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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둘러싸고 신구 권력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사진은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자료사진)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둘러싸고 신구 권력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사진은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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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둘러싸고 신구 권력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쪽은 수사지휘권 폐지를 강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폐지의 명분은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강화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인 쪽 말대로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검찰 인사권을 휘두르는 한 검찰의 독립성·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검찰 요직을 차지하는 순간, 굳이 수사지휘권이 필요 없는 검찰공화국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의 중용을 예고한 바 있다. 

윤 당선인까지 직접 나서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의지 표명

신구 권력이 충돌하는 전선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서 검찰 개혁으로 넓어지는 형국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검찰 독립성·중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4일로 예정됐던 법무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인 공약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그리고 일종의 책임행정의 원리에 입각해 있다. 아직은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여전하다."

하루 뒤인 24일 인수위는 박범계 장관을 힐난하며 법무부 업무보고를 연기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들은 이날 오전 긴급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서 40여일 후에 정권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 없다. 이에 우리 인수위원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 임시 천막기자실(프레스 다방)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 임시 천막기자실(프레스 다방)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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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도 직접 나섰다. 그는 이날 인수위 천막 기자실에 들러, 박범계 장관을 향해 "이 정부에서 검찰개혁이라는 것이 검찰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한 것인데 5년간 해놓고 그게 안 됐다는 자평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독립성도 인정이 안 되고 중립을 기대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면서 "장관의 수사 지휘라는 것이 실제로 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자율적으로 이견을 조율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9년 임채진의 폭로와 2013년 채동욱의 토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사안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두 차례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서, 수사지휘권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졌다.

문제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보장하는 핵심 제도가 아니라는 데 있다. 수사지휘권은 노무현 정부 때 한 차례, 문재인 정부 때 세 차례 발동됐다. 그렇다면 수사지휘권 발동이 없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됐을까? 

이명박 정부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나섰는데,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정권의 시녀로서 정치보복 칼잡이 역할을 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또한 이명박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09년 6월 임채진 검찰총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정권의 검찰 흔들기와 수사 개입을 폭로했다. 그는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정권교체기 총장직은 엄중하고 무거운 자리이자 치욕까지 감내하는 자리"라면서 "지난 1년 6개월 동안 이쪽에서 흔들고, 저쪽에서 흔들고 참 많이도 흔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두고 "과거 강정구 교수 사건 때 1건밖에 없다는 건 틀린 얘기"라며 "항상은 아니지만 문건으로 발동되는 게 있다. 작년(2008년) 6월 '광고주 협박' 사건도 그랬다"고 전했다. "내가 법무부 검찰국장을 할 때도 수사지휘를 많이 했다. '시위에 엄중대처 바란다'는 그런 식으로, 그것도 일종의 수사지휘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역시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을 보장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다. 2013년 검찰 수사팀은 적극적으로 수사했지만, 이는 박근혜 정부가 원치 않는 방향이었다. 결국 당시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당선인은 좌천됐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경우 혼외자 문제가 불거진 뒤 2013년 자리에서 물어났는데,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가 그를 일부러 찍어낸 것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2016년 11월 채동욱 전 총장은 한겨레TV에 출연해 "법대로 하다가 잘렸다", "눈치가 없어서... 자기(박근혜 대통령)만 빼고 법대로였다"라고 말하면서 세간의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밝혔다.

그는 검찰의 중립성을 위해 인사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말 잘 들으면 승진시키고, 말 안 들으면 물 먹이고, 그렇게 하다가 이번(박근혜) 정권 들어와서는 검찰총장까지 탈탈 털어서 몰아냈다. 그러면서 검사들이 바짝 엎드리게 됐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뒤로 가려진 검찰 인사

문재인 정부에서도 검찰 인사권을 통해 검찰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조국 사태'를 비롯해 정권 핵심부 수사에 나섰던 검사들이 좌천됐던 탓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에 맞서면서 대권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현재 윤 당선인 쪽은 공정한 검찰 인사를 고민하기보다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의 중용에 관심을 갖는 모양새다.

'윤핵관'(윤석열 쪽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동훈 검사장이 요직에 가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이 찍었던 사람들, 소위 자신들 편이 아니라고 찍었던 사람은 요직을 맡으면 안 된다는 주장과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이어 "행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못 박았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지휘권 논란이 커지면서, 공정한 검찰 인사를 둘러싼 논의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측면에서 본질이 아니다. 핵심은 인사(권)의 독립"이라면서 "대통령의 의중대로 움직일만한 사람을 검찰총장에 앉혀놓으면 다 소용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지난 1월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지난 1월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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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수사지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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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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