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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 등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 등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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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취임 전에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16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현재의 청와대에서 직무를 시작할 가능성이 제로"라고 말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이전 장소로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가 거론된다.

그러나 행정과 예산의 ABC를 안다면, '취임 전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성립될 수 없는 이야기다.

우선 예산이 편성돼 있지 않다. 아무리 권력이 있는 청와대라고 하더라도 매년 국회에서 예산을 심의·의결받아 사용한다. 대통령 비서실, 대통령 경호실 예산이 따로 편성돼 있고, 국회 운영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해야 예산이 확정된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예산은 편성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취임 전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관련해서 사용될 수 있는 예산은 ① 행정안전부 예산에 포함된 대통령 취임식 예산 30억 원 내외 ② 3월 15일 국무회의를 통해 일반회계 예비비에서 배분된 '대통령 당선인 예우 및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운영경비' 예산뿐이다. 이번에 배분된 '대통령 당선인 예우 및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운영경비' 예산은 아직 확인이 안 되지만, 선례로 보면 40억 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운영경비 예산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수위 시절에 21억 원 정도였다. 그외에 추가로 대통령 당선인 예우 관련 예산이 좀 더 있는 정도일 것이다.

따라서 지금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기 위한 공사예산, 사무실 이사예산 같은 것은 편성돼 있지 않다. 게다가 용산 국방부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면, 국방부가 다른 건물을 구해야 하고 군사·보안시설을 갖춰야 하는 등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 예산은 현재 전혀 반영돼 있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예산도 없는데 '취임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밀어붙이는 이유를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꼭 이전하고 싶다면, 대통령 취임 후에 국회에서 예산(추가경정예산이든 내년도 본예산이든) 심의를 거쳐서 통과가 된 뒤에 이전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법 질서를 따르는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의 직무범위도 넘어선다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모습.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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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국방부 등의 정부부처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해 이사 준비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대통령 취임 전에 대통령 당선인이나 인수위원회는 집무실 이전을 위한 공사나 사무실 이전을 지시할 권한도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직 대통령과 현 정부의 권한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현황을 파악하고 취임식 준비 등을 하는 것이 역할이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상 그렇게 돼 있다.

그런데 아직 대통령으로 취임하지도 않은 당선인이 그런 지시나 요구를 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다. 그리고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당선인 측의 눈치를 보면서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면, 그것은 법적 근거도 없는 행정을 하는 것이다. 정부조직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이번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을 보면서, 윤석열 정권의 '법치'에 대한 인식에 심각한 우려를 갖게 된다. 그리고 예산과 행정체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부족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 역시 갖게 된다. 게다가 지금 대통령이 코로나 방역대책, 산불재해 복구,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영향, 남북 관계 등 챙겨야 할 현안이 얼마나 많은가?

지금이라도 윤석열 당선인 측은 취임 전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해야 한다는 고집을 버리고, 국민을 위해 필요한 일들에 집중하기 바란다.

태그:#대통령집무실, #윤석열, #용산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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