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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후 오산 미 공군기지의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방문,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2.5.22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후 오산 미 공군기지의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방문,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2.5.22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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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2라운드 같은 지방선거가 끝남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이 탄력을 받게 됐다. 미국과의 동맹을 주축으로 하는 대외전략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을 향한 윤석열 정부의 믿음은 5월 23일 출범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주저없이 가입한 데서도 드러난다. 미국의 기존 세계전략과 상반되는 IPEF에 대해 아무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가입한 사실에서 믿음의 정도가 가늠된다.

구소련과 동구권 공산주의가 몰락한 직후인 1990년대 초반 이래, 미국은 자국 주도의 세계화 노선을 전개해왔다. 1969년 닉슨 독트린으로 중국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취한 미국은 1990년대 초반 이후에는 중국과의 경제 파트너십도 한층 강화시켰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은 미국이 용인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전 지구적 차원의 세계화를 추진했던 미국이 지금은 별다른 해명도 없이 세계 경제를 분절화시키고 블록화시키고 있다. 그것이 기존과 정반대 노선인데도 별다른 설명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리더십의 기반 중 하나는 명분이다. 미국은 적어도 30년간 세계화를 명분으로 리더십을 행사했다. 그랬기 때문에, 정반대 노선으로 선회하려면 납득할 만한 명분을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위험성을 강조할 뿐 명확한 이유를 말하고 있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일관성 없는 미국의 행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의 노선 변경이 우리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타국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지금 대한민국이 얼마나 위험한 길을 가고 있는지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IPEF에 가입한 13개 국가는 인도·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브루나이·호주·뉴질랜드·필리핀·한국·일본·미국이다. 중국을 서쪽·남쪽·동쪽에서 에워싸는 형국으로 미국이 가입국들을 골랐다. 경제와 안보를 결합시켜 중국을 포위하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글로벌 무역, 공급망 구축, 탈탄소 및 인프라, 탈세 및 부패 방지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규범 창출을 목표로 하는 IPEF가 당장에 구체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준비 작업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중국 포위'라는 코드는 가입국들마저 긴장시키고 있다. 이 점은 타이완(대만)이 가입하지 못한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타이완은 IPEF에 가입하고자 했지만, 다른 나라들의 우려 때문에 가입이 불발됐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타이완을 가입시키면 중국을 훨씬 자극해 자국들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대신, 미국은 IPEF에 준하는 별도의 협력관계를 약속하는 방식으로 타이완을 달랬다.

타이완의 IPEF 가입 불발은 미국의 신중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미국과 IPEF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을 견제하자며 경제동맹을 결성해 놓고, 중국 견제에 가장 열정적인 타이완을 배제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처럼 미국마저도 불안해 하는 IPEF에 윤석열 정부가 과감히 가입해 한중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킬 단초를 만들고 있다. 실익 없이 한국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여전히 최강국인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의 대외정책에서도 그 점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지만, 미국을 과도하게 신뢰하고 불필요하게 적을 양산하는 일이 위험하다는 건 미국 자신도 잘 증명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이 믿을 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보여줌으로써 그 점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은 믿을 만한 나라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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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28일 흑해에서 미국 등 32개국 연합해상훈련인 시브리즈(Sea Breeze)가 개막됐다. 바닷바람이라는 이름의 이 훈련은 미국이 유사시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주리라는 믿음을 줄 만했다. 하지만 막상 일이 벌어지자, 미국은 군사무기는 지원해주면서도 정작 미군은 보내지 않고 있다.

미국을 크게 신뢰하기 힘들다는 점은 타이완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5월 31일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과 미국 상원 의원단의 면담에서 거론된 미국·타이완 군사협력 문제를 예로 들 수 있다.

5월 24일 미일정상회담 뒤의 기자회견 때 바이든 대통령은 '타이완이 공격을 받을 경우에 미국이 방어해줄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뒤 "우리는 중국과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했다"면서도 "타이완이 강제로 점령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적절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명쾌한 발언은 아니지만, 타이완 유사시에 미국이 개입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2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타이완 유사시 미군 파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우크라이나와 타이완은 두 개의 크게 다른 시나리오'라고 답했다. 우크라이나와 달리 타이완에 대해서는 미군 개입 가능성이 있다는 쪽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었다.

타이완을 안심시키는 이 같은 발언들이 나오는 가운데 추진되고 있는 것이 타이완군과 미국 주방위군의 군사협력이다. 차이잉원 총통이 언급한 것이 그것이다. 그는 미국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주방위군(National Guard)과의 협력이 추진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방위군이긴 하지만 미국 군대다. 그래서 주방위군과 타이완군이 협력하게 된다는 소식은 타이완 유사시에 미국이 군대를 보내줄 것 같은 느낌을 조성할 여지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타이완 유사시'를 언급한 상황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주방위군과 외국 군대의 협력은 흔히 말하는 군사동맹과 거리가 한참 멀다. 연방군대든 주방위군이든 미군이 타이완군과 협력하는 것은 중국의 신경을 건드릴 만하지만, 이 협력의 실상이 어떠한지를 들여다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방위군 홈페이지(www.nationalguard.mil)의 '국가 파트너십 프로그램(State Partnership Program)' 코너는 주방위군이 외국과 "군대 대 군대의 업무"도 수행하지만, "군대·정부·경제 및 사회 영역에 걸치는 광범위한 기관 협력과 이에 따른 교류"를 추진한다고 설명한다. 이 코너에서 다운로드되는 <국가 파트너십 프로그램 101(State Partnership Program 101)>이라는 문서는 주방위군과 협력관계를 맺은 국가가 93개국이라고 설명한다.
 
본문에 언급된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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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주방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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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위군과 협력하는 외국이 93개국이나 된다는 것은 차이잉원 총통이 언급한 것이 일반적 의미의 군사동맹이 아님을 의미한다. 타이완군과 주방위군의 협력이 갖는 의미가 실제보다 훨씬 침소봉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협력은 러시아 침공 이전부터 우크라이나와도 있었다. 4월 29일자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 기사인 '합중국,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위한 주방위군 훈련 임무 재개(U.S. Restarts National Guard Training Mission for Ukrainian Soldiers)>는 러시아 침공으로 중단된 플로리다 주방위군과 우크라이군대의 협력이 재개된 사실이 현지 시각 29일에 발표됐다고 보도했다.

8년의 역사를 가진 플로리다 주방위군과 우크라이나 군대의 협력과 관련해 위 기사는 "극적인 정책 변화는 아니지만, 이번 달 현재 합중국 훈련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분쟁 지역에 보내는 신무기에 관해 가르치기 위해 이미 우크라이나 바깥 시설에서 우크라이나 측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 뒤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내부에 미군이 직접 개입히지 않는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따라 주방위군은 조만간 가까운 장래에 유럽의 다른 기지에서 우크라이나 군대를 계속 훈련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금 우크라이나는 타이완보다 훨씬 절박하다. 그런 우크라이나에 대해 미국은 연방군이 아닌 주방위군 차원의 협력을 제공하고 있다. 타이완군과 주방위군의 협력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도록 만드는 현상이다.

동맹에 대한 과도한 신앙을 버려야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있으므로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한반도 주변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연방군대를 동원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공식 동맹관계가 없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군대를 파견했다. 이는 동맹이든 아니든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경우에만 미국이 자국 군대를 동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한미군이 한국 땅에 있을지라도 미국이 필요한 경우에만 동원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1950년과 2022년의 한반도 주변 상황은 현저히 다르다. 그때는 핵이 없었던 북한이 지금은 핵을 갖고 있다. 미국은 단 한번도 핵보유국과 전쟁을 벌인 일이 없다. 또 중국은 이전보다 훨씬 강해져 있다. 그래서 미국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이는 한국이 미국을 믿고 불필요하게 적을 만들기보다는, 한반도 주변에서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시급함을 시사한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대해 과도한 신앙을 품고 지방선거 승리 이후의 대외정책을 무리하게 전개해서는 안 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다른 게 아니라 '가급적 적을 만들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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