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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년 다닌 회사를 나오기 전, 회사 밖 생활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와보니 그렇게 두려워 할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저의 시행착오가 회사 밖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기자말]
'지금 주문했어요. 오늘 중으로 배송 되죠? 내일 받았으면 좋겠어요.'

운영하는 쇼핑몰로 문의사항이 들어왔다. 그날은 토요일 저녁 7시였다. 고객들은 대부분 주문하면 바로 다음날 도착되기를 원한다. 새벽배송에 익숙해진 탓일까? 아쉽게도 우리는 주말에는 쉬고, 새벽배송은 하지 않는다. 문의사항을 보았지만, 주말이라 고객 응대도 하지 않았다. 배가 불러서라고? 아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정해진 규칙이다.

상상 이상의 업무, 고객 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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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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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업이다보니 전담 콜센터 같은 것은 없다. 적은 인원으로 효율적으로 일해야 하는데, 몇 년 운영해보니 고객 응대는 정해진 시간에 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문의내용 중 대부분은 배송과 물류이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에 해결되는 일이 많았고, 주말에 구매해도 어차피 월요일에 배송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정해진 우리 회사의 고객 응대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다른 업무도 해야 하고, 물류센터 작업시간이 오후 4시면 끝나기 때문이다. 물론 고객 응대 시간은 쇼핑몰에 상세히 안내되어 있다.   

그러나 가끔 원칙을 깨고, 밤이나 새벽에 고객 응대를 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제품 설치 중 문의를 해 올 때 그렇다. 우리 제품은 소비자가 직접 설치해야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종종 있다. 유튜브 공식계정이나 쇼핑몰, 블로그에 상세하게 설치법을 안내하고 있지만, 때로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경우엔 주말에도 고객 응대를 한다. 다만, 휴일이다보니 답변이 느릴 수 있다. 이때 휴일에도 답변해주어 고맙다고 말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답변이 느리다며 화를 내는 고객도 있다. 어떤 고객은 새벽 4시에 문의를 남기고는 대답이 없다며 화를 냈다.

또 하나의 고객 응대 창구는 리뷰다. 리뷰의 최고 점수는 5점이다. 3년간 우리는 7천개가 넘는 제품 리뷰를 쌓았다. 제품에 대한 리뷰는 중요하다. 리뷰는 최대한 다 읽어보고, 댓글을 달고 있다. 간혹 리뷰점수 1점이 나오면 긴장하게 된다.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구매전에 꼼꼼하게 리뷰를 읽어보고 산다. 만약 1점짜리가 많거나, 1점에 대한 판매자의 댓글이 불성실하다면 구매를 주저하게 될 것이다.

제품 5점과 1점의 차이는 제품에 대한 효과를 보았느냐 아니냐의 차이뿐만 아니다. 가격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비싸다고 1점을 주는 경우도 있고, 택배가 늦어져 짜증난다며 1점을 주는 경우도 있다. 택배사 사정에 따라 늦어질 수도 있다고 이야기해도, 택배가 늦어지면 일단 판매자에게 불만이 생기는 것 같다.

제품이 매우 마음에 든다고 하면서 2점을 주는 경우도 있고, 우리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의 사진을 올리며 효과 없다며 1점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엔 별점 1점을 보면 긴장했지만, 지금은 불만사항을 읽어보고 제품이나 서비스 개선에 힘쓴다. 때로는 각자의 사정과 이유를 재미있게 보기도 한다.

고객 불만의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내야
 
판매자로 살아보니 다른 제품에도 별점 1점은 되도록 주지 않으려고 한다. 조언은 별점 5점을 주면서도 할 수 있다.
 판매자로 살아보니 다른 제품에도 별점 1점은 되도록 주지 않으려고 한다. 조언은 별점 5점을 주면서도 할 수 있다.
ⓒ geralt,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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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고객 응대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첫 구매에 별점을 낮게 주면서 재구매한 고객이 있었다. 첫 구매에서 별점은 2점이었고, 재구매해서 별점은 1점이었다. 별점을 낮게 주면서 다시 재구매를 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후기에는 우리 제품의 기술력을 의심하고 비판하고 있었다. 처음엔 경쟁사의 횡포로 생각했다. 나는 낮은 별점을 주면서 다시 재구매한 이유가 무엇이냐, 일부러 그러느냐, 필요하면 방문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고객은 불같이 화를 냈다. 고객은 판매자가 잘못도 깨닫지 못한다면서 화가 나서 쇼핑몰 게시판을 불만으로 도배하기 시작했다. 고객과 싸움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낮은 별점과 게시판 불만사항 도배로 매출도 떨어졌다. 결국 남편이 나섰다. 이미 나는 고객과 감정적으로 좋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남편이 고객에게 전화를 했다. 어떤 불만사항이든 말씀해주시면 개선하고 고치겠다고.

남편은 긴 전화통화로 그분의 불만을 듣다가 제품 구매하게 된 사연까지 들었다. 별점을 낮게 주면서 재구매한 사연은 이랬다. 그 고객은 경쟁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이전에 특정 제품으로 인해 온 가족이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고, 이번에 집을 지으며 우리 제품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 제품의 기능에는 만족했지만, 자신이 만든 집 구조에서는 제품의 규격이 정확하게 맞지 않아 별점을 낮게 준 것이었다.

그런데 설치할 곳이 더 있어서 다른 외산 제품을 알아보았다고 했다. 그러나 외산제품은 기능이 떨어졌다. 결국 기능은 마음에 들었지만, 규격이 좀 맞지 않는 우리 제품을 다시 재구매한 것이었다. 경쟁사로 오인했던 것은 내 잘못이었다. 그 분이 고생했던 사연을 듣고 보니, 나 같아도 제품을 깐깐하게 구매했을 것 같았다.

우선 제품을 교환해 주기로 했다. 다시 보내는 제품은 남편이 직접 테스트를 꼼꼼하게 해서 보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이 고민하고 있는 기술적인 문제도 같이 고민해서 규격을 맞출 수 있도록 별도 제작한 제품도 보내드렸다.

나중에 교환 제품이 도착해서 보니 그 고객이 재구매한 제품은 불량이었다. 제조 과정에서 품질검사를 하지만, 간혹 나오는 불량은 어쩔 수 없었다. 그 고객은 자신도 제조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불량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했고, 교환된 제품과 남편의 기술적인 상담에 매우 만족했다.

이후 고객은 리뷰 점수를 5점으로 수정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장문의 리뷰를 남겼다. 주변에 소문도 많이 내겠다고 해주셨다. 진상 고객에서 충성 고객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깨달은 점이 있다면 고객 응대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고객은 흥분 상태일 때, 같이 감정적으로 대하면 싸움으로 일어날 확률이 크고, 싸움으로 진행되어봤자 불리한 건 판매자였다.

온라인 쇼핑몰 공간에서 구매자는 익명이고, 판매자는 실명이다. 이것이 구매자에게 때론 무기가 되고, 판매자에겐 약점이 된다. 그러다보니 별점 1점을 주거나 불만으로 게시판을 도배해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판매방해 신고제도가 있긴 하지만, 이용해 본 적은 없다.

판매방해 신고 처리가 되기까지 며칠이 걸리는데, 그동안 진흙탕 싸움을 보여 봤자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그 이전에 해결해야 한다. 고객 응대는 고객이 고통이나 불만을 느끼는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그걸 해결하는 걸 목적으로 해야 한다.

또한, 내가 아직도 대기업에서 직장인으로 일하던 스타일을 버리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목소리가 컸고, 어디서나 당당했으며, 이슈에 있어서는 싸워서 이길 생각만 했다. 그러나 고객은 싸워서 이길 대상이 아니었다. 기술적으로 검증된 제품인데, '우리 제품 기술력을 의심하다니!'라는 생각으로 고객을 대했던 것이다. 불량이 있으리라곤 미처 생각을 못했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참 많다
 
사람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지만, 사람으로 문제가 해결 되기도 한다. 고객에게서 답을 얻고, 좋은 고객을 늘려가는 것이 사업자의 책임이자 해야 할 일 아닐까.
 사람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지만, 사람으로 문제가 해결 되기도 한다. 고객에게서 답을 얻고, 좋은 고객을 늘려가는 것이 사업자의 책임이자 해야 할 일 아닐까.
ⓒ jacquiemunguia, 출처 Uns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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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구매한 지 1년 넘은 제품을 반품하는 경우도 있고,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반품했는데 박스가 찢어져 있거나 제품을 쓴 흔적이 역력한 경우도 있었다. 제품을 구매하면 사은품이 나가는데, 사은품은 쏙 빼고 제품만 반품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어떤 분은 반품하면서 남편이 설치해주어야 하는데 안 해주었다며 남편 흉만 늘어놓다가 전화를 끊은 적도 있다. 고객 응대 하면서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걸 실감한다.

물론 이렇게 힘든 고객만 있는 건 아니다. 사용해보니 좋다며 아파트 단지 공동구매를 추진해주는 분들도 계시고, 이런 제품은 더욱 많이 팔려야 한다며 '대박 나세요'라는 리뷰를 달아주는 분들도 많다.

반품 박스에 미안하다며 사탕을 넣어주는 분들도 있다. 설치가 힘든 집안 구조인데 뚝딱 설치해서 사진과 동영상을 첨부해 주는 여성 고객들도 있다. 문의 전화로 화를 냈다가도 나중엔 미안하다며 선선히 사과하는 분들도 많다.

고객 응대의 어려움을 보통 진상고객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10명 중 1명만 진상고객을 만나도 멘탈이 탈탈 털리기 마련이다. 어려운 기억은 훨씬 진하고 오래가는 법이니까. 그러나 속상해하고 상황에 매몰되기보다 어떻게 하면 제품을 더 많이 알릴까 고민하는 것이 낫다.

좋은 고객이 훨씬 많다는 걸 기억해두자. 진심으로 고객을 대하고, 그 시간들이 쌓이면, 좋은 고객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 및 브런치(https://brunch.co.kr/@longmami)에도 실립니다.


태그:#슬기로운창업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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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면서 프리랜서로 글쓰는 작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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