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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보 선착장에서 바라본 상주보 상류의 풍경. 겨울을 지나와서 강물은 아직 그리 탁해 보이진 않았다.
 상주보 선착장에서 바라본 상주보 상류의 풍경. 겨울을 지나와서 강물은 아직 그리 탁해 보이진 않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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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낙동강 저서생물 조사를 위해 상주보를 찾았다. 상주보 상류 우안의 선착장으로 가 가슴 장화를 입고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 겨울을 막 지나와서 그런지 물은 크게 탁해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강 속에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강바닥의 물컹한 이물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렇다. 바닥은 펄이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물컹한 펄이 발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적당한 지점에서 삽으로 강바닥을 한 삽 떴다.
 
강바닥은 시커먼 펄... 그 속에 4급수 지표종 실지렁이가
 
이내 시꺼먼 펄이 눈앞에 드러났다. 역한 냄새도 올라왔다. 강바닥은 펄로 썩어가고 있었다. 몇 차례 더 삽질을 했다. 그 속에 무슨 생물이 살고 있나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생물의 흔적은 보이질 않았다. 계속 헤집어보았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것이 실지렁이다.
 
상주보 상류에서 발견된, 환경부 지정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
 상주보 상류에서 발견된, 환경부 지정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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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명은 없고 오직 실지렁이만이 발견됐다. 이날 삽질을 통해 10여 개체의 실지렁이를 채집했다. 워낙 가늘어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걸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의 실지렁이다.
 
실지렁이는 말 그대로 실처럼 가는 지렁이로 환경부의 분류기준에 따르면 하천 수질을 1~4등급으로 나누었을 때 최악 등급인 4등급을 나타내는 지표생물의 하나다.
 
환경부에서 발행한 책자와 나와 있는 4급수 지표생물들. 실지렁이, 붉은깔따구가 포함되어 있다.
 환경부에서 발행한 책자와 나와 있는 4급수 지표생물들. 실지렁이, 붉은깔따구가 포함되어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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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수질 4등급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가 낙동강 상주보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는 상주보 수질이 수질 최악등급인 4급수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충격이다. 상주 지역은 4대강사업 전 수질이 1등급이던 곳이다. 
   
4대강사업 후 그동안 실지렁이나 깔따구 유충은 주로 낙동강 중하류 지역에서 발견됐다. 실지렁이가 상주보같은 낙동강 상류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낙동강 전역에 4급수 지표생물이 살고 있음이 확인됐다. 4대강사업의 결과로 낙동강 전역이 4급수로 전락한 것이다.
 
낙동강 달성보 선착장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 이 또한 환경부 지정 4급수 지표생물이다.
 낙동강 달성보 선착장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 이 또한 환경부 지정 4급수 지표생물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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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분석해보자. 상주보는 2011년 보가 완공된 이래 수문이 열린 적이 거의 없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수문이 한번도 열리지 않았고, 4대강 재자연화를 천명한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2018년 '찔금 개방'이 한 차례 있었을 뿐이다. 
 
그 결과 강바닥은 모래 대신 펄로 뒤덮여 썩어갔고, 실지렁이류가 살기에 좋은 환경으로 바뀌었다. 상주보 일대 광범위한 곳에서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와 깔따구류가 증식 중인 것으로 보인다.
 
상주보의 수질을 되살리기 위해선 하루빨리 수문을 열어야
 
4급수로 전락한 상주보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주보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 수문을 활짝 열어 강물이 흐르도록 한다면 바닥에 쌓인 펄이 조금씩 씻겨내려가면서 모래층이 되살아날 것이고, 그러면 4대강사업 전의 낙동강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굳게 닫혀 있는 상주보. 이 결과 상주보는 실지렁이 등이 서식하는 4급수로 전락했다.
 굳게 닫혀 있는 상주보. 이 결과 상주보는 실지렁이 등이 서식하는 4급수로 전락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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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전의 상주보 일대의 모습이다.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상주보를 수문개방 한다면 같지는 않겠지만 이와 비슷한 모습으로 복원될 것이고, 수질 또한 개선될 것이다.
▲ 4대강사업 전의 상주보 자리 4대강사업 전의 상주보 일대의 모습이다.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상주보를 수문개방 한다면 같지는 않겠지만 이와 비슷한 모습으로 복원될 것이고, 수질 또한 개선될 것이다.
ⓒ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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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은 상주보를 비롯한 낙동강 보의 수문을 빨리 열어야 한다. 그래야 1300만 영남인의 젖줄인 낙동강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4대강 재자연화에 나서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상주풍물시장 유세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건설한 4대강을 지켜서 상주와 문경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맘껏 쓰게 하겠다고 했다. 이 주장엔 사실관계가 틀렸다. 상주보로 인해 물이 많아진 것은 맞다. 하지만 깨끗한 물은 아니다. 1급수 청정지역이었던 이곳은 4대강사업 후 실지렁이가 나오는 4급수 수질이 됐다.
 
상주시는 4대강사업으로 들어선 상주보로 인해서 낙동강의 수질이 나빠지자 상주보 아래에 있던 도남취수장을 9킬로미터 상류에 있는 상풍교 아래 사벌매호취수장으로 옮겨버렸다.
 상주시는 4대강사업으로 들어선 상주보로 인해서 낙동강의 수질이 나빠지자 상주보 아래에 있던 도남취수장을 9킬로미터 상류에 있는 상풍교 아래 사벌매호취수장으로 옮겨버렸다.
ⓒ 다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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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이 더 나빠졌음은 상주시 취수장 변경을 보면 알 수 있다. 상주시 취수장은 원래 상주보 바로 아래에 있는 도남취수장이었다. 그런데 4대강사업 후 상주시는 이 도남취수장을 상주보에서 대략 9킬로미터 상류에 있는 상풍교 아래로 사벌매호취수장으로 옮겼다.
 
4대강사업으로 상주보 일대 수질이 나빠진 것을 확인하고 상류로 취수장으로 전격적으로 옮긴 것이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아니다. 기후변화 시대에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른다. 상주보를 과거 1급수 지역으로 되돌려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상식적인 판단을 기대하며
 
그 방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상주보 수문을 열어서 강을 흐르게만 해주면 된다. 이 일대는 보 기준으로 낙동강 최상류이기 때문에 보 수문만 열어 강을 흐르게만 하면 상주보 상류에서 맑은 물과 모래가 계속 유입될 것이다.

내성천에서, 금천에서, 낙동강 상류에서 계속해서 맑은 물과 모래가 공급이 되면 이 일대는 오래지 않아 예년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낙동강에서 재자연화 효과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날 지역이 바로 이 상주보 상류이다.
 
이제 공은 윤석열 정부에게로 넘어갔다. 실지렁이가 득시글거리는 썩은 물의 상주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이전 1급수 강물이 흐르는 청정 상주를 만들 것인가 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선택은 자명하다. 부디 윤석열 정부가 상식적인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좌측에서 금천과 내성천이 만나 내려오고 우측에 보이는 것이 낙동강. 이 세강이 삼강교 바로 아래서 만난다. 그래서 이곳의 지명이 삼강이다. 이렇듯 세 강에서 맑은 물과 모래가 끊임없이 공급되고 있다.
 좌측에서 금천과 내성천이 만나 내려오고 우측에 보이는 것이 낙동강. 이 세강이 삼강교 바로 아래서 만난다. 그래서 이곳의 지명이 삼강이다. 이렇듯 세 강에서 맑은 물과 모래가 끊임없이 공급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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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보 상류에 있는, 삼강 아래 낙동강의 모습이다. 상주보의 수문이 개방이 된다면 우리는 낙동강에서 이런 비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상주보 상류에 있는, 삼강 아래 낙동강의 모습이다. 상주보의 수문이 개방이 된다면 우리는 낙동강에서 이런 비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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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며 지난 14년간 낙동강과 내성천을 기록해오고 있다. 4대강사업의 폐해를 고발하고 있다. 저서에 <내성천의 마지막 가을 눈물이 흐릅니다>(2018, 도서출판 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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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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