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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일부터 20일까지 적용되는 새로운 거리두기 방침을 발표한 4일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시민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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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급 감염병으로 지정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아래 코로나) 감염증 등급을 조정하는 배경엔 오미크론 맞춤 방역 체계가 이미 1급 감염병 지침과 상당 부분 어긋나는 데다 과로와 행정력 낭비에 시달리는 의료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고민이 반영됐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6일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방역당국은 일상적 의료체계에서도 코로나 대응이 가능하도록 '1급'으로 지정된 감염병 등급을 변화된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달라"고 말했다. 전파력은 다른 변이에 비해 높지만 치명률은 약 0.07%로 계절독감(0.05~0.1%)과 유사한 오미크론 변이 유행기에 1급 지정을 유지할 근거가 적어졌단 판단이다.

1급 감염병은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감염의 위험이 상당히 높은 고위험 감염병으로 에볼라바이러스병,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페스트, 탄저 등이 1급으로 지정돼 있다. 이 경우 의료기관은 유행·확진 즉시 당국에 신고하고 확진자는 음압격리돼야 한다.

결핵, 수두, 홍역 등이 포함된 2급 감염병은 유행·확진자 발생 시 24시간 내 신고하고 확진자 격리도 필요하다. 인플루엔자(독감) 등의 4급 감염병은 보편적인 신고·격리가 필요없이 유행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표본감시만 이뤄진다. 일부 병·의원에서만 확진자가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조사해 추세를 파악하는 식이다.
 
"오미크론 체계, 이미 1급 감염병 지침에서 벗어나"


코로나 감염증 관리가 이미 1급 감염병 지침 범위를 벗어났다는 지적은 오미크론 유행기를 지나며 꾸준히 나왔다. ▲진단검사(Test) ▲역학 추적(Trace) ▲신속한 치료(Treat)에 근거한 일명 '3T 대응' 중단이 예다. 신속한 격리와 추적, 역학조사는 1급 감염병 관리 방식의 특징이다.

질병관리청은 바이러스 치명률이 낮은 상태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난 2월부터 고위험군이 아닌 확진자에겐 스스로 자기기입식 역학조사서를 쓰게 했다. 또 중증화 위험이 있는 이를 제외하곤 코로나 전담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대부분 재택치료로 자가 격리 기간을 거쳤다. 3월부터는 일반 병실과 수술실, 일반 병원 등에서도 확진자를 진료하는 방식으로 의료 체계도 개편됐다.

박건희 경기도감염관리지원단장는 "예로 현재 일반 병·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있는데 병원 당 적게는 20명, 많게는 150명을 본다. 이만큼의 확진된 인원이 거리두기를 하지 않은 채로 병원에 출입하는 것을 인정한 것인데 1·2급 감염병에선 가능하지 않다"며 "이런 방식은 4급에 준한다. 그러나 모든 확진자를 등록하고 기초 역학조사를 진행하는 1급 감염병에 해당되는 방식도 병행된다. 경우에 따라 지침을 변동해가며 대우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현장 부담 덜면 진료 거부되는 확진자 피해도 방지"
 
24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진료를 하고 있다.
 24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진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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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단장은 코로나 감염증 등급을 4급으로 조정해 의료·방역에 대응하자고 의견을 내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여기엔 4급에 준하는 의료 대응 체계로 전환하면 현장에 오랜 기간 팽배해 있는 업무 과중과 행정력 낭비를 신속히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를 통해 업무를 효율화하면 방역당국이 고위험군 보호에 더 집중할 수도 있다.

박 단장은 "모든 시·군·구의 공무원이 100~200명씩 매일 2000건 안팎의 보건소 확진자 조사서(과거 기초역학조사서) 작성·처리를 맡고 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지금 사용하지 않아 무의미한 행정이 이뤄지는 셈"이라며 "조사서 작성을 중단하면 이들이 요양원, 요양병원 등 보다 인력이 시급한 영역에서 위중한 생명을 지키는 업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확진 전수 보고 의무가 없어진다면 "치료와 연결되지 않는 PCR 검사나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먹는 치료제 투여 등 진단이 필요한 경우에만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고 치료와 연계해 불필요한 비용과 행정 절차를 완화할 수 있다"며 "건강한 젊은 성인의 경증은 감기 치료만 진행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박 단장은 "소아, 임산부를 비롯해 외상, 뇌졸중, 급성 맹장염 등 응급 상황에 처한 다양한 확진자의 진료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 음압격리시설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확진자들이 병원 진료를 제때 받지 못했던 문제는 지난 수개월 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지적돼왔다. 4급 감염병은 확진자에 대한 음압격리를 의무로 두지 않는다. 병원도 이 부담감에서 자유로워지니 일반 의료 체계에서 확진자들을 유연하게 진료하는 여건이 만들어져 "1급 감염병 상황에서 적시에 해결이 안 돼 생긴 건강상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량 확산 우려... "등급 조정, 확산에 직결 안 될 것"

현장에선 당장 의료진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박 단장은 이에 "이미 응급실에서는 다른 질환으로 방문했다가 오미크론도 확진되는 사례도 많고, 동네 의원(호흡기 전담 진료 지정기관)에서도 매일 수십 명의 확진자가 방문해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며 "음압격리 시설일 필요 없이 구별된 구역에서 마스크 등 보호구를 착용하면서 확진자의 별도 질환을 진료보는 건 감당 가능한 추가 위험일 것이지만, 의료진 중 확진자가 다수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의료기관 BCP(업무지속계획)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확진자가 증폭되는 역효과가 발생하지 않느냐'는 우려에도 전문가들은 감염병 등급 지정이 방역에 직결되는 요소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등급이 1급인지 2급인지는 더 행정적인 차원의 문제로 현장 의료진, 실무자 같은 몇몇 사람만 아는 것에 가깝다"며 "확진자 수십만 명이 나오는데 전국 250여개 보건소가 확진자를 즉시 보고하고 관련 문서를 작성하는 1급 감염병 하의 행정처리를 유지한다면 공무원, 의료진들을 이 지침을 위반하는 공공연한 범법자로 만들 수밖에 없다. 행정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단장도 "등급 조정과 확진자 확산은 조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1등급인지, 4등급인지와 무관하게 지금은 (감염이) 대량 확산되는 상황"이라며 "만약 확진자 급증으로 의료 대응 체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수단으로 방역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등급 조정의 의미는 "4급으로 조정하며 (관련 방역 체계를) 모두 풀어버리자 이런 접근이 아니"라며 "현 상황과 조건을 종합했을 때 4급 감염병 등급에 맞게 의료대응을 하자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 확진자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수단들은 충분히 가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거리두기 외에도, 근로자가 감기 증상을 보인다면 증상이 없어질 때까지 격리토록 하는 고용환경과 상병수당 활용 등도 가능한 수단으로 제안했다.

박 단장은 "1급 감염병을 2급이나 4급으로 내리는 것은 정부나 우리 사회가 처음 해 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기에 정부와 의료계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 정부가 일방으로 정하고 공지하는 게 아니라, 이행 과정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고 이 논의는 당장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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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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