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NC를 개막 3연패로 몰아 넣으며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따냈다.

래리 서튼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5일 통합창원시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때려내며 5-1로 승리했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개막 2연전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롯데는 창원을 연고로 하는 지역라이벌 NC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은 한 주의 시작을 알렸다.

롯데는 외국인 타자 DJ 피터스가 1-1로 맞서던 5회초 NC의 선발 신민혁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결승 솔로 홈런을 포함해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고 이대호와 정훈, 한동희도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롯데 승리의 주역은 따로 있었다. 루키 시즌 선발에서 한계를 느끼고 불펜으로 내려갔다가 올 시즌 선발로 복귀해 시즌 첫 등판에서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낸 롯데의 2년 차 좌완 김진욱이 그 주인공이다.

'신인왕' 이의리와의 맞대결에서 이겼던 특급좌완
 
롯데 선발 김진욱 역투 5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2년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1회 말 롯데 선발 김진욱이 역투하고 있다.

▲ 롯데 선발 김진욱 역투 5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2년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1회 말 롯데 선발 김진욱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20년 6월 12일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가 열린 목동 야구장에 야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물론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으로 열렸다). 프로야구도 아닌 고교야구, 그것도 1회전 경기가 이토록 야구팬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유는 바로 강릉고와 광주일고의 에이스들 때문이었다. 야구팬들로부터 김광현(SSG랜더스)과 양현종(KIA 타이거즈) 이후 최고의 재능을 가진 좌완 유망주로 불리던 김진욱과 이의리(KIA)가 그 주인공이었다.

광주일고의 선발로 등판한 이의리는 이날 시속 147km의 빠른 공을 던지며 5.2이닝 동안 9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괴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승리를 따낸 선수는 이의리가 아니었다. 강릉고의 김진욱이 1회 2사 만루에 등판해 6이닝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이의리에게 판정승을 거둔 것이다. 김진욱이 이끄는 강릉고는 황금사자기 준우승에 이어 대통령배에서는 창단 첫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에이스 김진욱은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중학시절 수원북중학교에서 춘천중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1차지명 명단에서 제외된 김진욱은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 김진욱은 '9억팔' 장재영(키움 히어로즈)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좌완 라이벌 이의리보다 7000만 원이나 더 많은 3억 7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다. 그만큼 '고교 최고의 좌완' 김진욱에 대한 롯데의 기대치가 컸다는 뜻이다.  

김진욱은 프로 첫 시즌부터 곧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지만 첫 4경기 성적은 3패 평균자책점 10.90에 불과했다. 고교 무대에서는 9이닝당 13.67개의 삼진을 잡아내던 김진욱의 구위가 프로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기간 라이벌 이의리는 시즌 초반부터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하며 양현종이 떠나 있던 KIA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했다. 김진욱이 상대적으로 더욱 초라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김진욱이 불펜 변신 후 조금씩 프로에 적응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작년 5번의 선발 등판에서 3패 10.80을 기록했던 김진욱은 34번의 불펜 등판에서 4승 3패 8홀드 3.29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물론 한국야구 전체로 보면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돼 큰 무대에 서본 것도 2002년생의 어린 투수 김진욱에게는 매우 귀중한 경험이었다(2.2이닝 무실점).

외국인 듀오와 박세웅-김진욱, 롯데 선발야구의 꿈
 
시즌 첫 PK 낙동강 더비 롯데 승리 5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2년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NC에 5-1 승리한 롯데가 기뻐하고 있다.

▲ 시즌 첫 PK 낙동강 더비 롯데 승리 5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2년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NC에 5-1 승리한 롯데가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반기 4승 3패 3.89를 기록하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탈삼진 공동 1위(18개)에 오른 이의리는 후반기에 5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하고 일찍 시즌을 접었음에도 2021 시즌 신인왕에 선정됐다. 김진욱은 고교 시절에 비해 구속이 오르긴 했지만 45.2이닝 동안 52개의 사사구를 허용했을 정도로 제구에 약점을 보였다. 구위와 제구를 겸비했던 고교 최고의 좌완 에이스가 공만 빠른 유망주로 전락한 것이다.

루키 시즌 등번호 16번을 사용했던 김진욱은 작년 시즌이 끝나고 15번을 쓰던 오현택이 방출되면서 강릉고 시절에 사용하던 15번으로 등번호를 교체했다. 그리고 스프링캠프를 통해 제구력 교정에 집중했다. 올 시즌부터 상하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된 부분도 좌완 파이어볼러인 김진욱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서튼 감독도 작년 시즌 불펜으로 변신했던 김진욱을 다시 선발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진욱은 시범경기에서 2경기에서 등판해 8이닝을 던지면서 자책점 없이 단 1실점을 기록했다. 7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안타는 3개 밖에 맞지 않았고 볼넷은 4개를 허용했다. 완벽하게 약점을 극복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작년 이닝 당 1개가 넘었던 볼넷을 0.5개로 줄인 것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였다. 그리고 김진욱은 5일 시즌 첫 등판을 통해 자신이 겨우내 얼마나 성장했는지 유감없이 선보였다.

이날 7이닝을 소화하며 93개의 공을 던진 김진욱은 2피안타 2사사구 10탈삼진 1실점이라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NC타선을 힘으로 압도했다. 김진욱은 이날 시속 149km의 빠른 공에 고교 시절부터 능숙하게 던지던 슬라이더와 커브를 자유자재로 섞어 던지며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다. 4회 동점 홈런을 친 박준영과 5회 2사 후 2루타를 때린 박대온을 제외하면 NC타자들은 김진욱을 상대로 단 하나의 안타도 때리지 못했다.

롯데는 지난 2일 개막전에서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가 5이닝 7탈삼진 1실점을 기록한 데 이어 3일에는 '안경에이스' 박세웅이 5.1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코로나 양성판정과 옆구리 통증으로 시범경기를 건너 뛴 '1선발' 글렌 스파크맨도 오는 10일 두산 베어스전을 통해 데뷔할 예정이다. 여기에 시즌 첫 등판을 통해 잠재력을 폭발한 김진욱이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아준다면 롯데도 올 시즌엔 충분히 강력한 '선발야구'가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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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 초고교급 좌완 데뷔 첫 선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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