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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였다. 한 미술관에서 3개월가량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주일에 이틀 나갔다. 주 소정근로시간은 15시간 미만이었다. 동료는 주휴수당을 받는데 나는 받지 못했다. 당시 노동법에 무지하여 왜 그런지 잘 몰랐다. 스스로를 동료와 같은 '노동자'라고 여겼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나와 동료의 노동은 다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제는 안다. 내가 초단시간 노동자였다는 걸. 초단시간 노동자는 '4주 동안을 평균해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를 일컫는다. '15시간'은 많은 것을 구별 짓고 차별한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주휴수당뿐만 아니라 퇴직금·연차휴가·4대 보험을 누리지 못한다(4대 보험의 경우 산재보험을 제외하고는 의무가입 대상이 아님). 또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아래 '기간제법') 상 기간 제한 규정 역시 적용되지 않는다.
 
「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 
6. 「근로기준법」 제18조 제3항에 따른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뚜렷하게 짧은 단시간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18조(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 
③ 4주 동안(4주 미만으로 근로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평균하여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제55조와 제60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급증하는 초단시간 노동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초단시간 노동이 급격히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130.2만 명이었던 초단시간 노동자는 2021년에 151.2만 명으로 늘었다. 2022년 3월에는 그 수가 164.7만 명에 달하기도 했다. 그런데 초단시간 노동의 증가는 코로나19 시기의 예외적인 현상은 아니다. 2009년 초단시간 노동자 수는 71.5만 명이었다. 그 뒤, 꾸준히 우상향하여 10년 동안 80%가 넘게 증가했다. 

초단시간 노동의 증가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정부의 노인 공공일자리 사업을 들 수 있겠다. 노인 공공일자리는 상당수가 주 20시간 이내의 시간제 일자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109.5만 명이던 초단시간 노동자는 1년 사이 130.2만 명으로 20만 명 넘게 늘었다. 2018년과 2019년에 노인 공공일자리 사업이 급격히 확대된 영향이었다.

노인 공공일자리 사업은 지금도 활발하다. 지난 5월 취업자는 작년 동기 대비 93.5만 명 증가했는데(업종별로 보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17.8만 명, 공공행정 9.9만 명임), 그중 60세 이상이 절반(45.9만 명)가량 차지했다. 

민간 사회서비스업에도 초단시간 노동이 만연하다. 요양보호사·장애인활동지원사·아이돌보미 등 돌봄 노동자의 상당수가 민간 기관을 통해 일한다. 정부는 비용을 보조하는 식이다.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지 않고 시장에 위임하면서 여러 기관이 난립했다. 그 결과, 경쟁이 치열해졌고 비용 절감을 이유로 초단시간 노동이 양산되었다.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 추이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 추이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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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방문 노동의 특성 역시 초단시간 노동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노동권 사각지대 초단시간 노동자'(1)를 보면 "이용자 편의에 따라 서비스 시간이 정해지는 등 이용자의 시간 선택에 따른 고용탄력성이 큰 것으로 인해 초단시간 노동이 증가한 부분도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플랫폼노동·특수고용·프리랜서의 증가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 비임금 근로자가 처음으로 700만 명을 넘어섰다. 2016년(약 520만 명)과 비교했을 때 급격한 증가다. 코로나19도 증가세에 영향을 끼쳤다. 사람들 간 물리적 접촉이 줄어들면서 배달·택배·퀵 등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외에 보육전담사·방과후행정사·예술강사·한국어교원 등 교육 부문에 초단시간 노동자가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인 대면·서비스업인 음식점·숙박·도소매업의 경우 코로나19를 겪으며 초단시간 노동이 감소했다가 최근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초단시간 노동,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문제 

초단시간 노동은 앞으로도 계속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IMF 이후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갈수록 심각해졌다. 코로나19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었고, 누군가는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경영이 어려워 폐업한 자영업자도 많다. 일자리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이들 중 상당수는 플랫폼·시간제 노동 등 불안정 일자리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다. 노인 빈곤율은 40%를 넘나든다. 초단시간 노동자가 가장 많이 속한 보건사회복지·공공행정 부문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역설적이게도 서비스 수요층인 고령층이 이들 업종에 주로 노동을 공급한다. 사회보장체계가 취약하여, 은퇴하고도 계속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인이 노인을 돌봐야 하는 슬픈 현실 속에서, 초단시간 노동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간 사회서비스 시장 확대를 공약한 바 있다.)

자발적으로 초단시간 노동을 선택한 이들도 존재한다. 학업·취업 준비를 병행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이 대표적이다. 본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여가를 활용해 짧게 일하는 유형도 있다. 소위 말하는 'N잡러' 혹은 '부캐'다. 본업만으로는 수입이 부족한 경우, 자아실현을 위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경우 등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흐름도 보인다.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자유를 즐기는 '프리터족',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여행하고 일하는 '노마드족'이 그 예시다. 
 
초단시간 노동
 초단시간 노동
ⓒ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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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법의 보호를

초단시간 노동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들을 차별할 합리적인 근거는 없다. 짧게 일한다고 해서, 자발적으로 일을 선택했다고 해서 보호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초단시간 노동자가 주로 소규모 사업장에 속해 안 그래도 노동조건이 나쁘다는 점, 대부분 취약계층(청년·노인·여성) 노동자인 점, 법의 맹점을 이용한 점오(0.5)·십분 계약·일자리 쪼개기 같은 꼼수가 횡행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의 경우 노동자성 문제도 얽혀있다.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보상적 성격이 있는 노동조건 적용을 제외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휴가·휴일 및 퇴직금 이야기다. 전자는 장시간 노동, 후자는 공로에 대한 보상적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짧게 일한다고 해서 회사에 대한 기여가 사라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리고 휴가·휴일을 보상적 차원에서만 접근해선 곤란하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연결되는 노동조건이다.

초단시간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는 심각하다. 연차휴가가 없는 데다 무급으로 쉬기도 어렵다. 안 그래도 임금이 낮고, 대체인력이 부족하다. 고용이 불안정하여 사용자의 눈치도 봐야 한다. 게다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며, 사용자가 산재 처리를 회피하는 경우가 잦다. 

노동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여타 재화와는 다르다. 사람이 직접 행하는 것이다.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최소한의 보호가 필요하다. 노동법의 존재 의의다. 이는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적용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1) 조돈문 외 『노동권 사각지대 초단시간 노동자』 매일노동뉴스, 2017

덧붙이는 글 | 글 배병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활동가.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2년 7-8월호에 실립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 02-723-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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