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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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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후보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이야기해서 매우 기뻤다. 새로운 희망을 품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다른 유력 후보들은 아직 아무 말이 없다. 심 후보가 장애인 이동권·예산안 확보에 대해 물꼬를 텄으니 이제 이재명·윤석열 후보 차례다. 기다리고 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의 목소리 뒤로 지하철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그는 22일에도 오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승강장에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했다. 오후에는 1호선 수원역에서 서울시청역으로 이동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앞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마무리 발언 1분을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할애했다. 심 후보는 "시민 박경석님이 보내주신 1분 발언을 하겠다. 장애인들이 매일 아침 이동권 예산을 촉구하면서 지하철에서 시위하고 있다"라고 운을 뗀 후 "이동권 예산 확보뿐만 아니라 장애인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는 장애인 선진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라고 했다. '장애인 이동권 확보, 예산 확보'에 대한 대선후보의 첫 공식 언급이었다. 

심 후보가 언급한 '시민 박경석'은 21년째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이어가는 박 공동대표였다. 그는 정부와 대선 후보들에게 장애인 이동권 확대 등을 위한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6일부터 지하철 시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시위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장애인들의 출근길 시위가 50일 넘게 이어지자 일부 시민들이 불만을 호소하며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공동대표는 "지난주에 20대 남성이 전장연 사무실에 찾아와 불을 지르겠다고 위협했다. 전장연 홈페이지를 해킹하기도 했다"면서 "지하철에서도 삿대질하고 욕하는 시민들을 만난다. 매일 비장애인의 장애인 혐오를 마주한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박 공동대표와 전장연이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이들은 유력 대선후보들이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국비 예산 지원을 약속하면 지하철 시위를 그만둘 의향이 있다고 꾸준히 말해왔다. 직접 대선 후보에게 약속을 받으려 정당을 찾아가고 토론회와 서면 답변을 요구했지만 그들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해 전장연과 면담이라도 했다. 이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도 면담과 토론, 서면 약속 등을 요구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니 어쩌겠나. 우리의 현실을 지하철 시위를 통해 보여줄 수밖에 없지 않나."

박 공동대표가 유력 대선후보들에게 공식적으로 '약속'을 받아내려는 건 지금까지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시민들은 지하철을 연착시켰다고 불만을 호소하지만, 우리가 시위에 나선 본질적인 문제는 그동안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망 사건 이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약속해왔지만, 21년 동안 이를 온전히 지키지 않은 정부·지자체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2002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2004년까지 서울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라고 밝혔고,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또한 재임 시절에 '2022년까지 100% 설치'를 약속한 바 있다.

약속대로라면 올해 서울시 지하철 전체 역사 283개에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하지만, 서울시에 따르면 22개 역사(7.8%)에는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엘리베이터가 연결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2017년 신길역 휠체어 리프트 버튼을 누르려다 추락해 장애인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오전 7시 30분 혜화역, 윤석열·이재명 기다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해 12월 6일부터 매일 오전 7시 30분에 지하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해 12월 6일부터 매일 오전 7시 30분에 지하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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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공동대표는 "장애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지하철을 타야 하는 상황인데도 지자체 등은 '시민들의 불편'을 근거로 우리의 시위를 중단시키려 한다"고 날을 세웠다. 서울교통공사가 '시위 중단' 촉구를 한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전장연의 시위로 시민들의 불편 민원이 총 2559건 접수됐다며 "시위 때마다 지하철 운행 정상화를 위해 공사 직원과 경찰 병력이 대규모로 투입되고 있어 매번 큰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 공동대표는 "서울시의 약속대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면, 오늘 우리가 시위할 일은 없었을 거다. 그런데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는 자기들의 약속에 책임지기보다 민원을 이유로 시위 중단만을 요구한다. 참 야비한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장애인 이동권 약속이 있긴 하다. 하지만 어떤 예산으로 이 약속을 실행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이런 식이면 장애인 이동권은 결국 후순위로 밀리며 내년에도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그게 우리가 지난 21년간 겪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법으로 보장된 장애인 이동권을 실현하기 위해 예산이 수반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차기 정부에서 관련 예산을 각별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미국처럼 장애인 권리 예산을 지방보다 중앙정부가 더 책임지는 데 공감한다며 저상버스와 장애인 콜택시를 확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장연은 ▲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대한 국비 책임 및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 ▲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비에 대한 국비 책임 및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 등을 요구했다. 지자체에만 맡기지 말고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예산을 확보해 달라는 요구다. 

박 공동대표는 "언제든 출근길 시위를 멈출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대선 후보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약속하라는 게 우리의 요구"라고 못 박았다. 그는 "지하철을 타다 죽는 장애인들이 얼마나 더 있어야 하나. 우리는 충분히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라면서 "장애인들은 늘 오전 7시 30분 4호선 혜화역에 있다. 후보들이 방문만 한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에도 200여 명의 장애인과 전장연 관계자들이 1~3호선 지하철을 돌며 대선후보들의 약속을 촉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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