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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고 휘어진 열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농부로 살아온 삶의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
 굽고 휘어진 열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농부로 살아온 삶의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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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순창 장터. 어제 어린이날 아이들 모습과 대비되지만 엄니들을 보면 애틋, 짠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이 마음을 흔듭니다. 내일모레 어버이날인데다 징검다리 휴일 장이어서인지 장터에 활기가 있긴 합니다. 흥해라 장터!!!"

전북 순창군 한 주민이 지난 6일 순창읍 장날에 전한 말이다.

주민이 내민 손, 굽고 휘어진 열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농부로 살아온 삶의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 농부의 손가락을 보며, 불현듯 오래전에 충격으로 접했던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이 떠올랐다. 강수진의 열 발가락은 충격이었다. 사람들은 발가락 마디마디마다 울퉁불퉁 혹이 자라난 강수진의 발을 가리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라고 감탄했다.

이 농부의 손가락에서도 감동이 전해졌다. 불거진 핏줄은 생명을 잉태시키는 자연을 이야기하는 듯하고, 검어진 피부는 수없이 갈고 닦았을 농부의 일터인 땅을 떠올리게 한다. 손톱 끝마다 박힌 검은 빛깔은 평생 자식을 먹이고 돌보느라 타들어갔을 애간장의 모습이리라.

장터 상인들의 소박한 식사
 
전북 순창군 순창읍 장터에서 만난 상인들의 소박한 식사
 전북 순창군 순창읍 장터에서 만난 상인들의 소박한 식사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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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상인들의 모습도 가슴이 뭉클하기는 마찬가지다. 된장 푹 찍어 아삭한 소리와 함께 한 입 베어 무는 풋고추에는 시골의 향기가 담겼다.

반찬은 깻잎 장아찌와 시금치나물, 고추멸치조림, 오이냉국, 김치가 전부이지만, 오순도순 둘러앉아 나누는 정겨운 대화 속에 커다란 찬밥 한 그릇이 금방 비워진다. 소박한 끼니지만 알고 보면 자연에서 손수 농사지어 만든 건강식이다. 한 주민이 맛있는 소리로 맛을 전해준다.

"먹는 것이야 별거 있깐. 이렇게 먹어야 안 아파. 철 따라 제철음식을 먹으면 맛이 없을 수가 없제. 하하하."

순창 장터에서 우리네 부모님들이 살아오시고, 살아가시는 모습을 본다. 볼수록 정겨운 모습이다.

시골농촌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하지만, 인구소멸지역으로 지정된 전국 지자체 89곳에 명단이 올라있는 전북 순창군. 4월말 기준 전체 인구는 2만6721명이다. 순창군청 통계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순창군의 인구는 매년 2.1%씩 감소하고 있다.

농부의 손도, 장터의 식사도 계속해서 만날 수 있을까. 인구소멸지역 시골농촌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5월 가정의 달, 온갖 상념에 잠긴다.

덧붙이는 글 |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5월 11일자에 보도된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태그:#전북 순창, #순창, #순창장날, #농부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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