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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당 지도부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세 선대본부장, 윤 당선인,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당 지도부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세 선대본부장, 윤 당선인,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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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은 끝났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당선인이 됐다. 무슨 말을 더 해야 할까. 나는 윤석열을 찍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다음의 세 가지 이유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 수 없었다. 민주당이라는 정치세력의 문제, 후보 자질의 문제, 민주당 지지자들의 문제 때문이었다.

반성, 사과, 원칙 없는 민주당  

선거 때만, 그것도 투표일이 가까워져야만 사과하는 것이 민주당의 습성이라고 본다. '내로남불' 명칭이 어울리는 정당이다.

이 후보의 민주당 위력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과가 선거 막판에 이뤄진 것, 박지현 활동가를 선대위에 섭외하기 전까지는 2030 여성의 표심을 가져올 전략이 전무했다는 것, 선거 초반 남초커뮤니티로 유명한 에펨코리아에 캠프 구성원이 글을 남기고 또 후보의 페이스북에 에펨코리아 글을 공유한 것과 대조해 여초커뮤니티는 선거 막판에 한 번 글을 남긴 것 등이 그렇다. 민주당의 여성 표심에 대한 전략 부재는 거의 모든 여성 유권자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대선 패배를 선언한 뒤 인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대선 패배를 선언한 뒤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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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 일관되게 반(反)페미니즘 행보를 보이는 국민의힘과는 다르게 민주당은 이랬다가 저랬다가를 반복했다. 이 후보는 <씨리얼> 인터뷰를 취소했다가 <닷페이스> 인터뷰에는 등장하고, 에펨코리아의 반페미니즘 글은 공유했지만 동의해서 공유한 건 아니라는 등의 변명, 성평등 정책질의는 질의 주체를 골라가며 답변했던 점이 그랬다. 원칙이 없었다.

지난해 성폭력으로 물의를 일으킨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이후 민주당이 보여준 행태는 그 당에 권인숙·정춘숙 의원이 있다 한들 막을 수 없었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당헌을 바꿔서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보냈고, 박영선과의 경선에서 우상호는 박원순에 대한 추모와 계승을 공개적으로 외쳤다. 박영선 후보는 막판까지 김용민TV, 고발뉴스 등 박원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의심하고 피해자 변호사를 모욕·명예훼손했던 인사들과 공개적인 간담회를 가지며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그 기조는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졌다. 박원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의심하는 글을 자주 올렸던 '나는 꼼수다' 출신 김용민(평화나무 이사장)은 대통령 선거에 대응하며 꾸준히 민주당을 향해 '페미니즘과 손절하고 이대남과 손잡으라'는 식의 이야기를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했다. 이에 대한 제지가 있었던가? 원칙없이 표 계산을 하고,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고 본다.

2차가해 인사들 남아있던 이재명 측... '성차별 없다'던 윤석열 측

한편, 이재명 후보의 선대위에서는 안희정 사건의 2차 가해자들이 여전히 직함을 달고 활동 중이었다. 안희정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씨는 2차 가해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 후보의 캠프에 자정을 촉구했으나 민주당은 듣지 않았다. 이쯤 되면 민주당은 반성과 사과를 모르는 것 아닐까.

윤석열 후보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반페미니즘을 선거전략으로 내세운 후보는 나의 선택지에 있지 않았다. 여성가족부 폐지에서 시작해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개인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는 발언, 또 김건희씨가 통화 녹음에서 안희정 성폭력 사건을 '바람 피운 행위'로 폄하한 것이 드러나자 피해자 김지은씨는 공개적으로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또 공약집에 버젓이 포함됐다 삭제된 여성혐오적 용어 '오또케'나, 이준석 대표가 비꼬며 활용했던 여성혐오적 단어인 '해줘' 등 온갖 혐오 용어의 등장과 기존 용어의 오용이 난무했다. 그 이후로도 최저임금제 폐지 거론이나 주120시간 노동, 월 150만 원 등 사상 초유의 반노동적 발언들이 알려지면서, 이런 사람이 어떻게 대선후보가 될 수 있었을까 청년으로서 의아한 마음이 들 뿐이었다.

나에게 중요한, '성평등·노동 정책'이 잘 준비됐던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였다. 선거 기간 김지은씨를 만난 대통령 후보도 심 후보가 유일했다. 미투운동은 전세계적인 운동이었고, 일상 속에서 여성들이 성폭력을 고발하고 연대할 수 있는 힘을 준 운동이었다. 미투운동 집회에 한 번이라도 참석해봤다면, 피해자들의 절규를 들어봤다면, 이를 무시하고 외면한 정치세력에는 투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트럴파크에서 열린 2030 프라이드 유세에서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트럴파크에서 열린 2030 프라이드 유세에서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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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재명 후보의 자질문제는 끊임없이 호출됐다. 이것은 민주당 경선에서 시작된 일이기도 하다. 이 후보가 자신의 형수에게 했다는 욕설 음성 파일도 듣게 됐다. 이재명 측에서 해명하는 맥락은 알겠지만 고통스러웠다. 이 후보 아들 관련한 성매매 의혹, 과거 변호사 시절 데이트폭력 살인범을 심신미약으로 변호했었던 이 후보의 전력이 드러나고 나서는 나는 무슨 일이 생겨도 이 후보를 찍을 수는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선거 시기는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치세력을 비판하는 데에 온 관심이 집중된다. 건전한 토론의 과정이자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여성혐오를 활용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많다.

소위 '찢재명'부터 시작해서 김건희씨의 과거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쥴리'라는 별명을 붙이고 이를 이용해 노래까지 만들고, 김건희씨 발언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그럼 화대를 안 줘서 미투했다는 거냐'라고 하는 식의 발언들이 그렇다. 반면 내 주변 여성들은 아무리 이재명이 싫어도 '찢재명'과 같은 단어를 쓰지 않는다. 여성폭력이 실제로 만연한 사회에서, 그런 말은 비판이나 해학조차 안 되는, 그저 여성폭력을 재생산하는 말일 뿐이다.

심상정에 고맙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월 9일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 'N번방, 디지털성범죄 추적 연대기' 행사에 참석, n번방 사건 최초 보도자인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과 대담을 갖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월 9일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 "N번방, 디지털성범죄 추적 연대기" 행사에 참석, n번방 사건 최초 보도자인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과 대담을 갖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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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나는 민주당의 태도, 후보와 후보 가족의 자질, 민주당 지지자들이 상대편을 비방하려 썼던 여성혐오 등을 보고 민주당에 투표할 수 없었다. 박지현씨가 일으킨 돌풍 그리고 그가 대변하는 여성들 목소리를 듣고 마음이 조금 흔들렸지만, 그럼에도 당 지도부가 당내 페미니스트들에게 요직을 쥐어주기 전까지는, 양당체제를 깨뜨릴 제도를 만들기 전까지는 민주당에 표를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전략투표이자 소신투표로 심상정 후보를 선택했다. 10%가 간절했다. 5%만 나와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거 막판까지, 심지어는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일부 극렬 민주당 지지자들은 심상정 후보 지지자들을 몰아세운다. 심 후보가 여성인권을 위해 제대로 한 일이 없다는 등의 마타도어를 한다.

선거가 사람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씁쓸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환경에서 끝까지 완주해낸 심상정 후보에게 고맙다. 선택지가 돼 줘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가현씨는 '불꽃페미액션'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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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주제로 운동하는 불꽃페미액션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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