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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주52시간 상한제 탄력운영(선택근로제 확대), 중대재해처벌법 손질, 기업규제 해소 등을 얘기해왔습니다.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근로조건, 노동권을 심각하게 후퇴시키는 것은 물론 생명과 안전마저 위협하는 내용입니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4월 29일~30일 인수위 앞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반노동 입장을 규탄하는 1박 2일 투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윤 당선인의 입장이 왜 문제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왜 싸우고자 하는지를 세 차례에 걸쳐 기고글로 알릴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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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시절부터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구성요건이 애매하다", "경영 의지를 위축시킨다"며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해왔습니다. 3월 21일 경제6단체는 윤석열 당선인과 만난 자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규제 개혁을 요구했고, 윤 당선인은 '제도적 방해 요소 제거'를 약속했습니다. 노동부도 3월 24일 인수위에 시행령 개정, 보완 방향으로 보고하면서 맞장구를 쳤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향한 윤 당선인의 이런 인식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의 발언은 죽음을 곁에 두고 일하는 노동자들을 구해야 할 때 죽음으로 더 밀어넣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건설노동자들은 출근할 때 서로 '안전작업하세요!'라고 인사합니다. 일하다 내가 또는 동료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인사인 것이지요. 그런 건설노동자들에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운동 기간은 희망이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따라다니지 않는 일터를 꿈꿀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국회를 거치며 '기업'이라는 규율 대상이 명칭에서 빠진 채 '중대재해처벌법'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나와, 죽음의 그림자를 조금 엷게 만들었을 뿐 완전히 지우지 못했습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의 공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간 유예한다고 합니다. 사망사고의 대부분이 50억원 미만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2년이나 유예한다는 것은 2년간 죽음을 방치하겠단 겁니다. 이렇게 되면 50억 원 미만의 쪼개기 계약을 종용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고, 당연히 사고 또한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장에서 일해보면 안전관리에 대한 기업의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2019년 알곤가스 질식사고가 났던 고성 하이화력발전소 담벼락에는 "안전 쫌! 단디 챙기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 현수막은 기업 경영자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공정을 다그치는 복잡한 건설현장에서는 언제든지 실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해당 현수막은 사고의 원인으로 '노동자의 부주의'를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건설노동자가 바라는 현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1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제외 폐지 등 법안 전면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1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제외 폐지 등 법안 전면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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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동자가 바라는 현장은 실수를 해도 중대재해가 발생할 염려가 없는, 안전관리가 잘 되는 곳입니다. 그런데 안전관리에는 비용이 들어가니, 회사들은 노동자들에게 조심하라고만 다그치는 것입니다. 알곤가스 질식사고 이후 만난 SK건설 안전관리자는 "이럴 줄 알았으면 모든 팀에게 산소측정기를 지급할 걸 그랬다"면서도 작업자의 부주의를 탓했습니다. 기업의 태도는 지뢰밭을 지나가라고 떠밀면서 지뢰가 터지면 '너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책임을 추궁하는 실정인 것입니다.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발효된 이후 건설현장은 이 법에 대응하느라 분주합니다. 그런데 재해 발생을 막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 아닙니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자의 처벌을 막기 위한 증거를 만들기 위해 안달인 것입니다.

한 예로 안전교육을 들 수 있습니다. 교육은 사고예방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상 건설노동자들은 매분기마다 6시간씩 정기 안전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월 2시간의 안전교육을 진행하지만, 대부분 내용이 없고 형식적으로만 이뤄졌습니다. 

제가 일했던 인천 송도 A기업 4공장 안전교육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다소 달라졌습니다. 교육시간이나 내용 강화가 아니라 안전교육에 참가했다고 포장하기 위한 '서명지'만 늘었습니다.

지난 1월 B기업 안전교육장에서 2시간 동안 제가 한 것은 "가연물이 있는 장소에서 하는 화재위험 작업"(4시간), "허가 및 관리 대상 유해물질의 제조 또는 취급작업"(4시간), "제곱미터당 1킬로그램 이상으로 사용하는 압력용기의 설치 및 취급작업"(4시간), "1톤 이상의 크레인을 사용하는 작업 등"(4시간), "하역기계를 5대 이상 보유한 사업장에서의 작업"(4시간), "물질안전보건자료에 관한 교육"(1시간) 및 위험성 평가 교육 등을 받았다는 참가 확인지에 서명만 하고, 자리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은 것이 다였습니다. 만일의 사고 발생 시 원청 대표이사가 안전교육 의무를 다했다는 증거를 만들기 위해서였지요. 

많은 국민, 특히 어른들은 '요즘 청년들이 제조업이나 건설업을 기피해서 문제'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의 자녀들이 건설노동자가 되겠다고 하면 말립니다. 정말 기를 쓰고 말립니다. 금쪽같은 내 새끼가 일하다 죽을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이 싫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이 기술이나 기능을 배워도 안전하고, 대우받는 사회가 돼야 지속가능한 나라가 됩니다.

건설노동자들은 전쟁터로 출근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를 '산업전사(産業戰士)'라는 끔찍한 이름으로 부르지 마십시오.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인사들을 새로 등판하든, 그 사람들이 주창했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추구하든 그것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경영 의지를 높인다는 미명 하에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은 절대로 안됩니다. 오히려 중대재해처벌법의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 적용, 50억원 미만 건설업 현장 즉시 적용 등 과감한 노동자 프렌들리를 실천하십시오. 이것이 이 나라를 목숨 걸고 건설해온 노동자들의 명령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플랜트건설 노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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