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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수업하다가 아이들 표정에 '아, 이거구나' 하면서 이해한다는 사인이 나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수업도 잘 듣고, 궁금한 내용은 질문도 잘하며 나름의 노력을 하는 아이들이 시원하게 '아, 이거구나' 하고 느끼는 지점에 도달하지 못할 때 나는 안타깝다.

요즘 아이들은 글자를 배우기도 전에 영상을 접한다. 물론 예전 아이들도 그랬지만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접하는 것과 유튜브 등에서 자극적인 콘텐츠를 접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나는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고등학생들의 어휘력, 독해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뉴스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읽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둔 부모님들 선생님들을 위한 책, 올바른 독서법을 알 수 있는 책입니다.
▲ 책 <공부머리 독서법> 읽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둔 부모님들 선생님들을 위한 책, 올바른 독서법을 알 수 있는 책입니다.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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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공부머리 독서법>을 처음 읽었던 2018년 겨울에는 그저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코로나시대를 지나면서 내가 수업하는 아이들이 변했다. 학교, 또래 친구 등에서 배워야 할 사회성이나 어휘력 등이 크게 부족해지고 온라인 수업 도구인 컴퓨터, 태블릿PC, 휴대전화는 다른 용도로 더 많이 사용되었다. 아이들의 어휘력과 독해력은 더욱 심각해졌다.

2022년 6월 30일, 책 <공부머리 독서법>의 저자인 최승필 작가가 군산 한길문고에 왔다.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나는 다시 한 번 그의 책을 읽었다. 겨우 4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처음 읽었을 때와 지금은 천지 차이였다. 책의 매 꼭지마다 나는 내가 수업하는 아이들이 떠올랐고 그들이 가진 문제점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원인을 알았다는 건 해결책도 알 수 있다는 뜻. 나는 점점 희망을 가지고 책을 마저 읽었다.
 
"왜 초등 우등생이 중학생이 되면 성적이 떨어질까? 기초가 약하면 정말 뒤처질까? 이야기책이 수학 성적도 올린다고? 정말 어휘력이 약해서 못 읽는 걸까?"

"핀란드를 비롯한 교육 선진국의 아이들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채로 학교에 들어갑니다. 겉으로 보면 우리 아이들보다 한참 뒤떨어집니다. 우리 아이들은 한글은 물론 알파벳도 읽고 쓸 수 있고, 덧셈 뺄셈도 할 줄 알고, 지식 전집을 많이 읽어서 아는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핀란드의 아이들은 핀란드 알파벳을 모르고, 덧셈 뺄셈도 모르고,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더 나은 점이라고는 책을 좋아한다는 것 하나뿐입니다."

"학교에서 시험을 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핀란드지만 딱 한 가지 주기적으로 보는 테스트가 있습니다. 바로 독서능력진단검사입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계속해서 점검하는 거죠. 그리고 읽기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제공해 읽기능력을 끌어올립니다. 국가 차원에서 '공부머리 독서법'을 제도화한 거죠."

"우리는 '아이가 얼마나 많이 아느냐'에 집중합니다. 핀란드는 '아이가 얼마나 잘 읽느냐'에 집중합니다. 숙련된 독서가로 자라기만 하면 뛰어난 능력으로 스스로 학습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던 부분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수업했던 수많은 아이들이 생각났고 지금 수업하고 있는 아이들이 떠올랐다. '내가 잘못된 수업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런 마음으로 최승필 작가를 만났다. 최승필 작가의 표정, 목소리, 말투를 종합하면 딱 '이야기 해 주는 아저씨' 같았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매일 저녁 책을 읽어주는 아빠이기도 한 그가 들려주는 독서교육은 어떨지 많이 궁금했다. 그는 현장에서 '독서지도'를 했던 선생님이었다. 그가 들려주는 현장의 상황은 글로 접한 것보다 훨씬 더 안타까웠지만 그에 반해 결과는 놀라웠다.

그의 해결책은 간단했다. 책을 읽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무작정 읽으면 안 된다. 나이에 맞게 읽는 법이 있는데 한 가지 공통점은 '좋아하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책이 있을까? 최승필 작가는 아이들을 도서관에 데려가라고 했다. 도서관 서가를 구경하고 책을 선택하고 표지를 살펴보고 머리말과 도입부를 읽고 다시 꽂아두거나 읽는 모든 행동을 천천히 기다려 줘야 한다고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가 '인생의 책'을 만날 수도 있다고 했다.

최승필 작가도 이렇게 인생의 책을 만났다고 했다. 집에 있던 300권짜리 문고판 소년 소녀 명작 전집을 처음 1~2개월은 구경만 했다. 책장을 넘기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삽화가 나오면 그 페이지를 조금 읽고 하는 방법으로 책을 훑어보던 중 그는 '인생의 책'을 만났다.

바로 위다의 <플랜더스의 개>였다. 그에게 처음 겪는 희한한 경험이라고 했다. 현실 세계의 시간이 멈추고 이야기 속 시간을 살다 나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고 책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지 처음 느낀 순간이라고 했다. 이 경험을 시작으로 그는 집에 있던 모든 문고판 책을 읽었다.

중학생이 된 그는 등교 첫날 반 배치고사에서 63명 중 61등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선생님에게 멸시에 가까운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계획이 있었다. '반에서 5등 안에 드는 애도 호모 사피엔스, 61등인 나도 호모 사피엔스, 같은 호모 사피엔스끼리 능력 차이가 나봐야 얼마나 나겠나'란 생각을 가지고 교과서와 참고서를 쌓아놓고 학습 계획표를 짰다.

이때 위력을 발휘한 것이 초등학생 시절 읽었던 300권의 소년 소녀 명작이었다. 배치고사에서는 시험지를 읽는 것조차 못했던 어린 최승필은 중학교 교과서를 척척 읽고 이해할 수 있었고 첫 시험에서 4등을 했다. 이때의 경험은 어린 최승필에게 굳건한 자존감을 심어주었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소중한 믿음을 갖게 해 주었다.

그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모두가 '우등생'이 될 가능성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인생은 공부가 전부가 아니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아이들이 가지게 될 '굳건한 자존감'과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소중한 믿음'이다.
 
학부모를 위한 독서 교육 인터넷 카페, 잘못된 독서 지도와 부모로서 가지게 되는 욕심을 버리고 올바른 지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 공부머리 독서법 인터넷 카페 학부모를 위한 독서 교육 인터넷 카페, 잘못된 독서 지도와 부모로서 가지게 되는 욕심을 버리고 올바른 지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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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 시간에 한 중학교 교사는 '청소년 특히 중학생들에게 맞는 독서 지도법'을 물었고 나는 '책을 빨리 읽는 아이들의 위한 독서 지도법'을 물었다. 이 두 질문에 작가는 각각 대답을 해주었는데 결국 같은 해결책이었다.

"전교생이 한 학기 동안 한 권의 책을 같이 읽는 것, 조건은 천천히 아주 자세히 읽는 것"이라고 했다. 빨리 읽는 아이들에게도 이 방법이 해당됩니다. "방학 동안 한 권의 책을 천천히 자세히 읽는 것" 바로 슬로리딩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공부머리 독서법 cafe.naver.com/gongdock)에 이에 관한 자료가 있으니 마음껏 사용하세요."

나는 아이들에게 '공부머리 독서법 카페'에 있는 '기초 국어 능력 평가'를 풀게 했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긴 지문이 들어있는 시험지를 어려워했고 힘들어했다.

"힘들었지? 다 푸느라 수고했어. 방학하면 선생님이랑 딱 한 권만 책을 같이 읽어보자. 너희들이 교과서 읽기 힘들고 공부하기 힘든 이유가 다 책에 있었어. 재미있는 책으로 골라보자."

거절하는 아이들이 없었다. 일단 전제가 간단했다. 딱 한 권, 재미있는 책. 이 시작으로 아이들이 '인생의 책'을 만나게 되고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되기를 바라지만 나 혼자서 너무 앞서가지 않기로 했다. 이번 방학은 재미있는 책에 빠져만 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 (brunch.co.kr/@sesilia11)에도 실립니다.


공부머리 독서법 (예스 리커버) -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교육의 모든 것

최승필 (지은이), 책구루(2018)


태그:#공부머리 독서법, #최승필, #플랜더스의 개, #독서지도, #인생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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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꿈을 이루고 싶은 엄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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