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KT 위즈의 순위는 10개 구단 중 7위에 불과했다. 물론 5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는 반 경기에 불과했지만 호기롭게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했던 팀의 성적으로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KT는 그로부터 3주의 시간이 지난 4일 현재 순위를 세 계단이나 끌어 올리며 단독 4위로 올라섰다. KT는 강백호와 조용호 등 주축선수들의 잇따른 부상 속에서도 최근 17경기에서 11승을 따내며 선전하고 있다.

올 시즌 강백호와 외국인 타자가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KT타선을 이끌고 있는 선수는 단연 '부활한 홈런왕' 박병호다. 올 시즌을 앞두고 3년 30억 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금액에 KT와 FA계약을 체결한 박병호는 75경기에서 27홈런67타점을 기록하며 4일 현재 홈런과 타점, 장타율(.599)까지 타격 3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타율이 .263로 떨어진 것을 제외하면 마치 2010년대 중·후반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시절을 보는 듯한 활약이다.

하지만 최소 주전 라인업 9명이 필요한 야구에서 박병호 혼자 아무리 뛰어난 활약을 펼친다 하더라도 결코 팀 성적을 상위권으로 이끌 수 없다. 올 시즌 KT에는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한 활약으로 팀 내 안타 1위(77개), 타점 2위(40개)를 기록하며 박병호의 조력자 역할을 해주고 있는 선수가 있다. 지난 주에 열린 6경기에서 무려 타율 .538(26타수14안타)3홈런12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타격감을 완전히 회복한 황재균이 그 주인공이다.
 
 3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5회말 1사 주자 1,2루에서 KT 황재균이 안타를 치고 있다.

3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5회말 1사 주자 1,2루에서 KT 황재균이 안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즌이 거듭될수록 타격감 회복하는 황재균

야구 선수들은 모두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며 시즌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지만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몸 상태를 끌어 올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저마다 차이가 있다. 따라서 시즌 초반에 좋은 성적을 냈다가 중반 이후 체력이 떨어지면서 성적도 점점 떨어지는 선수가 있고 반대로 시즌 초반 다소 주춤하다가 중반 이후 제 기량을 회복해 성적을 바짝 끌어올리는 선수도 있다.

시즌 초반에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시즌이 끝날 때쯤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평균 성적을 회복하는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NC 다이노스의 외야수 박건우다. 박건우는 두산 베어스 시절이던 2017년 4월까지 타율 .180 무홈런 1타점에 허덕였다. 하지만 박건우는 그 해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높은 .366의 고타율과 함께 20-20클럽에 가입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황재균 역시 여름에 성적을 끌어 올리는 대표적인 유형의 선수다. 2017년 메이저리그 도전이 29경기 타율 .154 1홈런5타점으로 막을 내린 황재균은 2018 시즌을 앞두고 4년 88억 원의 조건으로 KT와 계약했다. 지난 2006년 수원을 홈으로 쓰던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황재균이 11년 만에 다시 수원 연고의 KT로 돌아온 것이다.

KT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18년 타율 .296 25홈런88타점을 기록한 황재균은 2019년 5월까지 타율 .250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황재균은 6월 타율 .330 4홈런15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타격감을 회복했다. 물론 7월 중순 손가락 부상으로 한 달 가량 결장했지만 9월에 다시 타율 .371 5홈런12타점을 기록하면서 롯데 시절이던 2015년부터 시작된 4년 연속 20홈런 기록을 이어갔다. 

2020년 타율 .312 21홈런97타점108득점으로 KT 이적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황재균은 주장을 맡은 작년 타율 .291 10홈런56타점74득점으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황재균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2차전 결승 홈런을 포함해 4안타1홈런5타점을 기록하며 KT의 첫 우승을 이끌었다. 노장 박경수의 애틋한 스토리가 없었다면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어도 이상하지 않을 활약이었다.

한 주 동안 6경기서 14안타12타점 대폭발

황재균은 2018년부터 작년까지 KT 유니폼을 입은 4년 동안 타율 .297 76홈런308타점336득점OPS(출루율+장타율) .84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132홈런369타점의 성적을 올린 최정(SSG랜더스)을 제외하면 10개 구단 3루수 중에서 가장 꾸준한 활약이었다. 결국 황재균은 작년 12월 KT와 4년 총액 60억 원(계약금25억, 연봉29억, 옵션6억)에 두 번째 FA 계약을 체결하며 2025년까지 KT 유니폼을 입게 됐다.

황재균은 올 시즌 강백호와 헨리 라모스의 부상이탈 속에서 1번과 9번을 제외한 모든 타순을 소화하며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아무리 경험이 많은 베테랑 황재균도 여러 타순을 돌아다니는 것은 커다란 부담이었고 6월 26일까지 타율 .248 3홈런22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최악의 부진'이라고 표현하긴 힘들지만 그렇다고 KT가 60억 원을 투자한 FA내야수에게 기대했던 성적과도 거리가 있었다. 

삼성과의 6월 마지막 3연전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7안타6타점을 기록하며 타격감을 회복한 황재균은 이어진 두산과의 주말 3연전에서도 2루타 3방을 포함해 7안타를 때려내며 3경기 연속 2타점을 기록, KT의 스윕을 이끌었다. KT가 두산과의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은 것은 2019년 7월 18일 이후 무려 1081일 만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일주일 동안 14개의 안타로 시즌 타율을 .248에서 .276로 끌어올린 황재균이 있었다.

물론 황재균의 맹타는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황재균은 작년 한국시리즈를 포함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년 프리미어12,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 대표팀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순간에 중요한 한 방을 때려주던 선수였다. 만약 지난 주에 보여준 황재균의 무서운 타격감이 이번 여름 내내 이어진다면 KT는 강백호가 없는 기간에도 타격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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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황재균 머신 예비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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