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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용산 청사에서 열린 7대 종교 지도자 오찬 간담회를 마친 후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용산 청사에서 열린 7대 종교 지도자 오찬 간담회를 마친 후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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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이 실패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그리고 용산참사 

'권력의 용산시대'가 열렸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권력의 용산시대는 새 정부의 민간개발 활성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용산시대'를 강력한 부동산 키워드로 부상시켰다. 권력의 용산시대를 부동산 호재와 개발의 기폭제로 띄우는 강력한 부동산 동맹들은 '부동산의 용산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권력의 용산시대' 상징이 대통령 집무실이라면, '부동산 용산시대'의 상징은 옛 용산국제업무지구인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아래 용산정비창 부지)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불과 1km 거리에 있는 용산정비창 부지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이 소유한 약 50만㎡에 이르는 대규모 국공유지다. 축구장 약 70개 면적에 해당하는 이 땅은 2007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용산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을 통합 개발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개발 계획을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발표하면서 부동산투기 개발의 복마전이 됐다. 

사업추진 방식은 대장동 도시개발사업과 같은 공모형 PF 민관합동 부동산투자개발 방식으로, 사업비 31조 원의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고 칭송됐다. 삼성물산을 대표 주관사로 하며 SH공사도 출자하는 등 27개의 금융·건설기업들이 투자자로 나섰다. 이들은 민간 주도의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라는 페이퍼컴퍼니 특수목적회사를 만들어 대규모 개발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광란의 투기 개발 폭주는 당시 용산 일대 땅값을 치솟게 했다. 주변 재개발 지역들의 빠른 개발을 자극했다. 용산정비창 부지로부터 직선거리 300m쯤 있는 용산4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엔 국제업무지구 개발과 맞물려 더 빠르고 더 폭력적인 개발이 추진되면서 2009년 1월 여섯 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용산참사'를 낳았다. 
2009년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 지역내 5층 건물 옥상에 설치된 철거민 농성용 가건물을 경찰특공대가 강제진압 하는 과정에서 불길에 휩싸인 가건물이 무너지고 있다.
 2009년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재개발 지역내 5층 건물 옥상에 설치된 철거민 농성용 가건물을 경찰특공대가 강제진압 하는 과정에서 불길에 휩싸인 가건물이 무너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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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욕망이 뒤섞인 용산정비창 부지 

역설적이게도 '용산시대'라는 말은 용산참사 당시에도 사용된 표현이다. 당시 용산참사 해결을 촉구하는 유가족과 대책위원회는 참사 현장에 "용산에 가면 시대가 보인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시민들에게 참사 현장을 방문해 시대를 목격해 달라고 호소했다. '용산시대'라는 이름으로 실천단도 모집해, 시대의 아픔을 알렸다. 이는 당시에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로 용산시대를 표방한 용산구와 서울시의 욕망에 맞서 투기개발로 촉발된 용산참사를 잊지 말자는 호소를 담은 상징적 문구였다.

참사를 불러온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은 2013년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기'로 밝혀지며 드림허브PFV의 부도 선언과 지구지정 해제로 귀결됐다. 이후 철도공사와 드림허브 투자사들의 토지소유권을 둘러싼 소송이 길어지면서 용산정비창 부지는 10년 가까이 빈 땅으로 방치됐다.

욕망의 신기루가 사라진 이 땅은 2020년 5월과 8월 정부가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용산정비창에 미니 신도시급 1만 호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만 호 중 공공이 보유하는 공공임대주택은 2000호 정도에 불과했다. 주택공급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공공부지인 이 땅의 80% 가까이는 민간 소유가 되는 셈이었다.

그러는 사이 보궐선거로 돌아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2의 한강르네상스를 추진하겠다며 용산국제업무지구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제 곧 서울시 개발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예정이다.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을 둘러싼,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과 서울시 국제업무지구 개발 방향이 언뜻 상충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양쪽 모두 공공 토지를 개발해 민간 소유로 귀결시킨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2021년 10월 1일, 세계 주거의 날을 앞두고 용산정비창을 기습 점거해 100% 공공주택 공급을 촉구하고 있는 활동가들.
 2021년 10월 1일, 세계 주거의 날을 앞두고 용산정비창을 기습 점거해 100% 공공주택 공급을 촉구하고 있는 활동가들.
ⓒ 용산정비창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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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용산정비창 개발,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

용산을 지역구로 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용산의 지주들과 아파트값 수호를 외치는 일부 소유주들을 부추기며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선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e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의 정정 불안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며 "기업유치를 위한 국제업무지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홍콩 시민들의 저항을 기업유치 기회로 삼으려는 발상도 문제적이지만, 조정 시점도 맞지 않는 아무 말에 불과하다.

용산에 국제업무지구가 조성된다고 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은 낮다.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새로운 수요보다는 기존 여의도, 강남 및 도심권 업무지구와 제로섬 게임이 될 확률이 높다. 또한 산업구조의 지속적인 변화와 수도권 공간구조의 변화 등을 고려하면 미래의 추가적인 업무 수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기업유치에 성공한다고 해도, 과연 그것은 누구를 위한 도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국적 기업들과 초고층 소비 공간이 즐비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높은 주거비를 감당할 수 없어 외곽으로 밀려나야 하는 초호화 기업도시를 꿈꿀 것인가. 아니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 우선시 되는 인간적인 도시를 꿈꿀 것인가. 용산정비창 개발은 그 갈림길에 서 있다. 권력과 자본의 용산시대인가, 시민의 용산시대인가? 

이제 우리는 권력과 부동산의 용산시대를 거부해야 할 때다. 막대한 개발이익의 불로소득 잔치를 벌이는 지금까지의 개발 방식과 단절하고, 용산정비창 개발에서부터 공공성 강화라는 근본적인 전환을 시작하자. 호화로운 분양아파트와 국제업무지구의 높은 마천루 빌딩 숲이 아닌,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의 집, 오늘의 삶에서 미래를 꿈꾸는 청년들의 집, 가난해도 차별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집, 서울 시민들이 서로 어울리며 살아갈 공간을 용산정비창 공공성 개발을 통해 실현하자.

기업을 위한 국제업무지구 말고 시민을 위한 공공주택을 요구하며, 일방향으로만 진행됐던 전문가 중심의 도시 계획을 거부하고, 평등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첫 번째 공간으로서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의 대안적 미래를 그려보자. 권력의 용산시대가 아닌, 우리의 용산시대를 열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 이원호 빈곤사회연대·용산정비창공대위 활동가.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2년 6월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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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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