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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성추행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환씨가 2021년 9월 2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수사결과 비판 기자회견에서 딸의 사진을 들고 군의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공군 성추행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환씨가 2021년 9월 2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수사결과 비판 기자회견에서 딸의 사진을 들고 군의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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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성추행이 발생한 지 400일이 지났고 이예람 중사가 사망한 지 319일이 지났다. 국가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고 이예람 중사의 유족을 지원하고 있는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여야가 '이 중사 특검법'에 합의하지 못한 것을 두고 "유족은 장례도 치르지 못했고, 시신은 아직도 병원 영안실에 그대로 안치돼 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김 국장은 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 벌어진 일이라곤 엉망으로 진행된 수사와 부실수사 관련자 전원 불기소, 성추행 가해자 장 중사 외 기소된 대부분의 무죄 및 집행유예, 그리고 국가인권위의 추가조사 권고였다"며 "이런 황당한 일이 계속 이어져왔는데 앞으로 더 얼마나 이상한 광경을 목격해야 국회가 빨리 움직일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빨리 다시 회의를 잡아 특검법을 처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예람 중사는 군대 내 성추행 피해와 2차가해, 사건은폐 협박 등에 시달리다 지난해 5월 사망했다. 사망 이후에야 수사가 진행됐지만 이마저도 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9월부터 이 중사 유족은 특검을 요청해왔다.

대선 과정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 의해 이 문제가 다시 언급됐고, 지난 3일 박홍근(더불어민주당)·김기현(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특검법 처리를 합의했다. 하지만 다음날(4일) 열린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특검 추천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여 결국 특검법의 법사위 상정이 무산됐다. 당초 예정됐던 5일 본회의에서의 특검법 처리도 이뤄지지 못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특검을 어떻게 추천할 것인지를 놓고 국민의힘은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추천한 4명 중 국회 교섭단체가 2명을 합의', 민주당은 '국회 교섭단체가 한 명씩 추천'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남 국장은 "변협의 추천을 받는 건 통상적인 방법이 아니다"라며 민주당 안이 더 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변협의 추천을 받는 이유는 정파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을 찾자는 취지인데 이 중사 특검의 경우 정쟁사안이 아니다"라며 "사건을 잘 수사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만 고려해 추천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우리나라 특검 대부분은 드루킹, 국정농단, 내곡동 사저 등 정쟁사안에 대한 특검이었다"라며 "이중 드루킹 특검만 변칙적으로 변협으로부터 추천을 받았고 정쟁사안이었던 국정농단 특검, 내곡동 사저 특검조차도 국회에서 직접 특검을 추천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무쟁점 법안인데... 원내대표끼리 합의하고 이제 와서 딴소리"
 
박홍근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3월 29일 오후 국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홍근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3월 29일 오후 국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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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원내대표 합의가 있었던 상황에서도 어제(4일) 특검법 법사위 상정이 무산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쟁점이 있는 법안이 아니잖나. 갑자기 법안소위에서 세부적인, 아주 지엽적인 사안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며 결국 특검법을 법사위에 상정하지 못했다. 보통 각 당으로 돌아가 추가로 협의할 사항이 있거나, 이견이 커서 물밑 논의가 있어야 할 때 법안소위가 무산되고 일정이 밀리곤 하는데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

(법사위 상정 무산의 원인인) 특검 추천 방법에 대해 야4당 법안과 민주당 법안의 내용이 다르다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실무단계에서 그 차이를 비교분석하지도 않은 채 원내대표끼리 합의하고 언론에 다 뿌려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가 나오니까 유족 입장에선 너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것이 엄청난 정치적 쟁점 사안이어서 몇 시간 동안 토론을 해야 하는 게 아니고 여야 간사가 합의하면 되는 문제지 않나. 이 상황에 이르니 의도적으로 어깃장을 놓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 특검 추천 방식 때문에 법사위 상정이 무산됐다고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가.

"변협의 추천을 받는 건 통상적인 방법이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 특검 대부분은 드루킹, 국정농단, 내곡동 사저 등 정치쟁점, 정쟁사안에 대한 특검이었다. 이중 드루킹 특검만 변칙적으로 변협으로부터 특검을 추천받았다. 정쟁사안이었던 국정농단 특검, 내곡동 사저 특검조차도 국회에서 직접 특검을 추천했다.

변협의 추천을 받는 이유는 정파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을 찾자는 취지인데, 이 중사 특검의 경우 정쟁사안이 아니다. 사건을 잘 수사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만 고려해서 추천하면 된다. 굳이 변협으로부터 추천받을 필요 없이 국회의 양 교섭단체에서 한 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면 충분히 특검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

또한 특검은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가 일정 정도 책임성을 갖고 입법과 특검 임명에 관여하는 제도다. 국회가 머리를 싸매지 않고 외부기관에 추천을 맡긴다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다. 유족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회가 직접 책임지고 특검 적임자를 추천해 대통령에 임명을 직접 건의하길 기다리고 있다."

"유족은 하루하루 앞이 캄캄... 특검법 처리 하루 빨리 재시도"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 2020년 6월 16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의 비위 의혹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 2020년 6월 16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의 비위 의혹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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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건에서 '시간'은 큰 의미를 갖지 않나. 특검법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초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 따르면 오늘(5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특검법이 통과됐어야 했다. 오늘로 성추행이 발생한 지 400일이 지났고 사망한 지 319일이 지났다.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군의 사망과 수사과정의 문제점 그리고 부대 내 벌어진 2차가해에 대해 아직도 그 전모를 밝히지 못했다. 대한민국이 법치주의가 무너져 있는 나라가 아니지 않나. 국가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유족은 장례도 치르지 못했고 시신은 아직도 병원 영안실에 그대로 안치돼 있다. 지난 1년 간 벌어진 일이라곤 엉망으로 진행된 수사와 부실수사 관련자 전원 불기소, 성추행 가해자 장 중사 외 기소된 대부분의 무죄 및 집행유예, 그리고 국가인권위의 추가조사 권고였다. 이런 황당한 일이 계속 이어져왔는데 앞으로 더 얼마나 이상한 광경을 목격해야 국회가 빨리 움직일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 빨리 다시 회의를 잡아 특검법을 처리해야 한다."

- 특검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은 무엇인가.

"이 중사 특검법의 가장 큰 의의는 건국 이래 최초로 군을 민간에서 수사한다는 점에 있다. 군에서 사건사고가 벌어지면 제 식구 감싸기, 은폐, 축소로 인해 진상을 제대로 알기 어렵잖나. 이 사건은 이 중사가 당한 성추행에서 시작했지만 무엇보다 왜 피해자가 자살이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규명해야 한다. 성추행 피해자가 모두 자살을 선택하지 않는다. 더구나 이 중사는 신고를 하고 나서 81일이 지나 사망했다.

법치국가라면 신고한 피해자는 법의 보호를 받고 가해자는 법적 처분을 받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왜 피해자가 자살을 선택했는지 법치국가라면 당연히 규명해야 한다. 피해자가 신고를 했음에도 자살을 했다는 건 명백히 수사·사법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걸 군에서 제대로 밝히지 못했으니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하는 것이다.

SBS <그것이알고싶다>에 나온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은 '자살의 원인이 성추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자살 원인이) 100% 성추행인지 그런 부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더라"). 이 중사 사건을 대하는 우리 군의 민낯이라고 생각한다. 군은 겉으로는 죄송하다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책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 유족은 현재 어떤 심정인가.

"(원내대표 특검 합의 후) 요 며칠 사이에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에 실망감도 크다. 우리 입장에서야 '앞으로 어떻게 일이 진행될 것인가'를 판단하지만, 유족은 하루하루 앞이 캄캄한 상황이다. 내일 진행될지, 모레 진행될지, 언제까지 내 딸 시신을 냉동고에 넣어둬야 하는지 같은 생각이 유족을 무너지게 만든다.

국회의 특검 논의까지 오게 된 가장 큰 동력은 유족들이 지치지 않고 정치권과 제도에 대해 기대와 희망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지연은 국가가 유족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루 빨리 특검 수사가 이뤄지도록 국회는 특검법 처리 재시도에 착수해야 한다."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정상화 공군참모차장이 2021년 6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공군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정상화 공군참모차장이 2021년 6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공군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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