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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포스터
 넷플릭스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포스터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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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은 2019년 7월, 대학생 두 명이 불씨를 지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들은 기사 공모전에 참여하기 위해 인터넷에 불법 촬영 사이트를 검색했다. 그렇게 입장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지옥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들은 '추적단불꽃'이라 스스로 이름 지었고, 불법 자료를 차곡차곡 모아 경찰에게 수사를 요청했다. 또한 언론에 제보했다. 이후에도 각종 불법 촬영물 공유 대화방에 잠입해 모니터링하며 피해를 기록하고 증언했다.

이들이 지핀 불씨는 활활 타올랐다. 지난 12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남경읍에게 징역 15년형이 확정됐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주요 가해자인 조주빈은 지난해 징역 42년형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추적단불꽃의 '불'과 '단'이 3년간 디지털 성범죄 근절를 위해 끊임없이 '기록'해 온 것의 한 챕터가 마무리된 셈이다. 추적단불꽃이 쌓아 올린 기록으로 인해 디지털 성범죄는 '정말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고 있다. 2020년 대법원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으로 새롭게 마련했다. 축적된 기록이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2022년, 이들에게 큰 변화가 생겼다. 추적단불꽃의 '불'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행을 택했다. '단'은 저널리스트의 길을 택했다. 단은 지난 3월 SNS에 "기록하는 일의 가치를 느끼며 계속 기사를 쓰고 싶다"고 밝혔다.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민주당 디지털성범죄 특별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월 8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마지막 유세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민주당 디지털성범죄 특별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월 8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마지막 유세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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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학생들은 화상회의 프로그램 zoom으로 '단, 하나의 기록'을 주제로 단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단은 "반(反) 성착취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청사진을 그리고 싶다"며 "피해자가 비극을 겪기 전, 사회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부분을 취재해서 기록하고 싶다"며 '기록자'로서의 미래를 그렸다. 

마침 인터뷰 하루 전인 18일, '단'이 출연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사이버 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가 공개됐다. <사이버 지옥>은 24일 현재 넷플릭스 영화 순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터뷰도 <사이버 지옥> 이야기로 시작했다. 

단이 꼽은 추적단불꽃 3년의 키워드

- <사이버 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에 '단'님도 출연하셨던데, 당초 전하려던 메시지가 잘 담겼다고 보시나요.
"악랄하게, 은밀하게 텔레그램이라는 익명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숨어서 성착취를 해도 결국에는 조주빈처럼 가해자는 검거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 메시지가 다큐멘터리 중간 중간에 잘 담긴 것 같습니다."

- 지난 12일 남경읍 징역 15년 확정을 끝으로 3년에 걸친 주요 가해자의 형사사법 절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소회가 남다를 거 같은데요.
"모든 가해자 재판이 끝난 것을 보고 사실은 후련했어요. 디지털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단체 eNd(엔드)가 올린 남경읍 재판 방청 후기를 보고 감명받기도 했고요. (다만) 주요 가해자 외에는 (재판 과정이) 주목을 많이 받지 못했고, 남경읍도 형량을 받기 전까지 보도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언론이 재판 과정이나 결과를 많이 보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또 아무래도 활동가 단체들(eNd 등)이 해산하거나 축소되겠구나 싶어서 섭섭하기도 해요."

- 추적단불꽃의 책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에서 "객관적으로 행보를 바라보는 태도를 잊지 말자"고 하셨는데요. 지난 3년간의 추적단불꽃이 한 일을 객관적으로 돌아본다면, 어떤 키워드가 남았다고 보시나요. 3가지만 꼽아주세요.
"그 말은 '실수를 하지 말자'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책을 쓸 당시 추적단불꽃이 맡은 일에 대해 부담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활동가라면 정직하고 정의로워야만 하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행동을 조심해야겠구나 생각했기 때문이죠.

지난 3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면 첫 번째는 '연대', 두 번째는 '불꽃', 마지막으로 '나다움'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라요. 추적단불꽃의 시작 과정에서 반(反) 디지털 성착취 활동가, 변호사, 기자들과 만나면서 연대하는 마음을 많이 느꼈어요. 동시에 '불꽃'이라는 단어는 연대를 해주는 모든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활동을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나, 독자분들이 추적단불꽃을 많이 격려해 주셔서 불꽃으로 있을 수 있었습니다. 불꽃 활동을 하면서 극도의 스트레스에 놓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뿌듯하기도 했고, 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가는 시간이어서 '나다움'을 꼽을 수 있을 거 같아요."

- 어떨 때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느꼈나요.
"경찰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해결이 잘 안 될 때, 국가가 피해자를 곤란하게 하거나 방관할 때 스트레를 받았어요. 피해자가 중학생인 지인능욕(피해자 사진을 게재한 뒤 성희롱하는 것) 범죄를 추적해서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했는데, 경찰이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였음에도 '이건 못 잡아요'하는 태도를 보인 적이 있어요. 피해자들이 극단적인 시도를 하기도 하고, 안 좋은 상황이 겹치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꼈어요. 눈물이 계속 나오거나, 심장이 계속 뛰거나... 이럴 땐 최대한 받아들이고 몸을 움직여서 다른 걸 해보려고 노력했어요. 잠식되는 게 두려워서요."
 
추적단불꽃의 모습. 오른쪽이 추적단불꽃의 '단'이다.
 추적단불꽃의 모습. 오른쪽이 추적단불꽃의 "단"이다.
ⓒ 추적단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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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효능감"을 느꼈지만 

- 2022년 4월 기준, 동의 수를 가장 많이 받은 청와대 국민청원은 'N번방 용의자 신상 공개' 청원입니다. 또 'N번방 방지법' 등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여론과 정부를 움직이는 힘을 발휘한 '기록'의 결과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이 논의를 촉발한 당사자로서, '힘을 갖는 기록'은 어떤 기록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분명한 건, 힘을 가지려면 자신이 취재한 분야에서 1년 정도 차곡차곡 쌓아온 기록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N번방 사건 취재 기록이 힘을 가진 이유를 생각해 보면, 비단 취재해서 보도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취재 이후에 관심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고발하는 피해자가 생겨나고, 언론도 조명하고... 운이 따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N번방 취재를 위한 노력과 추적이 있었고, 운도 따라주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기록이 힘을 갖게 된 것 같아요."

- 디지털 성범죄 TF 활동을 통해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 효능감을 느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불'처럼 정치 참여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록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글을 써서 하는 일도 정치 활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고요. 기록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기 때문에 정치에 참여하지 않았어요. 기록하는 것은 나의 마음이 어떤지 돌보면서 (그걸) 글로 남기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제 기록이 발전한다는 만족감, 사회적 문제를 기록할 때 고발하는 감각이 좋아서 계속해서 쓰고 싶었어요.

또 기록하는 일이 정치로 바꿔낼 수 없는 부분에 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이를 확인해 기사로 써냈을 때 정치권이나 형사 사법체계가 시원하게 긁어주지 못한 부분을 긁어줄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요."

- 3월 SNS에 남긴 글에 "저널리스트에 가깝게 살아가고 싶다"고 밝혔지만, '활동가로서 단'의 정체성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느꼈습니다. 활동가의 정체성을 갖는다면 저널리스트로서의 기록은 신뢰성을 잃을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동안 추적단불꽃이 써온 기사는 1인칭과 3인칭을 넘나드는, 서술 방식에 있어 조금 변주를 준 기록들이에요. 개인의 관점이 심하게 개입되면 저널리스트의 기사로 받아들여질 수 없겠죠. 활동가는 결국 '저 사람의 고통에 연대하고 싶다'라는 생각에 질문하고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봐요. 그런 맥락에서 기자도 끊임없이 질문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가치를 공유한다고 생각해요. 활동가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기사를 쓸 때 주관적인 생각을 배제하면 사람들을 잘 설득하는 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 단의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읽길 바라시나요. 
"동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감각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사를 써왔어요. 내 주위의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고, 내가 중심에 있을 수도 있다는 감각을 하면서 글이 읽혔으면 좋겠어요. 3년 동안 활동하면서, 모두가 외면하는 일을 나도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기록하거나, 신고하고 고발하는 참여'가 공동체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했어요. 기자가 아니더라도 기록하는 일은 중요한 것 같아요."

- 단은 기록하기도 하지만, (인터뷰 등으로) 기록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기록해가고 싶은 것'과 '기록되고 싶은 모습'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부분과 더불어 사회체계가 잘 작동해도 생기는 빈틈을 취재해서 기록하고 싶어요. 피해자가 비극을 겪기 전에요. 우리 사회는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극단적 시도를 했다는 뉴스가 나와야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법이 개정되곤 하더라고요. 또, 앞으로 '단의 꿈은 다양하구나, 넓은 분야까지 확장해서 취재하는 저널리스트구나'라고 자연스럽게 기록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은이), 이봄(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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