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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장중 2300선을 하회한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2.7.4.
 코스피가 장중 2300선을 하회한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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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동안 모든 것이 올랐다. 부동산, 주식, 채권 그리고 가상화폐까지. 근로소득이 자산소득을 좇아가기는커녕 오히려 그 격차만 까마득하게 벌어졌다.

말 그대로 '불장'이었다. 자산시장의 질주가 거침없다 보니 거기에 올라타지 않으면 가난해진다는, 소위 '벼락거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근로소득만으로 집을 장만하고 자녀도 양육했던 1980, 1990년대 산업화 시대의 기억이 없는 20~30대 청년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자산시장의 질주에 올라타려 했다. 아니, 자산시장의 질주에서 소외되지 않고자 발버둥 쳤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영끌족이 탄생했고 20대 대학생들까지 주식과 코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인 세상이었다.

자산시장의 질주는 계속해 거침이 없었고 2030 청년들은 영끌덕에 벼락거지 꼴을 벗어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실물경제의 뒷받침 없이 나홀로 질주하던 자산시장의 거품은 오래가지 못했다. 코로나 팬더믹에 대응한다면 각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풀었던 유동성은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자산시장은 일제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3300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30% 가까이 폭락해 지난 4일엔 2300선마저 하회했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이었던 코인시장에서는 –90%를 기록한, 즉 사실상 휴짓조각이 돼 버린 사례가 수두룩하게 나타났다. 그나마 가장 우량했던 비트코인마저 고점 대비 4분의 1토막이 났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자산시장에 올라탔던 청년들은 말 그대로 영혼까지 털렸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올려놓은 금리로 인해 자산시장으로 쏟아부은 대출금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설상가상으로 자산시장의 폭락으로 평가재산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자본은 없어지고 부채만 남았는데, 그 부채마저 올라간 이자율에 계속 불어나고 있는 것. 곡소리가 날 상황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고 있다.

빚의 무게로 목숨을 끊는 일, 막아야 한다
 
6월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에서 경찰이 10m 바닷속에 잠겨있는 조OO양 가족의 차량을 인양한 뒤 유실방지망을 벗겨내고 있다. 경찰은 실종된 조양의 가족과 차량을 찾기 위해 수중 수색하다 전날 가두리양식장 아래에 잠겨있는 차량을 발견했다.
 6월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에서 경찰이 10m 바닷속에 잠겨있는 조OO양 가족의 차량을 인양한 뒤 유실방지망을 벗겨내고 있다. 경찰은 실종된 조양의 가족과 차량을 찾기 위해 수중 수색하다 전날 가두리양식장 아래에 잠겨있는 차량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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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완도 일가족 사망 사건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에 따르면 사망한 남편은 코인에 투자해 큰 손실을 봤다고 한다. 자산시장의 질주에 올라탔다 거품의 붕괴와 함께 몰락한 투자자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비극이 완도 일가족 사망 사건으로 그치지 않을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제2, 제3의 완도 일가족 사망 사건이 다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삶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빚,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희망이 남아있다면 어깨를 짓누르는 빚의 무게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만큼은 막아야 한다. 개인회생은 잃어버린 재산을 돌려주지는 못하지만, 어깨를 짓누르는 빚의 무게는 덜어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본 채무자는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웠다. 완도 일가족이 개인회생 제도를 알아봤는지 알 순 없지만, 알아봤다고 해도 적용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투자손실금을 재산 처리?... 실무 관행의 이면

지금까지 개인회생 사건을 처리하는 법원은 투자손실금을 재산으로 처리하는 관행을 보여왔다. 투자로 1억 원을 잃었다면 그만큼을 재산으로 처리한 것이다. 예컨대 전 재산이 1억 원인 채무자가 투자손실로 1억 원을 모두 잃었다면 재산은 0원이다. 하지만 법원은 투자손실을 인정하지 않고 그의 재산을 1억 원으로 계산해 버렸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재산이 재산으로 잡혀 변제금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재산 만큼은 갚아야 한다는 것이 개인회생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손실금이 재산으로 반영돼 개인회생 대상 자체가 안되거나 되더라도 월 변제금이 지나치게 높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투자손실금은 재산으로 처리해온 관행은 '투자'라는 행위 자체를 일종의 부도덕한 투기로 봤기 때문이다. '큰돈을 벌겠다고 투자했다가 망한 사람까지 구제해줘야 하나?'라는 정서가 저변에 깔려있던 것이다. 하지만 벼락거지를 면해 보겠다며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대열에 합류했던 청년들을 투기세력이라 비난하기는 어렵다. 사상 최고의 실업률 속에서 인생을 통틀어 기회라고는 자산시장의 질주에 올라타는 것이 처음이었던 그들을 '돈 좀 벌어보겠다고 투자했다가 실패했으면 온전히 스스로 책임져야지'라며 몰아붙일 수는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투자손실을 재산으로 간주하는 관행에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그저 말 그대로 실무 관행일 뿐이었다. 실무 관행 하나에 수많은 채무자가 구제를 받지 못하고 좌절해 왔다.

하지만 최근 서울회생법원은 이와 같은 실무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회생법원 2022년 7월 1일부터 투자손실금을 청산가치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실무준칙을 시행했다. 즉, 투자손실금을 재산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실무준칙 개정은 서울회생법원에 국한된다. 그렇기에 주소나 직장이 서울인 채무자에게만 적용된다는 한계를 지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하지만 수많은 청년을 투자로 몰아넣은 것은 우리 사회다. 그렇기에 최소한 투자에 실패한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은 잡아줘야 할 것이다. 서울만이 아닌 전국의 모든 법원이 이번 서울회생법원의 실무준칙 개정을 준용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광민은 경기도의회 의원(민주당, 부천시 제5선거구)이며 현직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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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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