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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에서 국회를 감시하고 있는 선영 활동가예요. 요새 '원구성'이 되지 않아 국회가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기사들 많이 보셨죠? 윤석열정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열리지 못하고 있고, 경제 위기속 민생 입법 논의는 지연되고 있으며, 사법개혁과 정치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논의 또한 뒷전이 되었는데요.

기대보다 한참 떨어질 때가 많은 국회. 그들을 무턱대고 비난하거나 조롱하기보다 국회의 무엇을 알고 어떻게 감시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대안을 얘기해보려 합니다. 국회가 아무리 미워도, 우리에게는 국회를 감시하고 제대로 일하라 요구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체계자구심사권을 제압하는 자가 국회를 제압한다" (feat. 슬램덩크)

2022년 5월 30일부터 21대 후반기 국회가 시작되었어요.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 위원장을 어느 정당이 가져가느냐를 두고 다투고 있어요. 법제사법위는 각 위원회에서 심사가 끝난 법안을 본회의로 법안을 보내기 전 마지막 '문지기' 역할을 하는 위원회거든요. 그래서 매번 거대정당은 법제사법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해 다툽니다.

일단, 하나의 법안이 개정되거나 제정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살펴볼까요?
간단하게 알아보는 법안 처리 과정
 간단하게 알아보는 법안 처리 과정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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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10명 이상이 모여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발의), 법안은 각 상임위로 넘겨지고(회부), 상임위는 회부된 법률안을 회의 안건으로 올려(상정) 심사하게 돼요. 각 상임위에서 심사가 끝난 모든 법안은 법제사법위로 전달되어 다른 법률과 상충되지는 않는지, 법안에 적힌 문구가 적정한지 등을 살펴봐요(체계자구심사), 그리고나면 본회의에서 표결을 하게 되는거죠.

바로 여기, 법제사법위가 다른 위원회에서 심사를 마친 모든 법안의 체계자구심사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법안 처리의 핵심 위원회가 돼요. 법제사법위가 체계자구심사를 빌미로 법안 수정이 필요하다며 다른 위원회에서 합의된 법안을 다르게 고치거나, 심사를 일부러 미뤄가며 본회의에 보내지 않는 등 월권을 행사할 수 있거든요.

잠깐, 법제사법위가 월권을 행사한 적이 있을까?

앞서 말했던 것처럼 법제사법위가 가진 체계자구심사는 다른 위원회에서 합의 처리된 법안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다른 법률과 상충되지는 않는지, 법안에 적힌 문구가 적정한지 등을 살펴보는 수준에 그쳐야만 해요.

그러나 2019년, 대기업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최소 1명 이상 두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체계ㆍ자구 심사를 거치며 '특정 성(性)의 이사만으로 구성하지 아니한다'는 의무 조항을 '노력한다'는 권고조항으로 바꾸며 권한을 넘어선 개정을 하기도 했어요. 2018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 합의 처리된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 법제사법위에서 체계자구심사가 필요하다며 처리를 막으려는 시도가 있었고요. 

'미워도 다시 한 번' 합의해야 하는 두 원내대표

이렇듯 법제사법위에 법안 처리 주도권이 있는 탓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후반기 원구성을 두고 다투는 중이에요. 두 원내대표의 신경전이 만만치 않은데는 이유가 있는데요, 얼마전 여야가 소위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두고 합의했지만 휴지 조각이 된 기억이 있기 때문이에요. 두 정당의 입장을 간단하게 요약해보면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 '국회의장부터 먼저 선출하고 상임위원장 분배 논의하자. 후반기 원구성은 후반기 원내대표끼리 협상하는게 맞잖아. 그리고 작년 여야 합의 때 체계·자구 권한의 남용·월권에 대해 확실한 장치를 만들자고 했어. 다시 논의해보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 '법제사법위원장 자리 준다고 약속하면 국회의장단은 먼저 선출해도 돼. 작년 여야 합의대로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아야 하고, 체계자구심사권은 이미 국회법 개정으로 축소했어. 민주당은 법제사법위를 법제위와 사법위로 분리하고, 사법위는 국민의힘이 법제위는 민주당이 가져가겠다는 속셈인 거 같은데, 이건 합의 파기야.'

바로 원구성이 되지 않는 건 전반기에도 마찬가지였어요(20대 국회도, 19대 국회도, 18대 국회도, 17대 국회도요… 그 이전도요…). 그래서 2021년 7월 21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전반기 원구성을 최종 합의하면서 세 가지를 약속했죠.

1️.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회 18개의 위원장은 의석 수에 따라 여당 11명, 야당 7명으로 나눌게
2️. 21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도 의석 수에 따라 하는데, 법제사법위는 국민의힘이 가져갈게
3️. 그리고 체계자구심사에 걸리는 심사 기한을 120일에서 60일로 줄일게. 그리고 체계와 자구의 심사 범위를 벗어나서 심사하지 못하도록 국회법 개정할게


그리고 2021년 8월 31일, 국회는 여야 합의에 따라 국회법을 다음과 같이 개정했어요.

국회법 제86조(체계ㆍ자구의 심사) ⑤ 법제사법위원회는 제1항에 따라 회부된 법률안에 대하여 체계와 자구의 심사 범위를 벗어나 심사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된 국회법에 따르면 당연히 법제사법위는 다른 위원회에서 합의된 법안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체계와 자구 심사만 해야 해요. 하지만 결국 법제사법위에 모든 법안을 회부해 체계자구심사를 하도록 하면서, 그 권한이 언제든 남용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아쉬운 내용으로 통과되었어요. 아무리 국회법 위에 '여야 합의' 있다지만, 여야가 깨달아야 할 분명한 사실은 법제사법위에서 '체계와 자구의 심사 범위를 벗어난 심사'를 하지 않기로 합의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고, 더 이상 체계자구심사권이 원구성 협상의 뇌관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에요.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이 가진 유혹에 빠지지 않는 방법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의 체계자구심사권 오남용 문제를 잘 알고 있었어요. 2020년 7월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2015년 4월에는 당시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법제사법위의 체계자구심사권 폐지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거든요(이 외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은 매 국회마다 여야가 모두 반복 발의해왔어요).

여야가 법제사법위의 체계자구심사권 오남용 문제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도 알았으니, 이제 국회에 이렇게 요구해보면 어떨까요? "2년마다 반복되는 원구성 다툼, 멈춰!"라고요.

1. 국회법에 명시된 법제사법위원회의 역할 중 체계자구심사권한은 삭제해!
2. 국회 법제전담기구인 법제실에 체계와 자구 심사를 맡기면 돼!
3. 그리고 법제사법위원회를 사법 분야와 관련된 법안 심사와 법무부, 법원 등을 감사하는 '(가칭)사법위원회'로 전환해!


이 세 가지의 대안을 국회에 요구하며 그들을 비판할 수 있다면, 독자님의 국회 감시 레벨은 한 단계 올라간 것입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국회 감시에 필요한 정보와 참여연대의 국회 감시 활동소식을 전하는 <월간국감> 뉴스레터를 매월 둘째주 목요일에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전달합니다. 구독을 원하는 독자님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매월 국회 감시 레벨을 한 단계씩 높여보아요. 

덧붙이는 글 | 본 기고글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매월 둘째주 목요일마다 발행하는 국회감시 뉴스레터 <월간국감> 1호에 기재된 내용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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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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