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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이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골든 부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 EPL 득점왕 손흥민, ‘골든 부트’ 들고 금의환향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이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골든 부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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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선수가 아시아인 최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 된 순간, 과 단톡방이 폭발했다.

"세현아 축하해! 쏘니 골!"

마치 내가 이뤄낸 업적인 양 행복한 마음과 축하해주는 친구들. 그리고 같이 행복해하는 같은 반 인도인 친구.

"첫 아시아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야. 첫 번째 아시아인!"

가만히 생각해보면 손흥민 선수가 득점왕이 된 것에 내가 뭐 보태준 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내가 득점왕이 된 것처럼 괜히 뿌듯하고 행복했다. 돌이켜보면 유럽에서 생활하는 동안 손흥민 선수 덕분에 기쁘고 행복했던 날들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손흥민 선수가 주말 경기에서 골이라도 넣는 날엔, 다음주 수업 시간에 안하던 발표도 더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됐다.

유럽인들이 꽉 잡고 있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한국인으로서, 아시아인으로서 당당히 자리 잡고 인정받으면서 본인의 커리어를 이어가는 손흥민 선수를 보고 있으면,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손흥민 선수가 '야, 너두 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그런 손흥민 선수도 박지성 선수를 보면서 본인의 꿈을 키워나갔다고 한다. 그가 있었기에 손흥민 선수는 꿈을 꿀 수 있었고, 그 꿈이 허무맹랑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가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누비는 모습을 본 19살의 손흥민 선수는 8년 후 마드리드에서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누비는 선수가 됐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롤 모델 효과'

이렇게 롤 모델로부터 받는 영감과 동기부여의 효과는 엄청나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롤 모델 효과'라고 부르며, 특히 성평등과 관련된 여러 연구들에서 그 효과가 실증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실제로 과학·기술·공학·수학(Science·Technology·Engineering·Mathematics : STEM) 전공의 경우, 이 분야에서 이미 일하고 있는 여성들을 주기적으로 만난 여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여학생들에 비해 STEM 분야를 전공으로 삼을 확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Neumark and Gardecki <1996>, Bettinger and Long <2005>, Carrell, Page, and West <2010>, Porter and Serra <2020>, Breda, Grenet, et al. <2021>)

여성으로서 이미 그 분야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선배 여성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뒤따르는 여성들은 본인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도전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서 두 번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역대 최연소 수상자인 MIT의 에스더 뒤플로 (Esther Duflo) 교수 역시 '여성 리더들의 존재가 실제로 10대 여성 청소년들의 장래 직업적 포부나 교육 성취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나온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한국 내각이 굉장히 남성 편중적'이라는 질문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답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아직까지 장관 및 차관으로 임명할 만큼 그 직전의 위치까지 승진한 여성 인재가 국내에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대답을 했는데, 이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꾸준히 주장하는 여성할당제에 대한 반대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증된 여성할당제의 효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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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것은 '공직에서의 여성할당제'는 남성 중심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규범적인 사고에서 나온 정책임과 동시에 실증적으로도 사회적 차별을 줄이고, 남성과 여성 모두의 정치적·사회적 요구가 고르게 정책에 반영되며, 경제성장에도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정책이라는 점이다. (Beaman et al <2009>, Chattopadhyay and Duflo <2004>, Duflo <2012>) 지금 당장 마땅한 여성 인재가 없으니 남성으로 가득한 내각을 꾸리겠다는 건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무게중심을 둔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만약, FIFA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 대륙별 쿼터제를 없앤다고 가정해보자. 오직 실력으로만 월드컵 진출을 결정한다고 하면, 아마 유럽과 남미 중심의 월드컵 대회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런 결정을 한 FIFA는 과연 전 세계 국가를 대표하는 축구협회일까.

이런 결정에 대해 FIFA가 '아시아나 아프리카 국가들은 유럽 및 남미 국가들에 비해 아직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만한 객관적인 축구 실력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실력을 키울 때까지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한다면, 월드컵을 세계인을 위한 축제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각 관료들이 남성에 편중되어 있다는 지적에 크게 개의치 않는 정부 역시 남성과 여성 모든 국민을 위한 정부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남녀 모두를 대변해야 하는 정부는 모든 성별을 고르게 대표할 수 있는 내각을 꾸리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혹여 불가피하게 편중된 인사를 하더라도 '여성 중엔 쓸 사람이 없다'는 식의 핑계보다는 훨씬 납득이 갈 만한 설명을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과 남성 편중 내각 구성이 자라나는 여성 청소년들에게 끼칠  부작용도 우려된다. 잠재력이 충분한 여성 청소년들이 그 모습을 보고 낙담하여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개인적˙사회적 손실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현재 교육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자리가 공석이다. 이번만큼은 모든 성별을 고려한 후보자 지명을 생각해보시길 부탁드린다. 새 정부 입장에서도 남성 중심이라는 국내외 비판 및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정치적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성차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라는 걸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손흥민 선수의 아시아인 첫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축하합니다. 프랑스 파리경제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세계불평등 연구소에서 아시아 지역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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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는 세무학과 경제학을 공부했습니다. 신입생 첫 수업 과제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읽고 감명 받은 바람에, 회계사, 세무사, 공무원이 되어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다른 동기생들과 다르게 프랑스로 떠나, 바게뜨와 크로와상만 주구장창 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위안인 점은 프랑스 빵이 정말 맛있다는 점과 토마 피케티를 매일 본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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