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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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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출근길에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진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시행령에 대해 (정부가) 수정 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많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조 의원은 국회가 대통령령(시행령) 및 총리령·부령(시행규칙)의 수정 또는 변경을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계획이라 밝혔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에도 거의 동일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를 통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2015년 5월 29일, 국회는 재석의원 244명 중 찬성 211명이라는 압도적 찬성 표결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했다. 당시 개정안은 국회법 제98조의2 제3항의 개정이 핵심 쟁점이었다.

개정안은 상임위원회가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이를 처리하여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개정했다. 당시 개정안을 비교해보면, 조 의원이 발의하겠다고 계획한 개정안의 내용과 '요구'와 '요청'의 어구만 다르다.

요구와 요청의 차이도,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이 강제성을 완화한다며 '요청'으로 바꾼 중재안을 마련해 박근혜 정부에 이송했기 때문에 2015년의 개정안과 내용상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시 대통령 박근혜씨는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시정요구권은 역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됐지만 항상 위헌성 논란이 계속돼 왔다"며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위헌 소지를 언급했다. 결국 그해 6월 거부권을 행사했다(관련 기사: 결국 국회와 '전쟁', 박 대통령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그렇다면 정말로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에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청하는 것은 위헌일까. 이에 대해 상세히 다룬 논문이 있다. 바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임지봉 교수가 발표한 '행정입법 통제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 파동의 헌법적 함의'다. 임 교수는 해당 논문에 2015년 국회법 개정안의 내용이 위헌인지 아닌지에 대해 "행정부의 행정입법 제정권을 침해해 삼권분립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국회가 법률 취지 어긋나는 행정명령에 수정 요청하는 건 당연할 수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문 '행정입법 통제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 파동의 헌법적 함의'에서 국회가 대통령령 등 행정명령 제정권에 수정변경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밝혔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문 "행정입법 통제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 파동의 헌법적 함의"에서 국회가 대통령령 등 행정명령 제정권에 수정변경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밝혔다.
ⓒ 한국의회발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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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임 교수는 '강제력'에 주목한다.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 시 소관 행정기관의 장이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행정입법의 수정변경을 하지 않았을 때,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제재규정 등이 국회법에 함께 규정"될 때에만 강제력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임 교수는 "오히려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따르지 않은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는, 헌법 제75조에서 나오는 당연한 요청"이라고 강조한다. 헌법 제75조는 대통령령에 대해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라 정의한다.

그렇기에 임 교수는 "(대통령령은) 국회가 부여한 권한에 따른 것이므로, 국회가 자신들이 만든 법이 위임한 취지에 맞게 행정명령이 만들어졌는지를 살필 수 있고 국회가 만든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어긋나는 행정명령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며 "행정부의 행정입법 제정권을 침해해 헌법상의 삼권분립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한편 해외 사례는 어떨까. 해당 논문에는 영국과 미국의 사례가 나온다. 먼저 영국의 경우 상원과 하원에 각각 대통령령과 같은 행정입법의 심사를 전담하는 특별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 상원과 하원 위임입법특별위원회를 거친 행정입법은 본회의에 제출되어 심사를 받는다. 이후 ▲ 단순한 제출절차 ▲ 폐기결의절차 ▲ 승인결의절차 ▲ 초안제출절차 ▲ 의회 제출이 불필요 등 다섯 가지 유형의 결의를 거쳐 행정입법의 효력을 인정한다.

영국처럼 의원내각제가 아니라 한국과 같이 대통령제인 미국도 행정입법에 대해 의회가 통제하고 있다. 미국은 아예 1980년대까지만 해도 행정입법에 대해 의회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에 따르면, 80년대 들어서 의회거부권이 위헌으로 판결되자 상·하 양원의 결의로 행정입법에 대한 합동 불승인 결의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따라서 대통령은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거부권 행사 시에 양원에서 각각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다. 재의결이 이루어지면 해당 행정입법은 효력을 가질 수 없다.

이처럼 미국은 국회가 마음만 먹는다면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을 아예 무력화할 수 있는 통제권을 지니고 있다. 임 교수는 논문에서 "이러한 강력한 행정입법 통제권도 삼권분립원칙이 철저히 지켜지는 미국에서 위헌결정을 받지 않고 있다면, 우리의 국회법 개정안에 의한 강제력 없는 국회의 행정입법 수정변경 요구는 더더욱 삼권분립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 설명한다.

이같은 전문가 견해에 따르면, 국회가 대통령령 등 행정명령에 수정 및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윤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위헌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관련 기사]
북 방사포 늦은 밤 공지 논란, 윤 대통령 답변은... http://omn.kr/1zclr
"국회법 개정안, 반헌법적"이라는 권성동, 7년 전엔 '딴소리' http://omn.kr/1zcy8

태그:#국회법 개정안, #윤석열, #조응천,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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