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선수

이진영 선수 ⓒ 한화이글스 홈페이지


한화가 '디펜딩 챔피언' KT를 꺾고 전날 대패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27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1방을 포함해 장단 7안타를 때려내며 4-0으로 승리했다. 전날 두산 베어스에게 3-24로 크게 패했던 한화는 하루 만에 충격에서 벗어나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KT를 상대로 팀 완봉승을 만들어내며 이번 주 4경기에서 3승째를 따냈다(17승31패).

한화는 선발 장민재가 5이닝4피안타1볼넷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2승째를 수확했고 김종수와 김범수,강재민,장시환이 1이닝씩 이어 던지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7회까지 2-0의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고 있던 한화는 8회초 공격에서 이 선수의 투런 홈런이 터지며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한화 이적 후 24경기에서 6홈런을 기록하며 단숨에 팀 내 홈런 단독 선두로 올라선 만24세의 젊은 '복덩이 이적생' 이진영이 그 주인공이다.

2020년대 들어 급격히 줄어든 한화의 거포들

한화는 2007년을 끝으로 2017년까지 11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그래도 '홈런'에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통산 311홈런의 김태균(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을 중심으로 송광민,이성열(KT 2군 타격코치),최진행(서산시 리틀야구단 감독) 등 뛰어난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했고 윌린 로사리오와 제라드 호잉으로 대표되는 외국인 타자들의 파워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8년 30홈런 2019년18홈런을 기록했던 호잉이 2020년 1할대 타율과 함께 4홈런에 허덕이다 퇴출되면서 한화의 장타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호잉의 대체선수로 입단한 브랜든 반즈가 74경기에서 9홈런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2019년 21홈런을 기록했던 이성열도 홈런 숫자가 8개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은퇴가 임박한 김태균에게 또 한 번 불꽃을 태워 달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화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스런 부분은 2019년에 입단한 거포 유망주 노시환이 2년 차 시즌이었던 2020년에 12홈런을 기록하면서 거포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노시환은 작년 시즌 타율 .271 18홈런84타점으로 팀 내 홈런과 타점 부문 1위를 기록하며 한화의 새로운 간판타자로 떠올랐다. '레전드' 김태균이 은퇴하는 시점에서 다음 시대를 이을 차세대 간판 선수가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한화는 작년 시즌에도 노시환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홈런타자가 등장하지 않았다. 유격수 하주석이 10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노시환에 이어 팀 내 홈런 2위를 기록했지만 애초에 하주석은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나 오지환(LG트윈스)처럼 많은 홈런을 생산할 수 있는 유격수 자원은 아니다. 외국인 선수 라이언 힐리와 에르난 페레즈 역시 한 시즌 내내 12개의 홈런을 합작하는데 그쳤다.

2020년 팀 홈런 꼴찌(79개), 작년 팀 홈런 9위(80개)를 기록한 한화는 올해 27일 현재 팀 홈런 32개로 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공동 5위에 올라있다. 외국인 선수 마이크 터크먼이 48경기에서 2홈런, 노시환이 47경기에서 3홈런에 그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화의 홈런 숫자는 분명 기대 이상이다. 그리고 올 시즌 한화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치고 있는 선수는 놀랍게도 5월에만 6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고 있는 '이적생' 이진영이다.

5월 21경기 6홈런으로 팀 내 홈런 1위 등극 

선린인터넷고 시절 청소년 대표에 선발될 정도로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로 주목 받았던 이진영은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의외로 상위지명을 받지 못하고 2차6라운드 전체58순위로 KIA타이거즈에 지명됐다. 하지만 이진영이 루키시즌 17경기에서 타율 .138로 부진한 사이 KIA는 우승도전을 위해 로저 버나디나와 최형우,이명기(NC다이노스)를 차례로 영입했고 이진영은 2017년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2017 시즌이 끝나고 경찰야구단에 입대해 병역 의무를 마친 이진영은 1군에서 2019년11경기,2020년32경기,작년17경기 출전에 그쳤다. 최원준(상무)과 홍창기(LG) 등 프로 입단 동기들이 주전으로 성장하는 사이 이진영은 프로 입단 후 6년 동안 1군에서 100경기도 채 나서지 못했다. 이진영은 올해도 한 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하다가 지난 4월23일 김도현의 반대급부로 이민우와 함께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한화 이적 후에도 대타와 백업을 전전하던 이진영은 지난 12일 LG전에서 시즌 첫 홈런을 터트리며 존재감을 보였다. 이후 출전기회가 늘어나면서 심상치 않은 장타력을 과시한 이진영은 어느덧 시즌 6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한화에서 홈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주전 및 중심타자 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김태연과 이성곤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올 시즌 이진영의 깜짝 활약은 수베로 감독과 한화 팬들을 기쁘게 하기 충분하다.

최근 한화의 붙박이 주전 우익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진영은 27일 KT전에서도 또 하나의 대포를 쏘아 올리며 한화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2번 우익수로 출전해 첫 세 타석에서 KT선발 배재성에게 3연타석 삼진을 당했던 이진영은 8회 4번째 타석에서 KT의 두 번째 투수 류희운의 초구를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쐐기 투런포를 터트렸다. 이진영은 이 홈런으로 나성범(KIA),최정(SSG랜더스) 등과 함께 홈런 부문 공동11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 이진영은 그 동안 퓨처스리그에서도 해마다 2~3개의 홈런을 기록했을 정도로 장타력이 좋은 선수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작년 퓨처스리그 48경기에서 8홈런을 때려내며 장타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올해 한화 이적 후 1군에서 그 재능을 본격적으로 발휘하고 있다. 이제 야구팬들은 '이진영'이란 이름을 들으면 SSG에서 타격코치를 역임하고 있는 '전 국민우익수'와 함께 2022년 한화의 거포유망주 이름도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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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이진영 동명이인 홈런 공동 1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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