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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세계 최대 인터넷 청원 플랫폼인 '체인지'에 '대학입시의 정의를 위하여'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청원 '유펜은 재학생과 합격자의 대학 지원시 표절 혐의에 대해 조사하라'.
 지난 17일 세계 최대 인터넷 청원 플랫폼인 "체인지"에 "대학입시의 정의를 위하여"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청원 "유펜은 재학생과 합격자의 대학 지원시 표절 혐의에 대해 조사하라".
ⓒ 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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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재학 중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처조카들이 고교생 시절 쓴 논문 표절 의혹 사건과 약탈적 학술지 투고 사건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발리예바 도핑 사건까지 떠오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관련 기사 : [단독] '한동훈 조카' 표절 논문 원저자 미 교수 "통째 베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한동훈 장관 후보자의 해명은 어불성설이었지만, 딱 하나 내 마음에 꽂힌 구절이 있다면 "미성년자에게... 가혹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학자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이 고민을 매 학기 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내 강의에도 매 학기 표절이나 문서 위조 사건은 항상 존재한다. 커뮤니케이션 강의의 특성상 글쓰기 과제가 많다 보니, 표절의 정의부터 내가 표절을 잡는 방법 등을 다 설명하고, '비윤리적인 행동은 절대 하면 안 된다' 강조해도, 실수든 고의든 종종 발견된다.

내가 일하는 학교에선 온라인 과제 제출 데이터베이스에 아예 표절 검사 소프트웨어가 깔려있어서, 과제 옆에 표절률이 몇 %인지 그리고 어떤 문서와 비슷한지 뜬다. 이런 일이 생기면 나는 큰 고심에 빠지고 잠도 잘 못 이룬다. 원칙대로라면 F를 줄 수 있고 학교 윗선에 내가 보고할 수 있다.

내가 고심하는 부분은 어떻게 하면 이 사건을 교육의 기회로 삼아, 학생에게 잘못을 깨닫게 할지다. 그냥 F를 주고 규정에 맞게 처리하면 학생은 내 강의에서 제명되고 일을 처리하는 나에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나는 전체 이메일을 보내 말한다.

"우리 수업 듣는 학생들 중 표절이 의심되는 경우가 발견됐다. 이것은 열심히 과제를 한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자신의 것으로 도둑질한 매우 심각한 잘못이라 원스트라이크 아웃이지만, 지금이라도 자진해서 과제를 내리고 내일까지 다시 낸다면, 이번 과제만 페널티 없이 넘어가겠다."

그러면 보통 자진 철회는 하지만,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과하는 학생은 역시 드물다. 당사자들이 얼마나 잘못을 깨달았는지는 알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 전공자인 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 앞으로 기자나 연구원 혹은 장관이나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데, 아직 교실에서 내 학생 신분으로 있을 때 한 가지는 똑똑히 배워야 하기에 시간을 들여 교육한다. 표절 과제나 위조 출석계처럼 원칙을 어겨서는 절대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으며 잘못된 행동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실제 F를 주고 학교 윗선에 보고한 경우도 있었다).

지금이라도 스스로 바로잡는 모습 보여주길

앞서 언급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처조카들 사건에서 내가 경악을 금치 못한 부분은 당사자들의 대응이다. "입증되기 전까지는 무죄"라는 후안무치한 태도, "고등학생의 습작일 뿐"이라는 부모·어른의 감싸기. 그들은 이 일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기사 : [단독] 미 대학신문 "한동훈 조카들 표절 조사 청원 4천명 이상 서명")

논문 표절 및 위조는 정말 심각한 사안이다. 코로나19 백신의 유효성이나 부작용을 다룬 논문이 이런 식으로 쓰였다고 생각해보라. 연구를 수행하지도 않고 다른 연구 내용을 가져와 샘플 사이즈와 통계치 숫자만 바꾼다? 논문을 돌려보면 표절률이 한 자릿수이기 때문에 위조가 아니다? 이렇게 쓰여진 코로나 백신 논문이 버젓이 구글 스콜라에 있어 내려받을 수 있고 인용될 수 있다면? 기사가 나와서 많은 사람들이 이 결과물을 믿는다면? 그 결과는 말 그대로 치명적일 것이다.

러시아의 피겨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는 도핑 의혹을 받았을 때(실제 도핑 결과 양성이었다) 올림픽 출전을 못 하는 것은 미성년자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사실이 참작되어 출전은 할 수 있었다. 정말 가혹했던 것은 그가 의혹 속에도 빙판에 서야 했고, 긴장된 표정 속에 실수를 몇 번이나 연거푸 하는 것이 전 세계로 방송됐다는 사실이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부문의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그는 결국 개인전 메달을 따지 못했다. 올림픽에서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참작하다니... 일의 처리나 결과는 그리 가혹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가 겪어야 했던 심리적인 부담감은 정말 가혹했을 것 같다.

내 강의를 듣는 학생이었다면 아직은 비교적 안전한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한 번쯤 실수하고 배울 기회가 있었을 텐데. 자신의 잘못이 전 세계에 방송되고, 전 세계가 왈가왈부하는 이슈의 한 중심에 선 미성년자가 겪었을 일을 생각하면 어른으로서, 교육자로선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그가 이 사건에 대해 한가지는 꼭 배워야 하고 세상은 구성원에게 그것을 가르칠 의무가 있다. 반칙을 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또 한 가지 "미성년자에게 가혹"하다는 말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는 잘못을 한 주체가 이 아이 하나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이 아이를 사랑하고 교육했어야 할 어른들이 오히려 잘못의 길을 소개하고, 그 길을 걷게 하고, 그리고 문제가 됐을 때 도망가는 방법까지 가르쳐 주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잘못의 책임과 결과는 이 아이가 혼자 오롯이 떠안게 된다. 정말 혼자 떠안게 놔둘 것인가. 해명하고 변호하면서 기어이 빙판에서 연기하라고 세울 것인가. 가혹하다.

우리 사회의 발리예바에 대한 나의 마음이 그렇다. 교수는 학자이자 교육자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목소리를 높이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는 좋은 부모와 좋은 어른이 많을 것이다. 내 아이는 고생하는데 네 아이만 잘되느냐는 마음이 아니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노력을 인정받고 반칙을 하는 학생은 실격되는 공정하고 상식적인 교육 환경을 기대하는 사람들 말이다.

학계와 교육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학계와 교육계에서 높게 평가하는 학생은 이런 부도덕하고 불공정한 사태에 대해 목소리를 내거나 연구 주제로 삼아 깊이 고민하고 탐구하는 학생이라고 하겠다. 이번 논란에 휘말린 학생들의 논문이 세계 여러 나라의 불공정, 불평등, 불합리를 꼬집는 주제였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들이 앞으로 어떤 학교에 가고 어떤 길을 선택할지 모르지만, 한 번 꼬인 매듭을 풀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것 같다. 그 꼬인 매듭 때문에 떨고 있을지 아니면 잠 못 이루며 고민하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만일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우리 세대는 어른들과 다르다고 말하며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진정한 Z세대의 모습을.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텍사스크리스천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교수입니다.


태그:#논문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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