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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기의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이거나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관계 단절에서 입는 피해가 더 컸다. 노인은 그 중에서도 가장 취약했다. 확진자들은 높은 치명률과 '현대판 고려장'이라 불린 요양시설 코호트 격리로 많은 수가 숨졌고, 비확진자들 또한 사회적 활동의 단절로 어느 연령 인구보다 깊은 신체·정신적 피해를 받았다. 오마이뉴스는 노인 1인 가구 및 돌봄 현장 종사자들을 만나 코로나 2년여간 그들이 겪은 이야기를 들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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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노인 복지·돌봄 현장의 종사자들은 노인 인구가 '사회적 관계 단절'에 특히 취약함에도 코로나 기간 동안 대책없이 지원 체계가 끊기면서 현장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불안·우울 등 정서적 측면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며 중앙·지방 정부가 실태를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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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들이 현장에서 보고 느낀 상황들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나타났다. 경기도노인종합상담센터(경기노인상담센터)가 집계한 2019~2021년 상담 현황을 보면 우울감, 소외감 등 심리·정서 문제를 주로 호소한 상담 비중이 2019년 33.3%에서 2020년 61.2%로 두 배 가량 늘었다. 경기도는 17개 광역 지자체 중 유일하게 '노인종합상담센터 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해 경기노인상담센터를 중심으로 산하에 62개 시·군 노인상담센터를 두고 있다.

심리·정서 문제는 2021년에도 총 상담의 54.7%를 차지했다. 특히 코로나 첫 해인 2020년은 질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유관 기관들이 대부분 운영을 중단하고 축소한 해임에도 1만 5030건의 심리·정서 상담 수를 기록했다. 코로나 전인 2019년 1만 2418건보다 2500여건 더 많다.

건강은 2순위 주호소 문제다. 2019년 8.8%(3278건)에서 2021년 14.3%(3374건)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재유행으로 건강 염려가 늘었단 뜻이다. 그밖에 세부 주제로는 경제생활(1894건), 부부·가족(1828), 치매(1227), 대인관계(547), 자살(276), 정신건강장애(134), 학대(101), 중독(27) 등이 더 있다.
 
코로나 19 확산 이후 어르신이 경험한 심리적 어려움 순위
 코로나 19 확산 이후 어르신이 경험한 심리적 어려움 순위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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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노인상담센터가 지난해 2~3월 심층 조사 목적으로 실시한 '코로나 시기 경기도 시·군 노인상담센터 이용 어르신의 심리사회적 변화와 욕구에 대한 조사'에서도 정서적 위기가 확인됐다. 심리적 고위험군 노인을 조사하기 위해 '2020년 센터 상담서비스 이용자'를 모집단으로 두고, 산하의 51개 시·군 노인상담센터 전문상담사들이 직접 전화를 걸거나 방문해 조사했다.

총 응답자 968명 중 92.7%가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했다. 조사 결과 답답함(23.0%), 우울감(14.5%), 외로움·소외감(14.1%), 건강염려(12.3%), 자녀 걱정(11.5%), 불안감(11.0%), 경제적 어려움(6.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생활·환경의 변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833명(86.1%)이 일상생활의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는데, 이 변화 중 가장 어려운 점으로 37.0%(358명)이 '가족·지인과의 만남 제한'을, 21.2%(205명)이 '외출·여행의 제한'을 꼽았다. 139명(14.4%)는 '취미·종교활동의 제한'을 답했다.

코로나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 내용으로는 경제적 손실이 절반을 넘겼다.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168명 중 62.4%(108명)였다. 센터 관계자는 "일자리 사업 기관별로 월 30여만 원이나 60여만 원 소득을 벌 수 있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 있는데, 코로나 동안 사업이 중단되곤 했다"며 "당장 소득이 줄었다는 상담, 일자리 사업이 다시 열리면 좋겠다는 요구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불안 증폭에 술 멀리하던 이가 음주 중독

현장 지원사들은 짧게는 5~6개월, 길게는 2년 넘게 기관 운영이 중단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심경이었다고 했다. 노인 돌봄 기관마저 멈추면 정말 아무도 이들을 돌볼 수 없어 철저한 사각지대에 빠진다는 위기의식이었다. 

최영진 영락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전문상담사는 "어르신들은 기본적으로 불안, 우울 등을 갖고 있는데 관계 단절로 상호작용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불안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취약한 부분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분노가 높아지거나 술을 안 마시던 분이 술을 많이 마시고, 굳이 생각지 않아도 될 과거의 힘든 점을 더 떠올리는 경우다. 집에만 있는 게 더 공포스러워 지병이 악화되기도, 불안감 높아져 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마포종합노인복지관이 김영유 영양사도 "2년 넘게 문 닫았던 경로식당이 최근 문을 열었는데 어르신들 근력이 떨어지고 건강이 악화된 게 확 체감됐다"며 "예전과 다르게 잘 걷지 못하는 분들, 건강 문제로 아예 못 나오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치매가 심해지는 등 인지기능이 약해진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의 한 노인취업센터 관계자는 "정부·지자체 일자리 사업 대부분이 하루 벌어야 하루 먹고 사는 생계형에, 경비, 미화 등 처우가 열악한 자리다. 코로나 걸리면 그냥 잘릴 수밖에 없다"면서 "사회 문제화 되지 않았을 뿐 코로나 때문에 노인 일자리가 끊기는 경우는 속출했을 것이다. 오죽하면 현장에 코로나에 걸려도 숨기고 일 나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기관 별로 대안 찾다 심적 소진·체력 고갈
 
경기도노인종합상담센터 상담사가 코로나 기간 심리 방역 일환으로 고안한 '심리방역키트'를 가지고 지역 노인과 상담하는 모습.
 경기도노인종합상담센터 상담사가 코로나 기간 심리 방역 일환으로 고안한 "심리방역키트"를 가지고 지역 노인과 상담하는 모습.
ⓒ 경기도노인종합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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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대안 마련에 나선 기관들은 코로나 전보다 심해진 노동강도를 감내했다. 지역 노인복지관·센터마다 마련된 경로식당이 대표적이다. 영양 공급은 가장 긴급한 문제 중 하나였다. 예로 마포노인종합복지관은 등록된 무료급식 회원 200여명의 점심 식사가 중단될 위기였다.

김영유 영양사는 "코로나 정보가 없었던 초기엔 급한 마음에 햇반 등 레토르트 식품을 사서 매일 대체식을 제공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며 "기존 대체식은 한 끼 예산 3500원 내에서 마련하기도 어려웠고, 영양소가 계산된 음식이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조리실을 재가동해 반찬을 만들어 여름 아닌 계절엔 도시락을 배부했다"고 말했다.

'비대면 방식'도 긴급 대처 중 하나다. 마포노인종합복지관의 이지현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에게 줌을 교육해 비대면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이어갔고, 유튜브 콘텐츠도 촬영해 올렸다"며 "개별 연락해 줌 접속 방법을 알려드렸지만, 사실 한 번으론 부족하다. 유행에 따라 방역 지침이 계속 바뀌니 미리 세웠던 프로그램 계획을 계속 변경해야 했던 점도 조금 버거웠다"고 말했다.

가장 체계적 대응에 나선 지역은 도 차원의 노인 상담 인프라를 갖춘 경기도였다. 경기노인상담센터엔 지난해부터 '24시간 전화상담' 창구가 마련돼 밤과 새벽에도 상담 전화를 받았다. 또 '노인 심리 방역키트'를 고안해 산하 센터를 통해서 각 지역의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전달했다. 키트는 건강과 정서 관리 방법, 가족과 지역사회와의 유대감 형성 방법 등이 글과 그림으로 안내된 도움 자료와 미술, 공예, 화초재배 등을 할 수 있는 물품으로 구성됐다. 참가자들은 키트로 받은 '새싹삼'을 인삼으로 키워 된장국에 넣어 먹고는 '기쁜 과정이었다. 또 새싹삼 안 주느냐'고 센터에 요청하기도 했다.

한 노인 전문상담사의 질문 "노인은 우리의 미래"
 
경기도 하남시에 거주하는 한 1인 가구 노인의 방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경기도 하남시에 거주하는 한 1인 가구 노인의 방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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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아동·청소년·청년이 특히 취약한 질병이었다면 정부와 사회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한 노인 전문상담사는 "노인은 우리의 미래"라며 한국 사회가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때문에 현장에선 경기도처럼 최소한 광역 지자체 차원의 노인 심리 돌봄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팬데믹이 언제 또 반복될지 모르는 데다 행정력과 재정 여력을 가진 지방 정부나 중앙 정부가 나서야 체계적이고 즉각적인 대응 체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강원도 횡성의 한 노인상담센터 관계자는 "2년 전엔 회관, 복지관에 잘 나오던 어르신도 '이 나이에 뭘 해' '뭐하러 나가' '이젠 다 귀찮아'라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분이 많다"며 "회복이 더디다. 에너지가 전반적으로 많이 내려가 있는데 이걸 어떻게 되살릴지 고민"이라고 했다.

각 지자체가 현장 수요를 조사해 디테일한 지원을 모색해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김영유 영양사는 "복지관은 보통 인력이 부족하다. 조리실 경우 조리사 1명에 취사원 1명이 있고, 나머지는 노인 일자리, 자원봉사자로 꾸려진다"라며 "그런데 2년 넘게 거리두기가 유지되고 복지관 출입이 가능한 3차 백신 접종 완료자도 많지 않다보니 봉사자 수의 회복도 더디다. 업무는 늘었지만 인력은 줄게 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전했다.

☞ 이어지는 기사 : "자살률 1위인데... 한국, 노인에게 정말 불친절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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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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