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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던 코로나19 대유행, 2년 반의 시간이 지나 일상회복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오늘, 다시 보건의료노동 현장을 돌아보고자 합니다.[기자말]
1. 왜 다시 산별교섭인가?

한국 최초로 산별노조를 건설한 보건의료노조가 작년 역사적인 9.2 노정합의 성과에 이어 올해는 '산별교섭 정상화 제도화'를 전면에 걸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는 왜 지난 24년 동안 의료공공성운동과 함께 일관되게 산별교섭을 추진하려고 할까?

그 답은 명확하다. 최근 사회적 담론과 쟁점이 되고 있는 기후위기와 디지털 전환시대, 불평등과 격차해소, 그리고 대선 지선을 거쳐 화두가 되고 있는 정치개혁과 진보정당 혁신까지도 조직노동이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노사관계의 틀을 기업별체제에서 초기업 산별제체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문제의식때문이다. 이런 근본적인 고민과 모색없이는 그 어떤 노력과 투쟁도 곧 한계에 부딪치거나 좌초 할 수밖에 없다. 몸을 공장에 가두어 놓고 공장밖 사회개혁과 공공성 강화, 세상을 바꾸자는 것은 결국 레토닉 또는 정신승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노동개혁'이 화두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노동개혁은 촛불의 명령과 노동존중공약에도 불구하고 좌고우면을 거듭하다가 중도하차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과 노동시간,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개혁을 외치지만 방향설정 자체가 잘못되었다. 87년 노동체제를 바꾸는 개혁의 핵심은 기업별 노사관계를 초기업 노사관계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처음부터 '기업별노조 – 기업별교섭체제'가 노사관계의 골간을 이룬 것은 아니다. 한국 노동운동 100년 역사에서 기업별 노사관계가 본격화된 것은 전두환 군사정권이 기업별교섭을 법적으로 강제한 1980년 이후다. 그 외 더 많은 시기는 초기업 산별 노사관계가 주를 이루었다. 세계적으로도 기업별 노사관계는 노동운동이 망한 일본과 우리나라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산별교섭을 하자는 것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노사관계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1980년 이전의 우리나라,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인 노사관계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1998년 보건의료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하면서 다시 시작된 한국의 산별운동이 2006년 정점을 지나 2010년 이후 주춤하면서 정체기이다. 위기의 시대, 정의로운 노동전환을 위해 모두가 뛰고 있는 이 시점에서 보건의료노조의 산별교섭 분투기를 살펴보면서 제 2기 산별운동과 산별교섭 투쟁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보자.

2. 올해 보건의료노조가'산별교섭 정상화 제도화'를 전면에 내걸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금부터 24년전인 1998년, 병원별 기업별노조가 하나로 뭉쳐'보건의료노조'라는 전국단일산별노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꾸준한 투쟁으로 2004년 보건의료노조 산하 모든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산별교섭을 쟁취했다. 이를 통해 노동조건 저하없는 주 5일제 시행 등 노동조건 개선은 물론, 2007년 8000여명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처우개선이라는 아름다운 산별 합의, 그리고 2008년에는 미국산 쇠고기 병원급식 금지라는 의미있는 합의를 도출했다.

산별교섭 합의사항은 교섭에 참가하는 모든 의료기관 노동자에게 적용되었고 보건의료산업 전체노동자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노사간 쟁점으로 2009년 산별교섭이 중단되었다. 그 이후 다시 산별교섭 정상화 투쟁을 벌여 2012년부터 산별교섭이 재개되었다. 하지만, 산별교섭 참가 의료기관 수는 대폭 줄었다.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이 모두 빠졌다. 따라서 산별교섭 정상화란 보건의료노조 산하 200여개 지부 노사가 다함께 산별교섭에 참여하여 산별의제를 제대로 논의하는 것을 뜻한다.
 
2004년 첫 보건의료산업 산별중앙교섭
 2004년 첫 보건의료산업 산별중앙교섭
ⓒ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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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산별교섭 정상화 운동은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보건의료노조 산별교섭 정상화 운동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는 현 산별교섭에 참여하는 의료기관 숫자를 최대한 확대하면서 산별교섭의 의미를 만드는 것이다. 더 확대된 산별교섭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모든 의료기관의 일상회복과 병문안 개선, 코로나 전사로 헌신했던 보건의료노동자를 위한 정당한 보상을 통해 현시기 보건의료산업의 핵심 의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이다. 산별교섭 참여 의료기관 숫자는 그동안 꾸준히 증가하여 작년에는 70개, 올해는 더 확대되어 76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2009년 이후 최대규모이다. 참고로 산별교섭이 최고조였던 2007년에는 119개 의료기관이 산별교섭을 함께했다.

둘째는 2009년이후 산별교섭에 불참하고 있는 국·사립대병원 대책이다. 국립대병원은 집단공동교섭을 통해, 사립대병원은 9.2 노정합의에 따른 정책협의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면서 공동의 논의 수준을 높여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의료체계를 선도하는 국·사립대병원이 노사 신뢰 회복을 통해 개별병원을 넘어 전체 의료 공공성 강화에 기여하는 초기업 노사관계의 새로운 모델을 꿈꾸고 있다.

셋째는 보건의료노조가 전체 100만 보건의료노동자를 대표하는 산별노조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위해 조직 노동자만이 아니라 노조가 없는 모든 보건의료노동자를 위한 교섭을 시도하고 있다. 바로 병협과 의협을 상대로 하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위한 '노동기본권 교섭'이다. 5인 미만 의료기관 노동자는 지난해 기준 25만여명으로 이들 중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들이 30%에 가깝다. 산별노조가 이들을 외면해선 안된다.

4. 산별교섭 제도화는 법적 논란이 많은데 가능한가?

산별교섭 정상화투쟁이 보건의료노조 내부 노사관계 측면이라면, 제도화 투쟁은 산별교섭이 원활하게 진행되기위한 외부 법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투쟁이다. 현행 노동법은 기업별 교섭만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업 노사관계도 가능하도록 다양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것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산별교섭을 무조건적으로 법적으로 의무화하거나 강제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즉, 작년 법개정된 노조법 30조 3항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기업별교섭을 뛰어넘어 산업ㆍ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방식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 중앙정부는 모범 사용자로서 공공부문부터 초기업 노정교섭의 모범사례를 만들고, 노동조합법에 사용자단체 정의 확대, 사용자단체 구성요건 완화, 정부 위원회에 참가하는 사용자단체에게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동등한 의무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초기업 교섭이 가능하도록 단체교섭 의제와 범위를 산업정책과 공공성 의제 등으로 확대하고, 산업 공동근로복지기금 확대 및 산업 공동교육훈련제도 강화로 산별공동기금 확보를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그리고 산별교섭(초기업교섭)에 참가하는 노사단체를 적극 지원하면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복수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 대상에서 산별교섭을 제외하면 산별교섭은 더욱 촉진될 것이다.

또다른 방안으로 노조법 35조, 36조 개정을 통해 단체협약 적용 범위 확대 및 효력확장제도를 실질화하면 사용자들이 스스로 산별교섭에 나서면서 초기업교섭이 활성화되는 길이 열릴 것이다. 노사관계와 쟁의를 조정하는 노동위원회가 산업차원 교섭단위 통합 절차를 신설하면서 집단적 조정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이런 제도화 투쟁 관련해서 최근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화섬노조, 금융노조 등 주요 산별노조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스로 공동의 과제로 인식하면서 정부와 국회에게 산별교섭 제도화를 요구하는 투쟁을 모색하고 있다. 산별교섭 제도화는 노조 스스로의 주체적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행정적 노력, 그리고 국회에서의 법 제도화 등 3박자가 맞으면서 함께 굴러가야 한 걸음 내딛으면서 기업별 노사관계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

5. 보건의료노조는 왜 이렇게 산별교섭에 적극적인가?

내년은 보건의료노조가 건설된 지 25주년이 되는 해다. 보건의료노조는 급변하는 세상 변화속에서 산별노조의 존재의미와 사회적 역할을 늘 고민한다. 여기서 산별교섭이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이라는 점을 실천활동을 통해 절감하고 있다.

첫째 산별교섭은 조합원 요구 실현의 현실적 대안이다. 의료기관내 교섭만으로는 높아지고 다양해지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해결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의료기관별 인력충원, 교대제 개선, 임금인상, 단협 개선, 비정규직 정규직화 그 어느 것 하나 쉽지않다. 의료기관의 성격상 모든 것이 전체 의료제도 변화와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즉, 의료 자체가 공공재이기 때문에 현장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별교섭을 통해 의료기관을 뛰어넘어 보건의료정책에 개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둘째 산별교섭은 노조의 사회적 공공적 역할을 찾아가는데 나침판 역할을 한다. 최근 노동자 내부 불평등과 격차 확대가 쟁점이 되고있다. 보수언론에서는 우리를 귀족노조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사실 기업별 노사관계는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산별교섭 같은 초기업 노사관계로 바뀌어야 기업별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모든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요구를 모아서 평등과 연대의 관점에서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해 나갈 수 있다. 산별교섭이 되어야 국민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정책에도 적극 개입하면서 노조의 사회적 공공적 역할을 높일 수 있다.

산별교섭은 좀 더 넓은 의미로도 사용된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 간 노정교섭도 초기업교섭, 즉 산별교섭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산별교섭을 정상화·제도화한다는 것은 노사관계에서의 산별교섭은 물론 대정부 노정교섭과 대국회 법제도 개선과 예산 대응, 각종 정부위원회 참여, 대국민 의료공공성 강화 캠페인 등 일체의 초기업교섭과 활동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는 보건복지부와 노정교섭을 진행, 9.2 노정합의를 이뤄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26일 11차 노정 실무교섭 모습
 지난해 보건의료노조는 보건복지부와 노정교섭을 진행, 9.2 노정합의를 이뤄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26일 11차 노정 실무교섭 모습
ⓒ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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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시 묻는다, 산별교섭은 지금 가능한가?

위기의 시대, 노동시장 불평등과 이중구조 확대, 비정규 플랫폼 노동의 열악함으로 아래로부터 투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대안으로서 노동개혁이 거론된다. 하지만 그런 대안이 구체적 성과를 못 내고 말잔치에만 머무는 것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노동의제가 개별 사안별로 해결된다고 속 시원하게 모든 문제가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노동개혁의 핵심은 개별 노동의제별 대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사관계의 근본 틀을 바꾸는 것이다. 기업별이 아닌 산별차원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운동장에서 제대로된 노동개혁 논의가 가능하다.

산별교섭 없는 산별노조는 팥소 없는 찐빵이다. 노동자 스스로 주체적인 노력과 투쟁으로 산별교섭이 정상화 제도화된다면 더 큰 단결과 더 큰 힘으로 정의로운 노동전환과 함께 환자안전과 나의 안전, 일과 생활의 양립, 나의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그런 일터와 사회를 성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위기가 곧 기회이다. 위기의 시대 지금 움직여야 한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6월 복지부 앞에서 진행한 산별총파업 선포대회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6월 복지부 앞에서 진행한 산별총파업 선포대회
ⓒ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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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합의' 제대로 이행하면, '환자중심'으로 확 바뀔 수 있다 http://omn.kr/1zhjh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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