀상 영구설치 http://omn.kr/1zqla ).

'소녀상 영구설치' 결정한 대학생들... 피해자들 생각이 났다

오후 4시, 드디어 카셀대학교에 도착했다. 30분 뒤 제막식이 열릴 총학생회 본관 앞 신축공원에 다다르자 보라색 천으로 덮인 소녀상이 보였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분들께서 이 현장에 직접 와서 함께 보실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현대사의 굴곡에서 온갖 고초와 희생을 감수한 이들, 조금 먼 역사에선 독립운동을, 가까이는 지금의 민주화를 이루게 한 얼굴 모를 분들이 떠올랐다. 현실엔 참여했으나 역사에는 기록되지 못한 분들을 몫까지 함께, 코협과 총학생회 측은 제막식을 연대의 장으로 만들려 노력했다.

이날 행사에는 소녀상을 제작하고 카셀 학생회 측에 기증한 김운성 작가도 참여했다. 김 작가는 축사에서, 이번 소녀상 설치는 전 세계적으로는 99번째, 유럽 및 독일 공공부지에 건립되는 사례로는 두 번째라며 감격스러움을 표했다. 행사에선 핸드팬 연주자 진성은씨와 가야금 연주자 박현정씨가 '자유'와 '지속'이라는 주제로 즉흥 합주를 펼쳤다.

행사에는 카셀의 지역 신문사에서도 제막식 취재를 위해 찾아왔다. 현지 반파시스트 시민 단체도 참여해 연대사를 전하기도 했다. 카셀 내 한인회가 없어진 후 다시 한글학교를 만든 한글학교 교장, 카셀대학에서 박사과정 중인 유학생도 학교에 소녀상이 설치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 소녀상을 통해 다시한번 연대가 이뤄진 셈이었다.

설치 결정한 독일학생... "피해여성 희생 막아야,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독일 카셀대 소녀상 설치 제막식에서 축사중인 김운성 작가(왼쪽)와 이를 통역중인 한정화 코협 대표의 모습.
 독일 카셀대 소녀상 설치 제막식에서 축사중인 김운성 작가(왼쪽)와 이를 통역중인 한정화 코협 대표의 모습.
ⓒ 저작권자 Uli Kretschmer_제공자 코리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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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셀대 소녀상 제막식에서 헌화하는 한정화 대표(왼쪽)와 총학생회 회장 토비야스의 모습.
 카셀대 소녀상 제막식에서 헌화하는 한정화 대표(왼쪽)와 총학생회 회장 토비야스의 모습.
ⓒ 저작권자 Uli Kretschmer_제공자 코리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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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막식을 마치고 총학생회 회장 토비야스를 만났다. 소녀상을 설치한 특별한 동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먼저 스스로를 '반파시스트주의자'라 소개하며 전세계적으로 파시즘이 재등장하는 경향성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일본 전시 성폭력 문제 또한 그런 사례 중의 하나임을 지적하며, 국제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별히 평화의 소녀상 작품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소녀상이 '저항'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언론을 통해 베를린 소녀상을 둘러싼 여러 문제와 현재 소녀상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알게 되었고, 총학생회장과 임원들은 외교적인 이해 관계로 피해여성들이 다시금 희생자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현대미술축제인 <도큐멘타> 전시 때 소녀상을 설립해 전 세계인에게 이를 알리고 싶어 기획했다고 한다.

총학생회 측이 소녀상을 세우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그가 코리아협의회에 연락을 한 것은 올해 1월로, 제막식이 열리기까지는 6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반 년 만에 가능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왜냐하면 내가 원했으니까요(Because I wanted!)"라고 짧게 답했다. 소녀상 설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총학생회 부회장으로 소녀상 설치 공원부지 조성의 총 관리를 맡은 세바스찬(27세) 또한 만났다. "카셀에 유학중인 국제 학생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국제 학생들이 함께 모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소녀상 설치를 기획했다는 얘기다.

총학생회가 대학교 측에 소녀상 설치 제안을 했을 때 대학 측의 우려는 없었을까? 오히려 그 반대였다. 카셀대 부총장은 학교에 이같은 기여를 해줘서 감사하다며 오히려 고마움을 전했다고 한다. 며칠 전 소녀상을 둘러싸고 베를린에서 일어난 일들이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관련 기사: 주옥순 일행이 베를린서 저지른 '만행', 그 기이한 풍경 http://omn.kr/1zn0j ).  

소녀상 바로 뒤 건물은 역사적 장소라 더 울림을 준다. 세바스찬은 이어 "소녀상 뒤편 건물은 2차대전 당시 나치 군대가 활용했던 건물로, 당시 유대인들이 강제 노역을 했던 곳이다. 나치의 부조리한 역사를 반성하며 이같은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저항을 상징하는 소녀상을 세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즉 갈등의 상징이 아닌 화합과 국제 연대의 상징물로, 그릇된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는 의미로 소녀상을 설치했다는 얘기였다.

국제 연대의 일환으로 설치한 것에 필자가 감사의 뜻을 전했을 때, 그는 "우리가 한 일은 아주 작은 부분이다. 만약 일본 정부가 우리가 한 일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면, 집단 기억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언제라도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독일 카셀대 소녀상 제막식 당일 참가자들이 모여 찍은 단체 사진
 독일 카셀대 소녀상 제막식 당일 참가자들이 모여 찍은 단체 사진
ⓒ 저작권자 Muharrem Mungan_제공자 코리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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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는 소녀상 설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및 여성성폭력 문제 관련해 매년 학술회, 전시회, 워크숍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총학생회 임원들의 임기가 한시적임을 고려한 학생들은 장기적으로 소녀상을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관련 행사를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대학 내에 "캠퍼스에 소녀상을!"라는 후원회를 공식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한정화 코협 대표는 이번 소녀상은 "코리아협의회나 정의기억연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독일의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전시 및 여성에 대한 일상적 성폭력 반대의 상징으로 소녀상을 세우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여 성사시킨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캠퍼스에 소녀상을!'이라는 캠페인이 확산되어 다른 대학에서도 설립이 되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카셀대 평화의 소녀상, 지속되려면

소녀상 설치는 끝났지만, 미완성인 부분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가격 및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녀상 항공운송요금이 평상시보다 3배 상승(2천만원 상당)하여 운송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었다. 이에 코협은 소녀상 운송비 기부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코협 단체 사이트에서 직접 후원(링크)하거나, '정의기억연대 사이트'를 통해 후원이 가능하다('독일 평화비 활동'에 체크). 관련한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도큐멘타> 열리는 도시 카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어떤 의미?

독일 중부 헤센주에 위치한 도시 카셀은 국제현대미술축제 <도큐멘타>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 도시이다. 도큐멘타는 5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미술축제로, 축제 기간인 100일 동안 도시 전체가 전시관으로 변한다. 오래된 역사를 지닌 베니스비엔날레에 비해 권위 면에서는 더 높다고 평가되며, 현대미술의 풍향계로 불린다.  

또한 이는 2차 세계대전시 군수도시이자 연합군에 의한 폭격의 폐허에서 성장한 카셀이 나치즘을 성찰하고 현대미술을 복원시키고자 시작된 전시로, 전시 관람 인파는 통상적으로 5백만 여명에 달한다. 코협 <일본군위안부박물관>에서 대여한 전시물들은 총학생회 본관 건물에 도큐멘타 폐막일인 2022년 9월 25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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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다. 독일 마그데부르크에서 평화학을 연구했다. 베를린의 코리아협의회에서 활동하며 주요관심분야는 유럽중심주의와 식민주의, 환경문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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