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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현재 개발과 보전이라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
▲ 서귀포에서 바라본 한라산 제주도는 현재 개발과 보전이라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
ⓒ 박광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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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주도민이다.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 제주도에서 나왔다. 군에 입대하고서야 비로소 제주도 밖에 터전을 잡게 됐으니, 나의 삶은 제주도를 빼고서 이야기할 수가 없다. 서귀포 앞바다를 바라보며 꿈을 키웠고, 한라산에 올라서서 미래를 그렸다. 고향 제주도에 대한 나의 애착이 얼마나 큰지는 더 부연할 필요가 없으리라. '제주도민'이라는 정체성은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외지에 정착하고 나서도 주소지만큼은 제주도의 본가로 남겨뒀다. 새로운 터전에 새로 전입신고를 하는 것이 청약이나 행정편의를 생각했을 때 여러모로 이익이었고, 실제로 고향친구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제주도를 떠나고 나서는 주소지를 옮겼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언제까지고 제주도민으로 남기를 원했고, 제주도의 미래에 대해 도민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와서도 제주도에 대한 애정은 한결 같았다(고 생각한다). 제주도는 일본인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지역이기에, 나는 자기소개를 할 일이 있을 때 '한국인'보다는 '제주도 출신의 한국인'이라고 자칭하곤 했다. 단순히 '한국 국적'만으로는 나의 정체성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의 '류큐인'들이 일본 본토와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정체성을 품고 살아가는 것을 보며, 나는 제주도민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더욱 깊게 돌아볼 수 있었다.
 
몸이 멀어진다 해도 고향의 존재는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 "어찌 잊으리, 아름다운 나의 고향 서귀포를!" 몸이 멀어진다 해도 고향의 존재는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 박광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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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고향 제주도에 애착을 갖고 있는 입장이기에, 다가오는 6.1지방선거는 내게 있어 대통령 선거를 뛰어넘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른바 '제2공항' 건설 문제로 수년간 몸살을 앓아왔던 제주도는 현재 해당 사업의 추진 여부를 두고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나 역시 제주도민으로서 제2공항 문제를 매우 절박하게 느껴왔다. 평소 제2공항 문제에 대해 가능한 한도 내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오기도 했지만, 역시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이번 6.1지방선거는 외국에 살고 있는 내가 현실정치에서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시민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로 느껴졌다. 나는 제2공항 문제에 대한 각 도지사 후보들의 입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서 여러 밤을 끙끙댔다.

제2공항 문제로 근심하는 도민들은 나 혼자뿐이 아닐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제주도지사 후보들 사이에서도 제2공항 문제에 대한 입장문제는 가장 뜨거운 화제로 떠오른 듯 보인다. 나는 그들의 주장과 토론을 지켜보며, 어떤 후보를 지지해야 하고 어떤 후보를 저지해야 할지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 개인의 판단에서 그치지 않고, 제주도의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도지사 후보들에 대한 나름의 논평을 내놓으며 투표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렇게 다가오는 6.1 지방선거에 한창 몰입하고 있던 와중에 내가 이번 선거에 투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재외국민의 경우, 주민등록표에 3개월 이상 계속해 올라있고, 해당 지방자치단체 관할 구역에 주민등록 되어 있는 사람에 한해 '국내'에서만 투표가 가능하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와, 지난 3월 대통령 선거 때도 영사관을 통해 재외국민 투표를 했던 나였기에, 6.1 지방선거에 투표하지 못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관련기사: 투표했습니다, 그런데 표가 사라졌습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지난 3월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 안경점에 마련된 화양동 제5투표소를 찾은 시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지난 3월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 안경점에 마련된 화양동 제5투표소를 찾은 시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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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감이 엄습해온다. 제주도의 미래가 걸린 선거에 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뼈아프게 느껴진다. 나의 부주의와 어리석음으로 인한 일이니 누구를 탓할 수 있으랴. 그렇다 해도, 지방선거가 재외 투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은 쉬이 납득되지 않는다.

재외국민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지게 된 것은 2007년의 일이다. 2007년 6월, 헌법재판소는 해외영주권자와 외국체류자를 비롯한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판결의 논지였다. 이후 세계각국에 머물고 있는 재외국민들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 같은 혁명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에 한해서는 여전히 재외국민의 투표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해외에서 나고 자라 국내 지역에 연고가 없거나, 현지에서 영주권을 획득하고 완전히 정착한 재외국민들의 경우 지방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의 주소를 유지하며 고향의 앞날에 대해 염려하는 교민들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사례에서 보여지듯 오히려 대통령 선거 이상으로 지방선거의 결과에 애를 태우는 교민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국민들에게 단순히 해외에 나가 있다는 이유로 자기 고장의 명운이 달린 선거의 투표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 처사를 어찌 납득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주민등록표에 등록된 재외국민이 지방선거에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귀국밖에 없다.

물론 대한민국의 행정권역 밖에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이 얼마나 큰 비용을 초래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국민의 권익과 복지를 추구해야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비용 문제는 재외국민 투표권 문제를 논하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주권 행사를 보장하는 일이 단순히 효율성이나 경제성 차원에서 외면될 수는 없다.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사유로 재외국민 투표 보장을 주문한 2007년 헌법재판소의 주문을 다시금 곱씹어볼 시점이 아닐까. 다양한 사유로 많은 교민들이 외국에 발붙이고 있는 작금의 세계화 시대 아래, 재외국민들의 주권행사에 대해 좀 더 사려깊고 심층적인 제도적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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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전쟁체험에 관한 연구에 정진하고 있는 오사카 거주 유학생입니다. 한일친선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편견과 혐오 너머로 새로운 지면을 여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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